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G병원이 의료인이 아닌 H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면, 피고인이 위 병원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업무수행을 담당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G병원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사무장병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G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 피고인은 위법한 처분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급여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서 책임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사용자 지위의 존부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1199 판결).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원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사업경영담당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자백하였다.
피고인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고 한다)의 각 퇴직일부터 14일이 경과한 때에도 의료법인 C의 이사장으로 재직하여 왔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각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C G병원의 이사장으로 피고인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모두 피고인을 사용자로 하여 관계 노동관서에 진정하였다.
H이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정은, H이 G병원의 사업주로서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는지 여부와 관련된 내용일 뿐, 피고인이 사업경영담당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책임조각사유의 존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649 판결). 또 위와 같이 임금이나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까지 삼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그러한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확실히 강제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위와 같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원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8년 11월분 임금부터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피고인은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가 해결되면 임금 등을 지급하겠으니 기다려달라고 말한 점,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의 말을 믿고 근무하던 중 2019. 1. 31.경 G병원이 운영을 종료하자 피고인을 관계 노동관서에 진정한 점, 피고인은 그때까지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체불된 임금 등을 변제하겠다고 막연하게 말했을 뿐 구체적인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거나 성실하게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던 점을 종합하면, 설령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가 위법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당심에서 C 소유 부동산의 경매를 통하여 피해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임금 등의 대부분을 변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 근로자의 수(36명), 체불된 임금·연차수당·퇴직금의 규모(합계 415,288,020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원심은 피고인이 체불 임금 등의 지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충분히 참작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전과,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보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영훈(재판장) 정승화 손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