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들은 김포 I 오피스텔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E로부터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E이 파산한 이후 주식회사 J(이하 'J'이라 한다)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사로 변경된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였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그로부터 14일 이내에 피고인에게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들이 이 사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이유는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인 E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고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한다. 피해자들이 실제로 근무한 일수는 피해자 D 18일, K17일, F 18일, L 9일이고, 피해자들의 실제 일당은 230,000원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액은 14,260,000원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금액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 점(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7071, 107088 판결 등 참조), ② 피해자들과 E 사이의 근로계약서는 E이 형식적으로 직영공사인 것으로 보이는 외관을 창출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견출팀에 소속되어 작업을 하였고, 피고인을 공사의 책임자이자 사업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고, 피해자들의 근로내역을 작성하여 이를 토대로 E로부터 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용자로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해자들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해자 F, K, L로부터 위임 받아서 피고인에 대하여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피해자 D은 수사단계 및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해자들에게 임금, 근무장소, 근무시간, 업무 내용을 정해 주었고, 공사 현장에 투입시키고 업무상 지휘·감독을 하였으며, 피해자들의 공수를 관리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던 M은 피해자 D이 피고인 소속 팀원으로 공수도 피고인이 총괄하여 제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J의 대표이사였던 N는 이 사건 공사의 견출공 4명이 피고인 팀 소속이었고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해주지 않자 J이 공사를 진행한 시점부터는 피해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목록 순번 15번 전화등사실확인내용), 위 M 및 N의 진술은 피해자 D의 진술 내용과 부합한다.
피고인도 수사단계에서 현장 업무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직접 주문해주었고, 피해자들의 근무 일수를 기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검사 증거목록 순번 10번 피진정인 진술조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서산출장소 사건처리결과 회신(피고인 제출 증거목록 순번 2번)에 의하면 노동청에서도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고인을 E의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 E과 물량도급 등으로 공사를 진행한 별도 사업자라고 판단한 사정을 확인할 수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는지 여부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피해자들은 E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고 J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사로 변경된 이후에도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계속 일하였으나, E이 시공사였던 시기인 2023. 4. 1.경부터 2023. 5. 17.경까지 근무한 이후 일을 중단하였다가 2023. 7. 1.경부터 J 밑에서 근무를 개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검사제출 증거목록 순번 13번 진정인 진술조서(2차)], J이 이 사건 공사를 맡은 이후에는 J이 직접 피해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근로관계는 2023. 5. 17.경 종료되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른 금품청산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에게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1도20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도969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원청업체인 E의 파산으로 인하여 피고인도 E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장래의 변제계획을 제시하는 등 협의를 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으로 인해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미지급임금액 액수에 대한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들의 임금 합계 19,250,000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해자들과 E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9번 내사자료 입수보고 중 제2쪽, 제27쪽, 제53쪽, 제69쪽)에 의하면 피해자들의 임금은 250,000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2023년 5월 일용노무비 지급명세서(검사제출 증거목록 순번 9번 내사자료 입수보고 중 제95쪽)상의 노무비 단가로 책정된 금액과 일치한다.
피해자 D은 수사단계에서 피해자들의 일당이 250,000원이었고, 이 사건 공소사실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자 D, F, K은 각 5,500,000원, L은 2,75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관련 자료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서산출장소에 제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5번 진정인 진술조서).
체불 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피고인 제출 증거목록 순번 1번)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F가 이 사건 공소사실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5,500,000원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피해자들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9번 내사자료 입수보고)을 더하여 보면 위 피해자 D의 진술은 신빙할 만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노무비총액이 2023년 4월경 피해자 D, F, K이 각 690,000원, 2023년 5월경 피해자 D, K이 각 3,680,000원, F가 2,760,000원, L이 1,840,000원이었다는 내용의 지급명세서(피고인 제출 증거목록 3번 중 제1, 2쪽)를 제출하였으나, 이는 위 피해자 D의 진술이나 다른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고, 피고인이 임의로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미지급 임금 합계액(약 1,900만 원)이 적지 않은 점,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였고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였으며,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바 범행 후의 정황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이 사건 범행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그 형을 정하였다.
살피건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이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로 보이고, 그 밖에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원심이 든 유리한 정상 및 불리한 정상에다가,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및 경제적 형편,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미주(재판장) 김규완 이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