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6. 3. 27. 선고 2025노6008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이 독립된 하수급인의 지위에서 인부들을 고용한 것이라면 공사대금의 총액 내부에서 인부들의 노임을 정산하였을 것임에도 피고인 운영 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가 인부들의 노임을 직접 지급하였던 점, 피고인은 당초 D의 근로자성에 대해 다투지 않다가 2024. 7. 5. 조사 당시부터 이를 다투기 시작한 점, D은 일당제로 노임을 지급받은 점, 피고인은 현장소장을 통해 D에 대하여 지속적이고 상당한 업무 지시를 하였던 점, 피고인 회사가 공사에 필요한 비품, 자재를 제공하였던 점, D은 마무리 공사만 수행하여 석공사의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사에 따른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D의 근로시간이 지정되어있었고, 피고인 회사가 점심 식사를 제공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D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피고인 회사는 2023년경 주식회사 E와 사이에 근린생활시설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23. 2. 20. 공소외 F과 위 공사 중 석공사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공사기간 2023. 3. 2.부터 2023. 3. 30.까지로 정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F은 그 무렵 이 사건 공사에 착수하였으나, 2023. 5. 26. 공정이 약 90% 진행된 상태에서 본인의 귀책사유로 공사를 중단하였다.

다)

피고인 회사는 그 직후 G와 사이에 G가 2023. 6. 2.부터 위 공사 잔여 부분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하였다.

라)

그런데 G가 아니라 D이 2023. 6. 2.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나와 피고인 회사측에 G 대신 자신이 잔여 공사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선금 지급을 요구하였다.

마)

피고인 회사는 2023. 6. 5. D의 요구를 받아들여 D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바)

D은 스스로 데려온 인부들과 함께 잔여 부분 공사를 하였고, 공사 과정에서 인부를 교체하기도 하였는데, 인부 선정 및 교체 과정에서 피고인 회사와 따로 협의하지 않았다.

사)

피고인 회사는 D과 그 인부들의 출퇴근 시간을 지정하지 않았다. 피고인 회사는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였으나, D과 인부들에게는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2)

원심은, 위 인정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회사는 당초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F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F이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의 계약 형식을 근로계약으로 변경하여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고,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사전 고지 없이 찾아온 D과 그 당일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미리 지급하는 것도 다소 이례적인 점, ② 피고인 회사가 D의 인부 선정과 교체에 관여하지 않았고, 직접 고용한 근로자들과 달리 D과 그 인부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피고인 회사의 현장소장이 공사 현장에 상주하며 D에게 공사 진행 방향 등을 알려 주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공사도급계약에서도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공사 진행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수시로 협의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도6086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다77805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용종속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노동관계법에 의한 보호필요성도 고려하여야 하며,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관한 여러 징표 중 근로조건에 관한 일부의 사정이 결여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두1393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D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인 회사에 종속되어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D에게 14일 이내 임금 2,005,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부분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근린생활시설 공사 중 석공사 부분(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서 기존 시공자인 F이 약 90%가량 공사를 진행하다가 중단하자, 남은 공사를 수행할 인력으로 D 등을 투입하였고, D은 자신의 팀을 데려와 이 사건 공사중 남은 부분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D이 지급받는 보수의 성격에 관하여 본다.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D이 지급받기로 한 돈은 공사의 완성이라는 결과물에 대한 대가라기보다 제공된 노무 자체의 대가로서 근무일수에 따른 급여(일당)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기록상 피고인과 D 사이 공사의 전체 물량, 구체적인 완공기한, D이 지급받을 공사대금의 총액 등을 정하였다고 볼만한 도급계약서, 합의서, 대화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는 확인되지 않고, 피고인도 스스로 'D과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D이 석공반장으로 석공사 마감 공사를 맡아 며칠 내(2~3일)로 일을 끝내기로 했다.'라는 취지로만 진술한다(증거기록 순번 5번 14쪽, 순번 13번 43쪽). 또한 D이 독립된 하수급인으로서 총액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도급대금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사후정산을 전제로 노무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거래관념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즉, D은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남은 부분을 마무리하는 공사에 투입되면서, 투입 인원, 진행기간 등과 무관하게 일당제로 공사를 수행하는 기간만큼 제공한 노무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2)

