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의 범위
전부 무죄판결에 대하여는 그 중 일부 공소사실만을 특정하여 상소할 수 있으므로 항소대상이 되지 아니한 부분은 심판할 수 없다(대법원 1973. 7. 10. 선고 73도142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고, 검사는 원심판결 중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에 관해서만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은 항소대상이 되지 않은 무고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은 심판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피고인이 간단한 조치만으로 개인정보의 유출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개인정보를 유출한 이상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노무법인 F으로 하여금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에 공소사실 제1항 기재 서류(증거기록 79, 90, 92 내지 123쪽 참조)를 제출하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제출케 한 서류 중 일부는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피고인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일부 서류를 제출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떠한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할 것인바,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참조).
살피건대,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인정보 보호법'이라고만 한다) 제17조 제1항 제2호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5호, 제39조의3 제2항 제2호, 제3호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제3호는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제5호는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39조의3 제2항 제2호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제공에 따른 요금정산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같은 항 제3호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위와 같이 법령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학원강사로서의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이 'E' 학원의 강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근로자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하여 노동청 근로감독관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보충일지, 강의시간표, 진도계획표 등의 서류(이하 '이 사건 서류'라고 한다)를 제출한 것으로서 그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를 위하여 학생들의 성명, 학년뿐만 아니라 그 학생들의 성격 및 학습태도, 학업능력 및 수준 등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 정보주체의 권리침해 정도가 큰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된 이 사건 서류를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하였는바,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근로자성을 인정받거나 그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는 이익이 그로 인하여 침해되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보다 상대적으로 앞선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서류가 피고인의 업무 내용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개인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만으로도 피고인의 근무 내용 및 근무 시간 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기숙사, 그 밖의 부속 건물을 현장조사하고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하여 심문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근로기준법이나 그 밖의 노동 관계 법령 위반의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바(근로기준법 제102조 제1, 5항,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학생들의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은 필요한 경우 근로감독관의 수사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의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나 자료 제출 요구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히 밝혀질 수 있었다. 피고인으로서도 증거보전의 신청이나 재판 과정에서의 사실조회신청, 문서송부촉탁신청 등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방법을 통해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현출시킬 방법이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서류에 기재된 학생들의 성명을 가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학생들의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서류 일체를 무분별하게 유출한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보충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보충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피고인의 행위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