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채권자들의 신청을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소명된다.
채권자 A노동조합(이하 '채권자 노조'라 한다)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조선, 철강, 기타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채무자 회사는 소재지에서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채무자 회사는 다수의 사내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채무자 회사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
채권자 노조는 채무자 회사의 사내 하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H지회(이하 '지회'라 한다)를 두고 있는데, 채권자 B은 지회의 지회장이고, 채권자 C, D, E, F은 지회의 임원 내지 간부이다.
채권자 노조 및 당시 지회의 간부와 조합원이었던 I, J, K, L, M(아래 결정사항에 한하여 '채권자들'이라 한다)은 2005. 9. 23. 채무자 회사를 상대로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한 채권자 노조의 회사 출입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는데(울산지방법원 2005카합935호), 위 가처분 사건에서 이 법원은 2006. 2. 1.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을 하였고, 쌍방이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 신청의 요지
채무자 회사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구체적·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위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사용자 지위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 회사는 위 근로자들의 사용자로서 채권자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이 사건 결정에 따라 채권자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채무자 회사가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채권자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방해하고 있는데, 이 사건 결정은 채권자 노조의 단결권 행사에 폭넓은 제한을 가하고 있어 이 사건 결정만으로는 채권자 노조의 조합활동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없으므로, 별지 금지를 구하는 행위 목록 기재와 같은 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새로운 가처분을 구하고, 더불어 그 실효성의 확보를 위해 간접강제를 구한다.
판단
피보전권리에 대한 판단
채권자들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채무자 회사가 원청회사로서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사용자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원칙적으로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7누19946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6130, 56147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등 참조). 다만, 그 제3자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행위를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즉, 원청회사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 혹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①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를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② 사내 하청업체의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노동조합의 조직 내지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에 이른 때에는, 원청업체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에서 정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지배·개입행위 금지의무의 수범자로서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위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지배·개입행위'라 함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활동에 대한 침해행위를 총칭하여 일컫는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지배·개입행위 금지의무는 곧 노동조합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보장할 의무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채무자 회사가 앞서 살펴본 요건에 해당하여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지배·개입행위 금지의무의 수범자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 및 그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채권자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채무자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채무자 회사는 사내 하청업체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그 계약에 따른 도급대금을 지급하였을 뿐,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거나 임금구조를 직접 결정한 것은 아닌 점, ② 사내 하청업체들은 그 소속 근로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채권자 노조와 단체교섭 등을 거쳐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 등 제반 노동조건을 직접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사내 하청업체들은 소속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 관리자를 별도로 두고, 자체적으로 업무, 담당 인력, 작업시간과 장소를 계획·편성했던 것으로 보이고, 채권자 회사의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감독행위가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인으로서의 관리·감독행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④ 사내 하청업체별로 별도의 취업규칙을 두고 있고, 휴가·징계 등의 인사관리도 별도로 이루어지는 등 채무자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의 인사관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들에 비하여 경제적 교섭력이 크고, 도급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등으로 하청업체에 사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관하여 실제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이 소명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가능성만으로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채권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어, 채무자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한 채권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그것이 본안소송에 의하여 확정되기까지의 사이에 가처분권리자가 현재의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인 처분인바, 이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에서 장래의 승패의 예상, 기타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며, 더구나 가처분채무자에 대하여 본안판결에서 명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부작위의무를 부담시키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일 경우에는, 그에 대한 피보전권리의 존재 여부 및 보전의 필요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8. 12.자 2004마913 결정 참조).
채권자들은 이 사건 결정만으로는 채권자들의 조합활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므로 새로운 가처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결정에서 정한 내용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결정은 채권자 노조에 대하여 채무자 회사의 사업장에 월 8회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나아가 노동조합홍보, 조합원 가입 및 가입권유활동 등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 ② 비록 이 사건 결정이 출입 시 신원확인절차, 조합활동의 시간, 방법 및 장소 등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으나, 이는 채권자 노조와 채무자 회사 사이의 이해관계를 절충하여 분쟁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보이고, 정당한 조합활동이라도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내에서 합리적인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제한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채권자 노조가 이 사건 결정에 따른 제한을 모두 준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 회사가 이 사건 결정에 따라 보장된 채권자 노조의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간접강제의 신청 등을 통하여 이 사건 결정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결정에서 정한 사항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처분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채권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들의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여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6. 10. 14.
판사 손봉기(재판장) 최기원 이상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