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었지만 피고인은 본래 이 사건 회사와는 별개의 회사인 양주시에 본 점을 두고 있는 ‘주식회사 D’(이하 ‘양주 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의 영업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행한 일은 위 양주 D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와 체결한 거래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행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사건 회사와 관련된 일은 모두 AE이 주도한 것이며, 이 사건 회사에서 피고인은 AE의 지시를 받아 사무를 처리하는 등 근로자와 같은 지위에 있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라고 볼 수는 없는바, 이와 달리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고,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AE과 함께 이 사건 회사의 공동사업주이거나 적어도 AE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은 경영담당자 내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 AE을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AF에 마스크를 납품하는 사업을 AE과 함께 영위하기로 협의하고 자신 명의로 상호를 ‘AM’로 하는 개인사업자등록을 하였다가 2020. 7. 14. 이 사건 회사를 설립하였고,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상법 제389조 제1항, 제3항, 제209조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표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게 된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발행주식 1,000주 중 340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AE의 사촌동생인 AG이 330주를, AE의 자녀인 AH이 330주를 각 보유하고 있다.
이 사건 회사가 공장으로 사용하는 인천 서구 B건물 C호, AI호는 피고인이 자신의 명의로 분양을 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이다.
피고인은 2021. 1. 8.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서 이 사건 회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 건에 관하여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이 사건 회사의 대표를 피고인 본인으로 소개하면서, 이 사건 회사의 설립경위, AF와의 마스크 납품계약 체결 경위, 이 사건 회사의 공장 분양 경위, 근로자별 미지급 입금액 및 미지급 임금 총액, AF로부터 받은 대금의 사용내역, 이 사건 회사 사업장 가동 및 운영 현황 등에 관하여 이 사건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지위에 있는 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도 상세하게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진술한 내용을 모두 사전에 AE이 지시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AE의 사전 지시만으로 위와 같은 이 사건 회사의 운영 전반에 관한 조사관의 질문에 대하여 자세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 회사가 체결한 각 마스크 공급계약서에는 모두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자 지위에서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회사 근로자 E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임금 미지급과 관련하여 근로자들이 전체적으로 모여 지급방안을 논의할 때 피고인이 마스크 매매계약이 이루어지면 그 계약금으로 체불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전체적으로 공지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E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사장 역할을 하였다. 피고인이 마스크 재료를 카니발에 싣고 이 사건 회사에 와서 재료를 공급하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사건 회사의 운영진은 AE, AE의 가족, 피고인이다. 평소 회사 근로자들이 피고인을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피고인이 등기부상 대표로 등재되어 있어서 그와 같이 부른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지나가면 근로자들이 저 분이 대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또 다른 근로자 F도 원심 법정에서 “채용 면접 자리에 피고인이 AE과 함께 있었으며, AE이 피고인에게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임금 미지급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피고가 근로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이 사건 회사 대표이고, 형(AE)도 있지 않느냐, 며칠까지 급여를 못 받으면 자신이 사비라도 주겠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바이어들에게 이 사건 회사의 물건을 소개하면서 같이 제품을 만져 보고 하는 것을 보면 피고인이 사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도2910 판결은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으로서, 앞서 본 객관적인 자료들 및 관련자들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운영 전반과 근로자들의 관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므로, 위 판결이 판시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 근로자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액은 합계 1억 5,900만 원에 이르는 고액이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AE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에 관하여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AE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어 범행 후의 정황 역시 좋지 않다.
다만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이 사건 회사의 도산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체불임금 중 162,953,880원을 도산대지급금으로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법령에 따라 사업주인 피고인을 대신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체불임금을 대납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하여 노력을 기울인 사정으로 볼 수 없어 유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하지 않는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경력,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