D은 '공사를 마치면 총 해서 얼마를 주겠다는 게 아니고, 소요된 기간에 따라 일당을 받기로 했다. G로부터 공사를 소개받을 때 공사 진행기간이나 공사에 필요한 인원수에 대한 말을 듣지 않았고, 그것은 제가 현장을 가보고 며칠이 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 며칠 정도 걸리고 몇 명정도 필요하겠다는 것을 정한 건 아니고, 일하는 일수대로 받기로 한 후 마무리해주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라며 근무하는 일수에 따라 일당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공판기록 당심 증인 D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3쪽, 증거기록 순번 8번 30, 31쪽, 순번 16번 52쪽), D과 함께 일한 일용근로자 H은 '임금 산정은 날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D은 저보다 하루 더 일했으니 그만큼의 임금을 더 받아야 한다. H 자신은 D으로부터 일당 23만 원을 받는 것으로 듣고 일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원심 증인 H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2 내지 5쪽). 일용근로자 L은 '현장소장과 구두로 일당 25만 원으로 정하고 일을 시작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순번 18번 92쪽). 위와 같은 D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용근로자들의 진술과 부합하고 객관적인 자료나 상황에 모순되지 않는바,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D이 작성하여 피고인 회사 측 현장소장 I에게 전달한 석공노임지급 현황 서류에 의하더라도, D은 일한 날짜에 일당을 곱하여 임금의 총액을 계산하고 기지급받은 가불금을 공제한 뒤 공사에 들어간 경비를 최종적으로 더하여 정산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고(증거기록 순번 6번 20쪽), 현장소장 I은 이에 대한 다툼 없이 피고인 회사측으로 위 정산서를 송부한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I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8, 9쪽, 피고인이 제출한 2026. 2. 2. 자 I 작성의 사실확인서). 이러한 보수 산정 방식에 비추어 보아도, D이 지급받기로 한 보수는 일의 결과에 대한 대가라기보다 제공된 노무의 대가로 볼 여지가 크다.

(4)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23. 10. 19. 노동청에서 '해당 공사의 경우 시공 면적 약 110평방미터 노임 하도급 단가가 평방미터당 약 35,000원이므로 적정 시공가격은 3,850,000원입니다. 그런데 D이 저희 쪽에 제출한 자료의 총액은 천만 원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라고 진술하고(증거기록 순번 17번 69쪽), 2023. 10. 31. 노동청에서 'D에게 석공사 제곱미터당 35,000원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사실은 협의하거나 합의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순번 19번 91쪽), 2024. 7. 5. 노동청에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하기로 구두계약하였다.'는 취지로 그 진술을 번복하였다(증거기록 순번 13번 43쪽).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 변화 과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공사금액을 정하였다는 것은 피고인이 생각하기에 적정금액이라는 취지로 보이고, 위 적정금액을 D과 직접 협의하였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장소장 I은 2023. 10. 31. 노동청 통화진술에서는 'D이 공사 현장에 왔을 때 현장소장인 I 자신이 D에게 일당이 얼마인지 묻자, D이 반장 25만 원, 일반기공 23만 원, 용역 18만 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사 중간 피고인이 방문했을 때 I 자신이 위 일당을 구두로 보고하였고, 석공사 종료 후 본사에 위 기준으로 지급할 임금을 산정하여 보고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순번 19번 92쪽), 2025. 7. 1. 원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D에게 평방 미터당 35,000원의 하도급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알았다고 대답한 것인지에 관하여) 네.'라고 진술하여 그 진술을 번복하였는데(공판기록 원심 증인 I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3쪽), I이 원심 법정에서 번복한 진술은, I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뒤 변호인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네'라고 답한 형태에 불과한바, 스스로 구체적으로 진술한 수사단계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공사대금 총액을 정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측 진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5)

