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6. 3. 27. 선고 2025노6786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 공동피고인 C, 주식회사 D에 대한 원심판결에 관하여, 위 공동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지 않아 위 부분은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공동피고인들에 관한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고,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피고인 A, 주식회사 B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안전모와 안전대를 비치하였고, 작업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피해자가 현장에 비치된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것인 점, 이 사건 공사 현장은 약 700평 정도의 넓은 부지로 작업자들이 다른 구역에 분산되어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A이 안전모와 안전대를 비치하지 않은데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의 형(피고인 A: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 주식회사 B: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는 산업안전보건법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2도16668 판결 등 참조).

한편,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작업발판의 끝 · 개구부 등을 제외한다]또는 기계 · 설비 · 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해야 한다. 다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모와 안전대의 착용, 추락방호망 등의 설치와 같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공사는 지붕에 올라가 기존에 설치된 천막 위로 새로운 천막을 덧씌우는 것이었다.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일용근로자로 일하게 된 것인데, 이 사건 공사는 기존의 천막이 오래되어 삭아 부분적으로 훼손되어 비가 누수되었기에 진행하게 된 것이고(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21번 2권 86쪽), 그 작업 방식은 작업 인원 4명가량이 기존의 천막 위에서 이동하며 새로운 천막을 덧씌우는 것이므로, 작업 과정에서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기존의 천막이 찢어져 추락할 위험을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점, 피해자가 작업을 수행한 장소(이하 '이 사건 작업장소'라 한다)는 지면으로부터 5.92m 높이에 위치한 곳인 점(2024형제5457 증거기록 순번 54번 2권 29쪽), 피고인 A은 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이 사건 공사의 목적, 내용, 작업장소의 위치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점(2024형제5457 증거기록 순번 55번 2권 41쪽), 피고인 A, 주식회사 H 환경안전팀 팀장 O 및 주식회사 D의 실질적 대표 C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작업의 지휘·관리·감독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6번 2권 18, 19쪽, 순번 18번 2권 62쪽, 순번 31번 1권 10쪽)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은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이 사건 작업장소에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고, 근로자에게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안전모와 안전대를 비치하였고, 작업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피해자가 임의로 이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은 '안전모와 안전대는 제가 현장에 갖다 놓기는 했었다.', '안전모와 안전대는 제가 갖고 다니는 화물차에 5개씩 갖다 놓았었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A이 위 장비를 쉽게 찾고 언제든 착용할 수 있는 장소에 갖다 두었다고 보기 어렵고, 심지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전대는 그 부착설비가 갖추어지지 않아 착용할 수도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 A은 '안전모와 안전대를 개인별로 지급하지 않았고, 안전모나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따로 지시하지 않았다.', '안전모나 안전대 같은 보호구는 보통 사람수대로 제가 챙겨는 가는데, 일일이 지급을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오랫동안 이 일을 한 사람들이어서 "해라", "하지 마라" 지시할 상황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6번 2권 19쪽, 순번 25번 2권 84쪽, 순번 29번 2권115쪽),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함께 작업한 근로자 Q은 '안전모는 현장에 있어서 각자 알아서 착용하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바(2024형제5457 증거기록 순번 69번 1권 36쪽), 설령 피고인 A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안전모와 안전대를 두었더라도, 피고인 A은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위 장비를 착용하게 두었을 뿐, 피해자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착용 지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A이 취한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다)

더욱이 피고인 A은 피해자와 같은 작업장소에서 함께 일하여 뒤늦게 도착한 피해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임을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사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피고인 A은 피해자에게 안전모와 안전대가 비치되어있음을 알려주고 착용하도록 지시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관리 조치도 이행하지 않은바, 피고인 A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이 인정된다.

라)

또한 안전보건규칙 제42조 제1항, 제2항은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그 추락방지 조치로서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스스로 '지붕 위에서 천막 교체 작업시 추락방지를 위해 별도로 조치한 것은 없다. 당시 천막 작업을 하는 공간바닥에는 물건들도 일부 쌓여있었기 때문에 지붕 아래쪽으로 작업발판을 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추락방호망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저희 업체에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안전대는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면 천막에 구멍이 나기 때문에 별도 설치하기는 힘이 든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의 계약금액, 안전조치에 필요한 안전비용의 액수, 공사 기간이나 공간문제에 의해 추락방호망, 안전난간 등 설치하지 않았고, 설치할 수도 없는 구조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6번 2권 19쪽, 2024형제5457 증거기록 순번 55번 2권 42쪽), 피해자 또한 아무런 안전조치나 안전교육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바(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2번 2권 5쪽, 2024형제5457 증거기록 순번 62번 2권 13, 14쪽, 순번 67번 1권 26쪽), 결국 금전적 이유 등으로 당시 이 사건 공사 현장에는 아무런 안전조치도 되어있지 않던 사실이 확인된다.

마)

나아가 피고인 A은 2023. 6. 30경 미리 이 사건 공사 관련 사전 준비작업을 마치기 위해 현장에 방문하였던바,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이를 요구할 기회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33번 1권 24, 25쪽, 순번 18번 2권 61쪽). 그런데 주식회사 H 측의 O가 '피고인 주식회사 B 측에서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하는 말은 안 했다.'라고 진술한 점(2023형제23189 증거기록 순번 18번 2권 63쪽), 기록상 피고인들이 안전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도급인이나 원청에 이를 요구하는 등의 주의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바)

설령 피해자가 늦게 도착하여 임의로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였다는 등의 과실이 피해자가 입은 상해 결과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과실행위는 작위, 부작위를 묻지 않고, 그 과실행위가 결과에 대한 유일한 원인이 될 필요도 없으며, 피해자의 기여 과실이 있어도 원칙적으로 이 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는바(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도11091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이 사건 작업장소에 아무런 안전조치가 되어있지 않은 점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면,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최소한의 점검이나 요구도 하지 않은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및 상해의 발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영향이 없다.

사)

결국, 피고인 A은 추락의 위험이 있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작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모와 안전대 비치 및 착용 지시, 추락방호망 설치 등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피고인 A은 업무상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죄책을 부담하고, 피고인 주식회사 B은 그 양벌규정에 의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죄책을 부담한다.

4.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여 주고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들에게 동종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들이 향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고인들의 담당 업무, 지위, 주의의무 위반 정도, 피해자의 상해 정도,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 원심의 양형은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원심의 양형과 달리 평가할 만한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되, 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각 오기 또는 오류임이 명백한 ①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제5행 '2024. 6. 20.경'을 '2023. 6. 20.경'으로, ② 원심판결 범죄사실 제13행 '피해자 J(남, 59세)은 주식회사 B 소속 근로자이다.'를 '피해자 J(남, 59세)은 주식회사 B과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한 자이다.'로, ③ 원심판결 법령의 적용 중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에서 피고인 A 부분을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3항 제1호(추락방지조치 위반의 점), 형법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상의 점)'로, ④ 원심판결 법령의 적용 중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에서 원심 공동피고인 C 부분을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위반의 점),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상의 점)'로, 각 수정하는 것으로 원심판결을 경정한다.

판사 김종근(재판장) 정창근 이헌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