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5. 13.부터 2023. 2. 1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E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근로자들은 1999. 2.경 B단체 F지부 G 노동조합(이하 ‘소외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을 설립하였고, 원고는 소외 노동조합 설립 이래 조합장으로 지내다가 2018. 9. 30. 소외 회사를 퇴사하였다.
원고와 소외 노동조합은 2018. 10. 8. 아래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고(이하 아래 각서의 약정을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 2018. 10. 17. 소외 노동조합의 조합장 예금계좌에 1억 원을 지급하였다.
소외 노동조합은 2019. 6.경 원고가 소외 노동조합의 조합장으로 근무하면서 조합비를 횡령하거나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며 화성서부경찰서에 원고를 업무상횡령,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하였다.
원고는 수원지방법원에 소외 노동조합을 상대로, 소외 노동조합이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약정 해제 및 원상회복 청구의 소(이하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21. 10. 28.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외 노동조합은 원고에게 1억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2021가단526650, 이하 ‘선행 판결’이라고 한다).
위 선행 판결에 대하여 소외 노동조합이 항소하였지만 항소심 법원은 2022. 10. 13. 소외 노동조합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21나97665), 위 선행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B단체 C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상위조합’이라고 한다)은 2021. 3. 8.경 피고에게 ‘이 사건 상위조합 D지부’로서의 지부인준필증을 교부하였고, 소외 노동조합은 2021. 3. 12. ‘초기업 노동조합 산하 지부 가입’으로 인한 간주해산을 해산사유로 하여 화성시에 해산신고를 마쳤다.
원고는 2023. 12. 28. 선행판결의 정본에 대하여 피고를 소외 노동조합의 변론종결 후 승계인으로 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으나, 피고가 이에 이의하자 수원지방법원은 2024. 5. 8. 피고를 소외 노동조합의 변론종결 후 승계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위 승계집행문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호증, 을 제2,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소외 노동조합의 승계인이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의 주장에 따르자면, 이 사건 소는 이미 소외 노동조합에 대한 승소의 확정판결이 있은 후 승소한 당사자가 다시 제기한 후소이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 나아가 선행판결은 최초 피고를 상대방으로 하여 제기되었다가 제1심 판결 선고 이후 원고가 당해 소송 피고를 이 사건 피고에서 (이미 해산된) 소외 노동조합으로 당사자 표시정정신청을 하였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으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제1심 판결을 선고받은 후 피고를 상대로 한 소를 취하한 것과 다름 아니어서 재소금지의 제재를 받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여러모로 부적법하다.
판단
먼저 이 사건 소는 승소한 당사자가 제기한 후소라서 소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2021. 3.경 소외 노동조합을 승계한 것으로 보더라도 (선행판결) 변론종결 후 승계한 것이 아니고, 원고는 선행판결의 정본에 대하여 피고를 소외 노동조합의 변론종결 후 승계인으로 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지도 못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여전히 선행판결의 기판력을 받지 않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
다음으로 재소금지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주장과 달리 선행판결에 관한 소송은 피고를 상대방으로 하여 제기되지 아니하였으므로(1심판결의 피고명은 ‘B단체 F지부 G 노동조합’으로 피고의 명칭과 상이하다), 원고가 당사자 표시정정을 한 것을 두고 피고를 상대로 한 본안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안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제8호,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조직형태의 변경을 의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규정은 노동조합의 해산·청산과 신설 절차를 밟지 않고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근로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의 설립이나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단위노동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으로 편입되는 것은 노동조합법이 예정하고 있는 조직형태 변경의 한 유형이다. 이처럼 조직형태가 변경된 경우 산업별 노동조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위노동조합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승계한다(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5두1175 판결). 노동조합이 존속 중에 그 조합원의 범위를 변경하는 조직변경은 변경 후의 조합이 변경 전 조합의 재산관계 및 단체협약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조직변경의 효과에 비추어 볼 때 변경 전후의 조합의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등 참조).
소외 노동조합과 피고의 관계
소외 노동조합의 명칭은 ‘B단체 F지부 G 노동조합’으로 피고의 명칭과 유사하다. 앞에 ‘B단체 F지부’라는 말이 있기는 하나 자신이 소속된 연맹을 밝히는 수식어에 불과하고 소외 노동조합의 본질은 ‘소외 회사의 노동조합’이다. 반면 피고는 ‘B단체 C 노동조합 D지부’로, 마찬가지로 소속된 연맹을 밝히는 수식어를 제외하면 피고의 본질은 지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이 사건 상위조합의 산하 지부’의 일종으로, 특히 소외 회사의 근로자들이 속한 지부이다. 전자는 소외 회사의 노동조합 즉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나, 후자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기업별 지부이다.
