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1. 1. 15. 선고 2020노3468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① 피고인은 회사를 운영하는 18년 동안 직원들에게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권장함에 따라 연차수당을 지급한 적도 없고 직원들도 요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은 연차수당 발생 사실 자체를 알수 없었으므로, 연차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② 피고인 운영 회사는 2016년부터 매출액이 급감하여 2017년 말경 수주 불능으로 더 이상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2018. 3.부터 임금을 체불하였는바, 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갑작스런 경영악화로 불가피하게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고,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도 없어 형사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 ③ 직원들이 협력업체인 S 주식회사로 이직한 데에는 피고인의 적극적인 주선에 따른 것이다), 양형부당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

(1)

연차수당 미지급 부분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그 자체로 연차수당에 관한 미래의 임금채권을 사전에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근로관계에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임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정하거나 이를 포기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기준을 어기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을뿐더러 (대법원 1976. 9. 28. 선고 75다801 판결 참조),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이를 종전보다 불리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임금포기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이에 관한 근로자의 명백한 의사표시가 요구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사실상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근로권과 그 대가인 임금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연차수당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주어진 연차휴가권에서 파생되는 임금으로서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연차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있고, 근로기준법 제61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의 연차유급휴가 보상의무가 없는 예외적인 경우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직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연차수당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동의를 받거나 그러한 취지를 설명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하지 않는 한 피고인이 직원들에게 단순히 연차를 모두 사용하도록 권장하거나 촉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과 직원들 사이에 연차수당청구권의 포기에 관한 명백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연차수당청구권 포기에 관한 명백한 의사표시가 없었던 이 사건에서, 직원들이 그동안 피고인에게 연차수당 지급을 청구하거나 미지급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 없이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장래에 발생할 연차수당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상여금청구권 포기'에 관하여 판시한 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185 판결 참조), 피고인은 근로자들의 연차수당 청구 여부에 불문하고 여전히 연차수당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하고, 그 다음해에 근로자가 이러한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전부 사용하였는지 여부를 인사자료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연차수당청구권의 포기에 관한 명백한 합의가 없어 연차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그 지급시기에 지급하지 않았다면, 연차수당 미지급에 대하여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사용자가 연차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였다는 것은 단순히 법률의 부지에 불과하여 용서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 내지 책임조각사유의 유무

(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운영 회사는 원청업체인 T의 휴대전화 관련 사업 축소로 매출액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6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56%, 2017년에는 그 비율이 50%까지 감소하다가, 결국 2018년에는 76%까지 축소되는 등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경영악화에 이르렀을 뿐, 2017년 말경 내지 2018년 초경에 갑작스럽게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 것은 아니다. 또한 사업부진으로 자금압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금 지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객관적으로 인정될만한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임금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심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

피고인이 근로자들과 임금에 관하여 합의할 당시 구체적인 항목에 관하여 논의한 적은 없고 큰 방향에 대해서만 언급하였으며,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증인 H].

○

연차수당에 대한 협의가 없었고, 피고인은 퇴직금 등을 향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증인 J].

○

피고인이 2018. 3. 경에 체불임금 등의 지급을 명확히 말하는 대신 간략하게만 이야기하였고, 언제 지급할 것인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증인 O].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들에게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변제계획이나 변제기일을 제시하는 등 임금지급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합의에 이른 것이 아니므로, 설령 피고인이 당시 근로자들에게 미지급 임금 등을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체당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경매절차를 통해 배당받을 것을 권유하였다손 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임금체불 방지를 위하여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한 것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들로 하여금 협력업체에 채용되도록 주선한 것은 미지급임금에 대한 변제노력이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제시한 것이 아닐뿐더러, 원심 증인 0의 증언에 의하면 근로자들의 이직과 관련하여 전적으로 피고인의 주선과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결국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 등을 지급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거나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된다.

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의 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근로자 3명의 체불임금이 경매절차에서 전부 혹은 일부가 배당되어 지급되었다는 사정은 원심 판결 이전에 이미 현출된 사정이다. 공판기록 167쪽).

그 외, 이 사건 범행 경위와 내용, 체불금품 액수가 결코 적지 아니한 점, 범행의 동기, 그 수단과 결과, 초범인 점,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과 근로자들의 관계 기타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직업, 가족관계, 경제형편, 건강상태 등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한다.

판사 서영효(재판장) 함종식 강민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