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나5484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한다.

3.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비용은 원고 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승계참가취지

1.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31,691,702원 및 이에 대하여 2021<1>. 7. 29.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승계참가취지

피고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6,932,22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2. 11.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고, 피고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및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영리법인이다.

나.

망인은 2019. 7. 1.부터 피고의 버스기사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2020. 7. 29. 11:35경 피고의 광역버스(차량번호 1 생략)를 운행하던 중 경부고속도로상행선 편도4차선 도로에서 진행방향 전방의 차량을 추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 승계참가인으로부터 2021. 3. 25.부터 2023.

11.까지 합계 6,932,220원의 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8 내지 10, 13, 16호증, 갑나 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및 원고 승계참가인 주장의 요지

1)

피고는 망인의 사용자로서 운전업무를 하는 망인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게 하고 휴게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등 안전을 배려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다.

2)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에 따라 망인에게 매분기 6시간 이상의 법정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위반하였다.

3)

피고의 위와 같은 근로계약상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되었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와, 원고에게 지급한 유족연금액에 한하여 원고를 대위하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피고의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 위반 여부

갑 제1, 5, 7 내지 10, 13, 15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망인으로 하여금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등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및 원고 승계참가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망인은 2019. 7. 1. 피고 회사에 입사한 이래 D대학교에서 양재역을 왕복하는 운전 업무를 수행해왔는데,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2020년 6월에는 13일, 7월에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0. 7. 29.까지 13일을 각 근무하였고, 운행 횟수는 하루 4~5회, 버스 운행 시간은 2020년 6월에는 하루 평균 12.59시간, 7월에는 하루 평균 12.44시간으로 동일 노선 운행을 담당한 다른 근로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원고는 망인의 위 근무시간에 관하여,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BIS)에 등재된 전산정보는 단지 망인의 시외 노선버스 운행시간만을 나타낼 뿐 실제 망인의 근로시간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하루 운행은 대기시간 없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왕복 1회 운전 후 약 1시간 정도 대기하는 시간이 주어졌으며, 그 대기시간은 대부분 근로자들의 휴식을 위해 사용되었다.

원고는 위 대기시간을 근로기준법 제54조가 규정하고 있는 휴게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참조), 피고의 근로자들이 대기시간 동안 차량 점검, 청소, 연료 주입 등의 업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가 대기시간 중에 망인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망인을 지휘․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도 대기시간에까지 피고의 지휘, 감독권이 미친다고 볼 만한 규정 역시 없는 점, 도로 사정 등으로 버스운행이 지체되어 배차시각을 변경하여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피고가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활용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감독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도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대기시간이 통상적으로 그다지 짧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버스운전기사들이 대기시간을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근로자들의 대기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③

망인이 2019. 7. 1. 피고 회사에 입사한 이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날까지 위와 같은 근무형태에 별다른 변동은 없었고,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0. 7. 29. 직전에는 2020. 7. 26. 근무를 한 후에 이틀간 휴무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 무렵 망인의 업무 부담이 특별히 가중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또한, 망인이 근무 형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근로를 거부하는 등으로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④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담당하여 운전한 차량이 아닌 다른 차량을 배차 받아 익숙하게 운전조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나, 피고는 폐차 및 노후차량 교체 등의 이유로 망인에게 기존차량보다 신차를 배차해 준 것이었고, 이 사건 사고는 위 차량의 첫 번째 왕복 운행을 종료한 후 두 번째 왕복 운행 중에 발생한 사고였으며,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작성된 교통사고사실확인원(갑 제10호증)에도 사고원인이 망인의 ‘안전운전의무위반’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배차행위와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재해보상이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에게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의 법정안전보건교육 실시의무 위반 여부

을 제11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사단법인 E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 등에서 정한 사업주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설령, 위 법에 정한 정기적인 안전보건교육에 다소 미흡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 및 원고 승계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도 더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오연수(재판장) 김태흥 정영훈

각주1) 사고발생일인 2020. 7. 29.의 오기로 보이나, 원고는 소장 청구취지 및 항소장 항소취지에서 모두 이와 같이 기재하였으므로 이를 그대로 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