더욱이 피고인은 D과 같이 일했던 일용근로자 H, L, O, P의 임금을 일당으로 계산·정리하여 직접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위 일용근로자들로부터 진정이 들어와 도의적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통상적인 도급계약의 경우 공사대금의 총액을 지급받는 대표자에게 돈을 지급하고, 그 대표자가 스스로 총액을 인부들의 노임 등으로 분배하게 하는 점, 피고인은 공사대금을 D에게 지급하였으니 D에게 받아야 한다는 등의 다툼 없이 인부들의 노임을 직접 지급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지급 방식은 피고인 회사로부터 직접 일당을 지급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D 진술에 부합한다.

(6)

비록 피고인 회사와 D 사이 근로계약서 작성되어 있지 않는 등의 사정은 확인되나, 이러한 사정은 사용자 측이 임의로 정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나)

D이 임금 등을 지급받은 방식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D은 피고인 회사로부터 공사 초기 일정 금액을 가불받고, 가불받은 돈내에서 필요한 경비, 일용근로자 노임 등을 사용한 뒤 공사를 마치고 이를 사후정산하는 구조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1)

D은 이 사건 공사를 마치기 전임에도 피고인 회사로부터 2023. 6. 5. 100만 원, 2023. 6. 12. 50만 원, 2023. 6. 15. 50만 원을 입금받았다. 위 돈을 지급받은 이유에 관하여, D은 '100만 원을 먼저 가불받은 이유는 선수금이 아니라 경비다. 우리가 기계를 쓰게 되면 소모품이 들어간다. 원래 다이아몬드날이 달린 소모품, 장갑, 식대, 용역회사에서 데리고 온 잡부의 노임, 잡자배 구입비 등 그 경비로 쓰는 것이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총액이나 하루 일당, 잡부, 자재, 식사값도 다 계산해서 그 돈을 공사가 마무리되면 받기로 한 것이다. 가불한 100만 원에서 경비 쓰고, 매일 (사용내역을) 적어서 일 끝나는 날 현장소장에게 (사용내역을) 드렸다. 공사대금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는 일한 대가만 받고 끝나는 거다.', '그 돈은 쓰고 남으면 정산을 하여 돌려주는 것이고, 더 쓰면 나중에 더 받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공판기록 당심 증인 D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2, 4, 5, 8 내지 10쪽, 증거기록 순번 16번 52쪽), 일용근로자 H은 'D이 경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피고인 회사에 200만 원을 요청하였다. 그중 H 자신은 70만 원을 받고, 나머지는 D이 경비로 사용했다.', 'D은 공사를 마치기 전에 일당을 가불받았다. D이 P, O 일당을 준다고 80만 원을 가지고 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한다(공판기록 원심 증인 H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7쪽, 증거기록 순번 17번 77쪽). 이러한 진술의 취지는 D이 경비, 노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는 가불금을 선지급받고, 그 가불금 등을 경비로 사용한 뒤, 남거나 부족한 금액은 추후 정산하기로 하였다는 취지이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 D은 공사를 마친 뒤 일당으로 계산한 인건비, 기지급액, 경비를 계산하여 현장소장 I에게 석공노임 지급현황서를 제출하였고, I은 피고인 회사에게 위 내역을 보고하였다(증거기록 순번 6번 20쪽). 만일 사후정산 방식이 아니었다면, D은 지급받기로 한 공사대금 총액 중 나머지 잔금만 지급받으면 되는 것이므로 D이 위 내역을 정리하여 현장소장에게 넘겼을 때 현장소장이 이를 본사에 보고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즉, 피고인 회사와 D 사이에는 D이 선수금을 받아 자신의돈인 그 선수금 내에서 자유롭게 이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사후 정산을 염두에 두고 100만 원을 가불받아 사용한 뒤 내역을 최종 정산하여 현장소장 I을 통해 피고인에게 이를 보고한 것으로 이해된다.

