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4. 1. 17. 선고 2022가합13854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C군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 · 관광시설 등의 효율적 운영 및 C군민의 복리 증진과 청소년 육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2008. 12. 23. 설립된 법인이다.

2)

원고는 2015. 9. 3. 피고의 2015년 무기계약직 공개채용 면접심사에서 합격하여 2015. 9. 30. 피고와 사이에 근무형태를 '무기계약'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5. 10. 1.부터 피고의 사업운영팀에서 근무하였다.

나.

피고의 부정채용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원고의 채용 당시 C군수로 재직하였던 D, 피고의 이사장으로 재직하였던 E, 피고의 본부장으로 재직하였던 F, 피고의 경영지원팀장으로 재직하던 G, 피고의 경영지원팀 인사담당자로 재직하던 H 등은 피고의 신규직원 채용절차에서 부정채용 행위 등을 통한 업무방해를 하였다는 이유로 2019. 6. 19. 울산지방법원 2019고합165호로 기소되었다. 울산지방법원은 2020. 2. 7. 및 2020. 6. 12.(피고인 F에 대해 울산지방법원 2019고합165-1로 분리선고) 위 피고인 D, E, F, G, H이 원고에 대한 2015년 무기계약직 경력채용과정에서 업무방해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고, 그 외 다른 범죄사실을 함께 인정하면서 위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위 제1심 판결 중 원고에 관련된 범죄사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위 제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 D, E, G, K와 검사가 부산고등법원 2020노103호로, 피고인 F이 부산고등법원 2020노327로 각 항소하였다. 위 항소심 법원은 2021. 6. 24. '피고인 D이 피고인 F에게 원고의 채용을 지시하거나 청탁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고, 그러한 지시나 청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D에 대한 공소사실 중 원고 부정채용 관련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 E, G, K, F은 제1심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원고의 부정채용 관련한 업무방해의 점과 관련하여 항소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부분은 변경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에 항소심 판결의 원고에 관련된 범죄사실은 위 제1심 판결의 범죄사실 중 1) 부분이 "피고인 F은 2015. 8.경 원고를 공단에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피고인 E에게 원고에 대한 채용 청탁이 들어온 사실을 보고하였다."로 변경되고 4) 부분 중 "이로써 피고인 D은 위력으로 피고인 F의 공정하고 적정한 직원 채용 업무를 방해하고," 부분이 제외된 것 외에는 동일하다.

3)

검사가 위 부산고등법원 2020노103호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2021도8880호로 상고하였으나 2021. 9. 30.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검사가 부산고등법원 2020노327호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2021도8968호로 상고하였으나 피고인 F의 사망으로 2022. 5. 10.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종결되었다(이하 위 형사사건들 전부를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당연퇴직 처분 및 그 이후의 경과

1)

울산지방검찰청 검사는 2019. 7. 29. 피고에게 채용비리 관련 피의사건 처분결과를 통보하였는데, 위 처분결과 통보에는 다음과 같이 원고가 부정채용자로 명시되어 있다.

2)

피고는 원고에 대한 채용비리 관련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보에 따라 원고가 채용비리 관련 합격자라는 점이 확인되었고 원고가 피고 인사규정 제36조 제1호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2019. 10. 1.자로 당연퇴직 처분(이하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라고 한다)을 한다고 의결한 후 2019. 9. 27.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3)

원고는 2019년경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L).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2. 13. 피고의 당연퇴직 절차와 피고가 원고를 퇴직 처분한 것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가 위 기각결정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아 위 기각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원고는 2022. 11. 1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라.

피고의 관련 규정

피고의 단규관리규정, 인사규정,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운용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8호증, 을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피고는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를 근거로 원고에 대하여 해고에 해당하는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을 하였는데,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거나,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원고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위 규정을 근거로 한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은 무효이다.

①

인사규정은 정관의 하위규범으로 정관의 위임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금지되는데, 2013. 12. 5. 신설된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는 정관 제19조 제1항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유를 추가로 규정함으로써 정관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이다.

②

이 사건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는 2013. 12. 5. 신설된 규정인데, 사실상 새로운 해고 사유를 규정한 것이어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위 규정 신설에 대하여 피고 근로자들 과반수 이상의 동의 등 적법한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위 규정은 무효이고 효력이 없다.

③

피고의 각종 내부 규정에서 일반직 근로자와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구별되어 취급되었고, 인사규정과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운용규정의 제정경위에 비추어 보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하여는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운용규정 등이 적용되고 일반직 근로자에 대한 인사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고가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원고에게 인사규정을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

④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의 채용결격사유는 해당 근로자가 입사 지원할 때 응시 또는 채용을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그 문리해석상 전 직장에서 비위채용자로 적발되거나 징계를 받은 사람을 채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실이 없다면 나중에 이를 근거로 당연퇴직 처분을 할 수 없다.

2)

설령 원고가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의 '비위채용자로 적발된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서 말하는 비위채용자는 근로자 자신이 직접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비위를 주도하거나 적어도 직 · 간접적으로 개입 혹은 참여를 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또는 근로자 이외의 사유로 발생한 경우는 예외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관련 형사사건에 의하면 원고의 채용과 관련한 비위 당사자는 원고가 아닌 피고의 임직원들이고, 원고는 채용을 청탁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피고 임직원들의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도 없으므로,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에서 정한 '비위채용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고가 비위채용자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은 실체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위법·부당하다.

나.

