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17. 10. 27. 선고 2017노62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인 노동조합원들이 사내 전산망을 통하여 공개한 것으로서, 적어도 위 개인정보가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범위 내에서는 조합원들의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 또는 제59조 제3호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88. 9. 7. 주식회사 D에 입사하여 2008년경부터 2010년경까지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재직하였고, 현재는 선임대리로 재직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6. 3. 초순경 울산 남구 E에 있는 피고인이 근무하는 D 주식회사 석유2공장 사무실에서, 같은 해 2. 초순경 F 관련 회사(D, G, H, I)의 노동조합 J으로부터 제공받은 노동조합원 2,569명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보유·수집·관리 등을 할 정당한 권한이 없음에도, 위 개인정보가 저장된 파일을 정보주체인 위 노동조합원 2,569명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K에게 제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제3자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 피고인이 K에게 제공한 이 사건 개인정보는 F 관련 회사 소속 근로자들 중 노동조합에 가입된 조합원 2,569명의 성명, 사번,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로서, 위 정보들은 사내 전산망을 통하여 임직원들에게만 공개되어 있을 뿐, 일반인에게 공개된 정보는 아닌 점, ㉡ 애초에 F 관련 회사 근로자들이 회사에 제공한 개인정보는 노동조합 활동을 전제로 조합원들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제공된 것은 아니고, 특히 이 사건 개인정보는 조합원들이 회사에 제공한 기본정보에 노동조합 보유의 정보(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가미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서, 이와 같이 새롭게 가공된 위 개인정보는 노동조합원인지 여부라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어, 그 제공 및 사용에 관하여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 점, ㉢ 비록 F 관련 회사 임직원들이면 누구나 회사 전산망에 접속하여 소속 근로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기는 하나, 그 사원이 노동조합원인지는 알 수 없으며, 회사 밖에서 사내 전산망에 접속하여 사원들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의 인가를 받은 자로 제한되어 있는 점, ㉣ 피고인은 전직 노동조합 위원장, 임원, 대의원 등을 역임한 자로서 이 사건 개인정보를 노동조합 J으로부터 사내 메일을 통하여 제공받아 자신의 사외 개인 이메일로 전송함과 아울러 노동조합 임원선거에 출마 예정자인 K에게 전송한 점, ㉤ 피고인은 회사 밖에서의 노동조합 활동과 친목을 위한 단체메일 발송 등을 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취득한 것이고, 피고인과 J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친분관계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조합원이라면 누구라도 피고인과 같이 쉽게 전체 조합원명부 및 그 인적사항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 회사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수행 등을 위하여 사원들의 위와 같은 일부 개인정보를 사내 전산망을 통하여 게시한 것인데, 피고인은 회사 밖에서 노동조합 활동 및 개인적인 활용을 위해 이 사건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K의 선거활동을 돕기 위해 그에게 제공하였는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회사의 정보공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K에게 제공한 이 사건 개인정보는 공개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 개인정보의 제3자에 대한 공개 및 제공에 관하여 정보주체의 묵시적 동의 내지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59조 제3호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보주체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공개 당시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등의 처리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아 정보주체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도 부합하지 아니하거니와 정보주체나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 절차를 밟기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 다른 한편, 같은 법 제20조는 공개된 개인정보 등을 수집·처리하는 때에는 정보주체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개인정보의 수집 출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제37조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러한 사후통제에 의하여 보호받게 된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이용·제공 등 처리를 할 때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하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같은 법 제19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개인정보를 K에게 제공한 것은 정보주체인 노동조합원들이 사내 전산망 등을 통하여 그 공개를 동의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이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거나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인이 선임대리로 재직 중인 D 주식회사를 비롯하여 F 관련 회사인 G 주식회사, H 주식회사, I 주식회사 등은 위 관련회사들을 통합한 하나의 노동조합을 G 주식회사에 두고 있는데, 이 사건 개인정보는 위 노동조합이 2000년경부터 조합원들 간 소통 및 조합 업무의 편의를 위하여 작성한 후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갱신하여 엑셀파일의 형태로 만들어 온 것으로서, 위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이름, 소속 회사, 사번,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 조합원들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노동조합 관련 사항을 알리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이 정리되어 있을 뿐, 조합원들의 사진이나 집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정보 또는 고유식별정보 등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2)

위 F 관련 회사 직원들의 인적사항은 사내 전산망을 통하여 임직원들에게 공개되어 있는데, F 관련 회사 임직원들은 회사 안에서는 누구나 사내 전산망에 접속하여 자신의 회사뿐 아니라 F 관련 회사 전체 직원들의 이름, 사번,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은 물론 직원들의 사진, 부서, 사내 전화번호, 근무형태, 근무시간, 근무조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거나 팀 단위로 여러 명의 직원들을 한꺼번에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고, 회사 밖에서도 휴대전화의 구성원 검색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직원들의 위 인적사항을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 제1항 제1호는 "노동조합은 조합설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명부 등을 작성하여 그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비록 위 규정이 조합원명부의 비치만을 규정하고 그 열람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같은 법 제26조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여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주적 민주적인 조직의 유지와 활동, 노동조합의 단결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한 위 규정들의 취지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피고인과 K 등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명부를 열람하는 방법으로 조합원들의 이름 등을 확인 및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3)

위와 같이 정보주체인 회사 직원들 또는 그 처리자인 회사가 사내 전산망 등을 통하여 임직원들의 기본정보를 그들 사이에서 공개하도록 한 것은 회사 관련 정보 전달, 일상적인 연락, 업무의 편의 등이 그 목적인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이 사건 개인정보의 정보주체인 노동조합원들의 경우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한 사항 역시 자신의 근로자로서의 지위, 회사의 업무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이므로, 그 공개 목적에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한 위 개인정보의 이용 및 제공 등이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이 위와 같은 이용 및 제공 등을 반대할 특별한 이유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피고인은 조합원들 간 소통, 노동조합 관련 정보 전달, 현안에 관한 의견 피력, 노동조합 임원 선거운동 등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용도로 노동조합 J으로부터 이 사건 개인정보를 제공받았고, 이후 위 개인정보를 마찬가지의 용도로 위 회사의 직원이자 노동조합원인 K에게 사외 개인 메일이 아닌 사내 메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제공하였을 뿐<1>, 위 개인정보의 공개 범위를 벗어나 회사의 임직원이나 노동조합원이 아닌 제3자에게 제공·유출한 사실은 없으며, 나아가 피고인과 K은 위 개인정보를 그 밖의 개인적·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았고, 달리 위와 같은 정보 공개의 목적에 벗어나는 용도로 이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했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4)

한편, 위 노동조합이 작성·관리한 조합원들의 이 사건 개인정보는 이전부터 이 사건과 같이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기본정보로 이용 및 제공되어 왔으나 조합원들은 이를 문제 삼은 사실이 없고, 이 사건의 경우에도 정보주체가 아닌 이 사건 회사 측에서 피고인을 고발하였을 뿐 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들은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전혀 없다.<2>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이동식(재판장) 김승현 백규재

각주1) 피고인은 회사로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위하여 사내 메일을 이용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경고를 받기도 하였는데, 피고인과 K 등 조합원들이 회사의 제재 등을 피하여 자유롭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연락처나 사외 메일 주소를 확보하는 것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주2) 또한, 그동안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제공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이나 피고인으로부터 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K에 대하여는 기소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