원고는 소외 노동조합이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피고가 되었으므로 권리·의무가 모두 승계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소외 노동조합이 해산되었고, 소외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이 사건 상위조합의 D지부를 설립·가입하는 방식으로 피고가 신설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 5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소외 노동조합은 2021. 3.경 산업별 노동조합의 기업별 지부인 피고로 조직형태를 변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2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해산과 조직형태 변경은 모두 총회의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른 의결을 필요로 하는데, 소외 노동조합 총회(또는 대의원회)에서 2021. 3.경 해산 또는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라고 한다)가 있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으나, 그 결의에 관한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여 의안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상위조합은 ‘산하조직들이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로 조직형태 변경을 해야 산업별 노동조합이 완성되므로 조직형태 변경절차를 완료하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노동조합이 총회를 열기에 이른 것이므로, 안건의 제목은 조직형태 변경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결의로 이후 이 사건 상위조합의 별도 지부창설행위나 소외 노동조합의 기존 조합원들이 새롭게 지부를 창설하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수년간 독자적으로 단결권 등을 행사했던 소외 노동조합의 조직, 대표자, 구성원(자료는 없으나 사무실, 집기 등 노동조합 관련 재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을 그대로 유지한 피고가 이 사건 상위조합의 지부로 곧장 가입인준을 받았다. 이에 관하여 이 사건 상위조합도 피고에 관하여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지부로 가입되었다’고 여러 차례 표현하였다.
그 후 소외 노동조합은 2021. 3. 12. 화성시에 ‘간주해산’ 신고를 하였으나 그 이유에 ‘초기업 노동조합 산하 지부가입’이라는 내용을 기재하였는데, 소외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적 관계를 종료하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조직형태 하에 그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사가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소외 노동조합은 청산절차를 별도로 거친 적도 없다.
이 사건 상위조합 규약은 이미 조직된 노동조합은 조직형태 변경 후 지부 가입인준 절차를 통해 그 소속 조합원들이 자동 가입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기에(규약 제9조, 제97조), 피고의 경우 2021. 3. 8. 지부인준필증을 교부받은 외에 그 무렵 피고 소속 조합원의 별도 가입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 상위조합이 2021. 6.에서야 인정보 활용 및 이용 동의를 받기 위한 목적에서 전조합원의 가입원서를 교부받기는 하였으나 그때로부터 가입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며, 그 과정에서도 ‘조직형태를 변경한 지부’와 ‘조직형태 변경을 통하지 않은 지부’를 구분하여 가입원서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피고는 ‘조직형태를 변경한 지부’의 예에 따라 가입원서를 제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결의가 있는 이후인 2021. 4. 30.경 소외 노동조합을 피고로 하여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소외 노동조합과 피고 대표자인 H는 2021. 5.경 소외 노동조합의 대표자 지위에서 ‘소외 노동조합의 정확한 명칭은 피고이다’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관련소송의 제1심 소송위임장 위임인에 피고의 명칭이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1심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소외 노동조합이 해산되었다고 주장한 바는 없고, 오히려 2021. 10. 28. 제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위 사건의) 피고는 소외 노동조합과 (이 사건의) 피고를 구분하지 아니한 채 ‘형사고소만으로 약정불이행으로 보아 이 사건 약정을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을 뿐이다. 이는 피고조차 소외 노동조합의 종전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그대로 승계받았음을 전제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사건 약정의 해제 및 원상회복 범위
그렇다면 피고는 2021. 3.경 소외 노동조합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정에 관한 소외 노동조합의 권리·의무도 승계하였다.
한편 이 사건 약정에 관한 소외 노동조합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되어 그 약정이 해제되었는지는 이미 확정된 선행판결에서 판단된 법률관계인 데다가,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다투고 있지 아니하므로 선행 판결의 판단에 따른다.
다만 관련 소송은 원고가 이 사건 피고를 상대로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한 것이 아니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소외 노동조합에게 교부하였던 1억 원과 이에 대하여 그 금원 지급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1. 5. 1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2023. 2.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기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