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6. 1. 14. 선고 2024구단15989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0. 1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4. 5. 21.경부터 B 주식회사의 안성시 C건물 신축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건설일용직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5. 5. 28. 05:05경 전기자전거(이하 '이 사건 PM'이라 한다)를 운전하여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기 위한 수원 남문시장 집결지로 이동하던 도중 수원시 팔달구 D 앞 도로를 팽나무고개삼거리 방향에서 교동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였는데, 좌측 골목에서 팽나무고개삼거리 방향으로 우회전하려고 진입하던 화물차(이하 '상대방 차량'이라 한다)의 우측 범퍼 부분과 이 사건 PM 좌측면이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는 이 사건 PM을 운전할 수 있는 운전면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좌측 제1족지 근위지골 골절, 좌측 제5족지 원위지골 골절, 좌측 제2, 3중족골 골절, 좌측 발 압괴상, 좌측 발 연조직 괴사'(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24. 6. 17.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마.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4. 10. 10. "사고 당시 원고가 무면허 상태로 운행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바, 이는 이는 도로교통법(무면허운전)위반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1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산재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산재보험제도의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위 조항이 규정한 '범죄행위'는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을 말한다. 이 사건 사고는 그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원고가 무면허운전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하여 곧바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업무상 재해 배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배치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과 법리

1)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이라는 표제 하에 제1항에서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업무상 사고'에 관하여, 제2호에서 '업무상 질병'에 관하여, 제3호에서 '출퇴근 재해'에 관하여 각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참조),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근로자의 무면허운전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근로자가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의 취지 참조).

3)

한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적으로 되었음을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하여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이 있는 경우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에 따른 위반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례의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이를 운전시 지켜야 할 중대한 의무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관계 규정의 입법 취지는 업무상 재해의 배제사유를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입법 취지와 다르므로 운전자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두41429 판결 취지 참조).

다.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임이 명백하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설령 이 사건 사고 발생 과정에 원고의 도로교통법위반의 범죄행위나 업무상 과실이 일부 기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인 원고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건설일용직 근로자로서 원고가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으며, 이와 배치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그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이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등에 따른 부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 외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우연성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대법원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조항에서 '범죄행위'는 법문 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고 재해의 직접 원인이 되는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적용함이 옳다.

2)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본래 업무인 건설일용직으로 근무하기 위해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고, 원고가 인력사무소 팀장의 승합차로 다른 일용직 근로자들과 함께 출근하기 위하여 이 사건 PM을 운전하여 위 승합차에 탑승할 집결지로 이동을 한 것도 통상의 업무수행 방법이었다. 또한 이 사건 사고는 통상적인 출근 경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그 사고 장소가 출근과 전혀 무관한 장소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한편 이 사건 사고 발생 과정에 다른 업무 외적인 동기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3)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미 약 1주일 동안 위와 같이 위 집결지까지 이 사건PM 운전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였던 점 및 이 사건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운전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는 이 사건 PM을 운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의 무면허운전 행위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4)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교통사고사실확인원(갑 제3호증)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진행방향 좌측에 이면도로와 대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진입을 시도할 수 있는 차량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그대로 통과하려던 행위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하나의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사정이그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작 상대방 차량의 운전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어 원고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상대방 차량 운전자가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정도도 결코 가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업무상 과실과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6)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편도 2차로의 2차로와 진입로의 교차 지점으로서서 시야에 장애가 없는 곳이었고, 이 사건 사고는 새벽 05:05경 발생하였는바, 그 시간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사고 장소 부근을 지나는 차량은 별로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무면허운전을 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애초에 원고의 무면허운전은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고가 발생한 시간대와 사고 장소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와 같이 새벽 시간에 개인용 이동수단을 운전하여 출근을 하는 근로자에게 있어 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조금이라도 게을리 하였을 경우 도로 여건이나 교통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하여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판사 박상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