(3)

나아가 피고인 회사의 지출내역서에는 피고인 회사가 H의 계좌를 통해 D에게 선입금한 돈의 각 지출내역에 'H(석외벽노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순번 17번 65, 73쪽). 이러한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 회사는 당시 위 돈을 전체 공사대금에 대한 선수금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노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일부를 가불해준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공사 자체는 석공사로 특정되어 해당 공사의 수행 경험이 많은 D 등의 전문기술 영역에 해당하고, 그 작업 과정에서 전문가인 D이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였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D은 '석공사하다가 일이 막히면 그때는 현장소장에게 물어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공판기록 당심 증인 D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4쪽), H은 '현장소장 I으로부터 특별한 업무지시는 없었지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했다. 재료를 어떻게 쓰라는 것이다. 석재판을 갖다가 어떻게 쓰라고, 여러 가지로 일을 지시한 것은 맞다. 특별한 작업순서를 정해준 것은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공판기록 원심 증인 H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9쪽), 일용근로자 L도 '현장소장이 일을 시켰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순번 18번 92쪽) 등에 비추어 보면, D은 피고인 회사측이 제시한 도면이나 건축일정, 전체적인 작업순서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지시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D이 전체적인 공사 일정과 관리 체계 안에서 사실상 피고인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를 제공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라)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제한이 있었는지 보건대, 비록 피고인이 D에게 반드시 특정 시간 내에 근무하도록 강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D의 근무시간 역시이 사건 공사 현장의 통상적인 운영시간에 맞추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D이 근무하는 장소는 해당 공사 현장으로 특정되어 있었음이 분명하다.

마)

작업도구 및 자재의 소유 관계에 관하여 보건대, D은 자신의 개인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D은 '우리 기술진들이 가면 개인 기계를 가져가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소모품은 회사에서 다 지급하게 되어 있다. 경비는 소모품 비용으로 썼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공판기록 당심 증인 D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7쪽),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작업도구에 필요한 다이아몬드 칼날 등 소모품은 피고인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그 소모품비용을 경비로 사후 정산하는 구조였던 점, 개인의 작업 도구를 보유하는 것은 전문기술직 근로자에게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개인 소유의 장비가 존재한다는 일부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

바)

D이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나 사용자로서 이익을 얻거나 위험을 부담하였는지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D의 보수는 일당으로 고정되어 있고, D이 공사의 성과에 따라 추가 이윤을 취득하거나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피고인 회사와 D 사이에 처음부터 완공기한, 지체책임, 손실부담 등에 관하여 약정한 사실이 없는 점, 피고인은 'D이 일부러 공사를 지연시켰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는데, 만일 D이 이러한 위험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피고인의 말대로 D이 공사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사기간이 지연되거나 하자가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계약상 책임은 피고인 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즉, D은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라는 사업상의 위험을 부담하는 독립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

한편, D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자신이 직접 보조공 등을 데려온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D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거나 고유의 상호·점포·고용관계 등 자신의 명의로 독자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인부들의 노임은 결국 피고인 회사가 직접 일당 기준으로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D은 'D 자신이 인부들 임금까지 받은 뒤 D 자신이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야지이다. 회사에서 일당을 주는 것이다.'라며 임금 지급의 주체를 분명히 구분하여 진술하고(공판기록 당심 증인 D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3, 4쪽), 인부들의 고용에 관하여도 'O는 용역업체에서 소개를 받았고 기술자들의 보조업무를 하던 근로자로, 일이 필요 없어 나오지 않게 된 것이고 피고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였다.', '팀이 있어야 하니까 D 자신이 다른 직원들도 데리고 왔고, 다른 직원들도 데리고 오겠다고 현장소장에게 이야기했다.'라며 피고인 회사 측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순번 16번 52쪽), (공판기록 당심 증인 D 증인신문 녹취서 요지 7쪽) 등에 비추어 보면, D이 자기 계산으로 인력을 고용해 공사를 수행하고 이윤을 남기는 구조라기보다, 인력 운용 체계 안에서 D은 인부들을 대표하여 현장소장 및 피고인 회사 측과 소통하고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다른 일용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독립된 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

결국,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D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인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2,005,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이상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