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J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공소를 기각하고,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과 J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므로,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위 무죄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이 근로자 대표 N에게 환가를 위임한 자산의 액수가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임하였다고 하여 사용자인 피고인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
판단
임금이나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L 운영이 어려워지자, 2019. 1. 8. 다수의 근로자들이 선정한 근로자 대표 M과 사이에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을 모두 포함한 L의 전체 근로자들에 대한 합계 839,799,556원의 임금 등 채무를 승인하고 이를 2019. 1. 10.부터 2026. 12. 10.까지 매달 채권액에 안분 비례하여 변제하며, 그 담보로 회사 재산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하고 M이 이를 처분하여 채무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다.
피고인은 2019. 2. 15.경 근로자들 대표를 자처하는 N에게 “1. L 도산(파산) 처리에 대한 제반 업무. 2. 주식회사 V(L의 주 거래처였던 것으로 보인다)와의 거래종결에 대한 제반 업무, 3. L 자산처분에 대한 제반 업무”에 관한 위임장을 교부하였고, 그 즈음 N와 사이에 N가 L 자산을 환가하여 임직원들의 임금 등을 변제하기로 합의하였다.
N는 L의 자산을 환가하는 업무 등을 진행하였는데, 2019년 1분기 동안에만 합계 11억 원을 초과하는 세금계산서(부가가치세 포함)가 발행되었다(공판기록 166, 167쪽).
N는 2019. 7.경 피고인에게 근로자들의 임금 등 합계 694,689,636원을 지급하였다고 통지하였다(공판기록 168쪽). 그런데 N는 환가금원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근로자들 대표를 자처하는 N에게 임금 등의 지급 문제에 관하여 L의 운영권과 자산 처분권 등을 위임하였고 실제로 N는 피고인의 개입 없이 L 자산의 환가 및 변제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2019년경 당시 L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채무는 2019. 1. 8.경 승인한 약 8억 3,900만 원 정도일 것으로 보이는데,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어 파악되는 수익이 약 11억 원에 이르렀고 2019년경 매입거래로 인한 지출은 2억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바(공판기록 197, 198쪽) N가 전체 L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채무를 변제하기에 환가금액이 부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은 N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위임을 한 이후 L의 환가내용 등에 관하여 별다른 정보제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환가된 자금의 사용내역에 관하여 N와 사이에 법률적 분쟁이 발생하였던 점, ④ N는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문제된 8명의 근로자 중 7명에 해당한다)에 관하여 출국만기보험 등으로 지급되지 않는 금액을 산출해내지 못했고, 그에 대해 피고인과 이야기를 한 바도 없었으며 환가 후 지급되지 않은 부분은 피고인에게 넘겨주면 피고인이 정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바(원심 증인 N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7, 8쪽), 당시 피고인이 이들에게 임금 등이 환가 이후에도 변제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⑤ 또한 N는 일부 근로자들에 대해 임금 등이 미지급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제가 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을 다 하고 모자란다면 ‘이걸 어떻게 할 거냐.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피고인과) 협의를 해서 진행하겠지만 이미 돈이 이만큼 남아있는데, 그 사람들 지급하고도 남을 돈이 남아 있는데 제가 꼭 지불하겠다는 그런 얘기를 할 필요 없이 남은 돈을 통째로 넘겨주겠다고 얘기했습니다.”라고 증언하였는바(위 녹취서 9쪽), N 스스로도 당시 환가한 돈으로 L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등 채무를 모두 변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기철(재판장) 김봉남 유인한
각주1)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제3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출국만기보험등의 일시금의 금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퇴직금의 금액보다 적은 경우 그 차액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하고, 같은 조 제4항에 따르면 위 출국만기보험등의 일시금의 금액과 퇴직금 금액의 차액을 확인하기 위하여 보험사업자에게 일시금 금액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바, N가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