피고

1)

원고는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2. 13.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지 아니한 채 다툼 없이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였고, 약 2년 9개월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는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

2)

설령 이 사건 소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은 적법·유효하다.

①

근로기준법 제93조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피고의 취업규정 제51조(포상과 징계)는 직원의 징계에 관하여 인사규정에 위임하고 있고, 피고 인사규정 제10조(결격사유), 제36조(당연퇴직)에서 비위채용자로 적발된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채용결격사유 및 당연퇴직 사유를 규정한 것이므로, 그 위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②

원고는 2015. 10. 1. 입사하였으므로, 그 이전인 2013. 12. 5. 신설된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를 원고에게 적용하는 것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③

피고의 단규관리규정 제10조 제2항은 "단규는 정관, 규정, 내규, 예규 순으로 상하위 순위를 가지며, 동일 순위의 단규 중 서로 저촉되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특별단규가 일반단규에 우선하며, 동일 특별단규나 일반단규 간에는 신 단규가 구 단규에 우선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피고의 인사규정과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등 운용규정은 동일 순위의 규정이므로, 위 양 규정은 일반규정과 특별규정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피고 인사규정 제10조 제10호는 2013. 12. 5. 신설된 것이므로, 신 단규의 조항으로서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④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인 E, F, G, H이 공모하여 원고를 부정채용하기로 한 사실을 숨기고 면접위원들의 공정하고 적정한 면접심사를 방해하여 업무방해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피고인 G, H은 원고의 면접점수를 무려 20점이나 높이는 면접채점표 변조 범죄행위까지 하여 원고가 합격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원고는 비위채용자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은 정당하다.

3.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45827 판결 참조).

2)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3)

회사의 자신에 대한 징계면직처분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자 회사가 자신의 급여구좌에 입금한 해고예고수당을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공탁까지 하였다가 그 후 아무런 이의 없이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고 그 후로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등으로 징계면직처분을 다툼이 없이 다른 생업에 종사하여 오다가 징계면직일로부터 2년 10개월 가량이 경과한 후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6. 11. 26. 선고 95다49004 판결 취지 참조).

나.

판단

1)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 이후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20. 2. 13. 기각 결정을 받은 사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위 기각 결정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원고가 그 무렵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한 때가 언제인지 판단할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으나, 원고도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판정을 받은 때로부터 약 2년 9개월이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신뢰 보호와 노동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라는 요청,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① 원고가 채용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이 부당하다고 다투며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② D을 비롯한 피고의 임직원들이 채용비리로 기소되어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원고는 위 형사소송의 결과가 확정되면 이를 근거로 해고무효소송을 청구하고자 하였으며, ③ 실제로 관련 형사사건에서 D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다투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하고, ④ 피고가 다른 채용자와의 사이에서도 꾸준히 법적 분쟁을 하고 있었다는 점 또한 피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는 근거 중 하나로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실효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소 제기는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 주장들은 모두 이유 없고, 달리 이 사건에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원고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2020. 2. 13. 기각되었음에도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기각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원고는 약 2년 9월이 경과한 후인 2022. 11. 17.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기간 동안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에 대하여 여전히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②

피고인 D은 2021. 6. 24. 관련 형사소송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피고인 D에 대한 형사재판은 상고심을 거쳐 2021. 9. 30. 확정되었다. 원고는 D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때로부터 계산하면 약 1년 5개월, 상고심을 통해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계산하여도 약 1년 2개월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역시 위 기간 동안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을 다투고 있다고 볼만한 행동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D에 대한 형사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D에 대한 형사재판의 결론이 나면 이를 근거로 해고무효 청구를 하고자 하였다고 하면서도 D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를 1년이 넘도록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이는 부당해고를 다투고 있는 근로자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매우 이례적이다.

③

만약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을 다투면서도 경제적인 문제로 퇴직금을 수령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피고에게 이의를 유보하고 퇴직금을 수령하였다는 것을 통지하는 등으로 자신이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을 다툴 의사임을 쉽게 밝힐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가 이러한 태도를 취하였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

④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객관적이 사정이 있었다고 볼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⑤

피고가 다른 채용자와의 사이에서도 법적 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의 당연퇴직 처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러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실효의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⑥

원고는 D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나 채용비리가 없었다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 D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의 채용과 관련된 부분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는 하였으나, 그 판결 이유를 보면, D이 F에게 원고의 채용을 지시하거나 청탁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고, 원고의 채용과 관련한 부정행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고인 F은 원고를 피고 공단에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피고인 E에게 원고에 대한 채용 청탁이 들어온 사실을 보고하였으며, E이 F에게 2015년 무기계약직 공개채용에서 원고를 챙겨주라고 지시하고, F은 위 지시에 따라 피고인 G, H에게 원고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하였으며, G, H은 원고의 면접점수가 낮아 채용이 어렵게 되자 다른 면접위원의 원고에 대한 면접채점표의 면접점수를 20점이나 상향시키는 방법으로 변조하여 원고가 면접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 내용을 보면, 원고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나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과 함께 원고가 피고인 D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약 1년 2개월이나 경과한 후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점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D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또 다른 채용비리 관련 당사자인 M의 행정소송 결과(갑 제6호증)가 원고의 소 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않으면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타인의 소송에서 현출된 주장이나 판단을 참고하여 새로운 공격방어방법을 발견하였다는 점은 이 사건 소에서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 적용에 고려할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2020. 2. 13. 기각되었고, 이때로부터 약 2년 9개월 정도의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원고가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고로서는 원고가 더 이상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고,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경숙(재판장) 박관형 이창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