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판시 범죄일람표 연번 5 내지 10 부분에 대하여 공소기각을,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각 선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만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였고,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지 아니함으로써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분리·확정되었으므로, 당심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회생계획안에 입각하여 기업회생을 위하여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였고, 더불어 퇴직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을 하기 위해서도 전력을 다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5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한편,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관련 법률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D이 C의 매출감소로 인하여 용역대금의 급감, 근로자들의 일시 퇴직으로 인한 퇴직금 지급, Q R의 범죄행위 등으로 인하여 자금사정이 매우 악화되어 2015. 11. 27.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는 사정을 책임조각사유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위 회사의 대표자로서 자발적 경영판단에 따라 사업을 지속하여 온 이상, 비록 기업의 불황이나 범죄행위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자금사정의 악화 및 그로 인한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대하여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점(근로자들의 일시 퇴직 역시 피고인의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의 결과로 보이고, Q, R의 업무상배임 등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2,6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②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관리인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시로 퇴직금을 변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관리인인 피고인이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고자 하였으나 법원이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는 사정 등은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의 퇴직금 체불상황 역시 피고인의 입장에서 불가피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이 회생절차개시결정 후에도 일부 근로자들에게 체불된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에게도 일부 퇴직금을 지급하긴 하였으나,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의 체불 퇴직금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하여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는 등 퇴직 근로자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체불금품 청산계획에 관하여 '지금은 체당금을 제외하고는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과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금품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하여 합의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진정인 E은 '퇴직금을 분할로 주기로 하였는데, 이번 달부터 지급을 못한다고 체당금으로 신청하라고 하여 진정서를 제출한다'며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피해 근로자들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사회통념상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C 하청업체인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하면서 하청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여 경영상 어려움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체불된 퇴직금의 지급을 위하여 나름의 노력을 하는 등 피고인이 지급능력이 있음에도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현재 위 회사가 법정관리 중으로 피해 근로자들이 체당금의 지급을 통해 어느 정도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있으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충분히 참작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그 밖에 체불한 퇴직금의 액수, 피고인의 전과관계 등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우(재판장) 김동석 김성은
각주1) 원심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달리 책임조각사유를 주장하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