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2. 7. 20. 선고 2021나96921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피고는 2018. 5.말경부터 2020. 5. 23.까지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 원고가 대표로 있는 사업체인 D 등에서 일당을 받는 일용직 기사로 근무하였는데, 피고는 스스로 일을 그만 두었음에도 C을 상대로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원고를 C의 대표자로 기재하여 관할 수사기관에 퇴직금 체불 등으로 진정 및 고소를 하고, 원고가 일당 등을 지급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소문을 내고 다녀 원고로 하여금 악덕 업주로 욕을 먹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의 행위로 원고는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2)

또한 피고가 C과 D 등에서 일하는 동안 지급받은 일당 15만 원에는 분할하여 지급받기로 한 5만 원의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는바, 그동안 피고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26,550,000원(= 일 50,000원 × 531일)에 이른다. 그럼에도 피고는 퇴직 후에 별도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진정과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이 퇴직금 명목으로 일당에 포함하여 지급받은 돈은 법률상 원인없이 취득한 것이다.

3)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원고의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손해배상 및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26,550,00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불법행위 손해배상 주장에 관하여

가)

불법행위에 있어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의 존재 및 그 행위와 손해 발생과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는바(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227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원고 주장의 정신적 고통 등을 주는 위법한 행위를 한 점과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나)

살피건대, 갑 제1, 2, 6, 9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C에서 퇴직한 이후로, C을 상대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서 원고를 C의 사업주로 기재한 사실, C의 대표자를 원고로 기재하여 중부 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퇴직금 체불 등을 이유로 진정 및 고소를 한 사실, E, F, G, H이 ‘피고가 일당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받았으면서도 퇴직금, 해고수당 등을 받아내기 위하여 거짓말로 노동위원회 등에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원고가 일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등의 소문을 퍼뜨려서 원고에게 피해를 입혔다.’라는 취지의 각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호증, 을 제1 내지3,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까지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어떠한 불법행위, 즉 법률에 위반되거나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 D는 원고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이고, C에서도 피고에게 직접 일을 시킨 것은 대표이사인 I가 아니라 원고로 보인다. ㉯ 원고는 피고의 퇴직금 청구와 관련하여 자발적으로 D뿐만 아니라 C의 입장까지 대변하는 내용증명을 원고 개인 명의로 피고에게 발송하였다. ㉰ 원고는 피고가 원고뿐만 아니라 C이나 그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 대표이사인 I에 대해 진정을 한 사건까지 포함하여 노무사 비용을 지급하고, 세금계산서를 원고 개인 명의로 발급받았다. ㉱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C은 특별한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상당하고, 특히 근로자였던 피고 입장에서는 원고를 C의 실제 운영자로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

②

㉮ 피고가 C의 대표자를 원고로 기재하여 퇴직금체불 등을 이유로 진정 및 고소를 한 사건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원고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으나 위 I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약식기소하였다. ㉯ 피고는 위 수사결과를 기초로 2021. 5.경 C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광주시법원(이하 ‘광주시법원’이라 한다)에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광주시법원 2021가소43609), 광주시법원은 2022. 4. 7. ‘C은 원고에게 퇴직금 6,415,042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피고 승소판결을 하였다(다만 위 사건은 C이 항소하여 현재 수원지방법원 2022나68404호로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위 ①항의 사정과 함께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를 C의 대표자로 기재하여 퇴직금 체불 등을 이유로 한 진정 및 고소를 한 것은 근로자로서 권리행사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

③

C을 상대로 한 피고의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는 피고가 상용근로자인지 여부와 퇴직 경위(자발적 퇴직 여부), C의 실제 경영자가 원고인지 I인지 여부에 관하여 근로자인 피고와 사용자를 대리한 원고의 주장이 대립하였다(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위 사건에서 2020. 10. 15. C의 실제 경영자가 누구인지 여부나 피고의 퇴직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피고를 상용근로자가 아니라 일용근로자로 보아 해고된 것이 아니라 일용계약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구제신청 기각결정을 하였다).

④

원고는 2021. 1. 22. 경기광주경찰서에 피고가 거짓으로 퇴직금과 해고수당을 받으려고 노동위원회에 자신을 무고하고, 돈을 제대로 지급해주지 않는다는 등 여러 거짓 소문을 내고 다녀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내용으로 고소하였으나,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무고죄나 명예훼손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⑤

E, F, G, H의 각 확인서는, ㉮ 그 주된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피고의 평판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의견으로 보이는 점, ㉯ 그 내용에 부합하거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퇴직금 분할 약정과 관련한 부당이득반환 주장에 관하여

가)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피고가 C과 D 등에서 기사로 일하면서 일당 15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당 중 50,000원씩의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받기로 하는 원고 주장의 퇴직금 분할 약정과 관련한 근로계약서나 약정서 등의 처분문서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원고는 다른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는 제출하면서도 피고와의 근로계약서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달리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당 150,000원 중 50,000원은 퇴직금을 미리 지급받는 것’으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성립 또는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염기창(재판장) 김문성 정승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