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부산 북구 C에 있는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대표자이다.
B은 2020. 6. 6. 이 사건 사업장에서 합판 작업 중 그라인더에 우측 엄지발가락을 다쳐(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우측 엄지발가락의 원위지골 골절, 개방성’(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B은 이 사건 상병에 대해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사고를 업무 중 사고로 인정하여 2021. 10. 5. 위 신청을 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이 사건 사고는 B이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작업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임에도 피고는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이 사건 소는 B이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요양승인결정은 재해근로자의 요양급여 권리와 피고의 요양급여 의무라는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근로자인 B이다. 한편 피고는 재해근로자의 요양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 사업주를 특정하게 되나, 이는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중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판단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러한 판단 자체가 사업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 사건 사업장은 1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험료징수법’이라 한다) 제5 내지 12조, 산재보험법 제6조, 제7조에 따라 당연적용 대상에 해당되어 고용·산재보험관계가 성립되었다. 이는 산업재해 발생과 관계가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결정에 대하여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도 보험료액의 부담범위에 영향을 받는 자로서 그 적법여부를 다룰 법률상의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사업주에게 반드시 보험료액의 결정에 어떠한 변동이 있고 보험료부과처분이 있은 연후라야만 정당한 이익이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보험료징수법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제2호 및 같은 항 제3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산재보험료율은 매년 6월 30일 현재 과거 3년 동안의 보수총액에 대한 산재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을 기초로 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연금 등 산재보험급여에 드는 금액, 재해예방 및 재해근로자의 복지증진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제14조 제3항 전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으로서 매년 6월 30일 현재 산재보험의 보험관계가 성립한 후 3년이 지난 사업의 경우에 그 해 6월 30일 이전 3년 동안의 산재보험료(제13조 제5항 제2호에 따른 산재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은 제외한다)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금액(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를 이유로 지급된 보험급여는 제외한다)의 비율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4조 제3항 및 제4항에도 불구하고 그 사업에 적용되는 제13조 제5항 제1호에 따른 산재보험료율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사업 규모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상하거나 인하한 비율을 제13조 제5항 제2호에 따른 산재보험료율과 합하여 그 사업에 대한 다음 보험연도의 산재보험료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5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은 ‘법 제15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경우란 100분의 85를 넘거나 100분의 75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제16조), ‘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산재보험료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금액의 비율을 계산할 때 산재보험급여의 금액은 기준보험연도의 3년 전 보험연도 7월 1일부터 기준보험연도 6월 30일까지의 사이에 지급 결정(지출원인행위를 말한다. 이하 같다)된 산재보험급여 금액의 합산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제17조 제2항), 법 제15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건설업 및 벌목업을 제외한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수가 30명 이상인 사업을 말하고, 이 경우 상시근로자수의 산정기간은 기준보험연도의 전년도 7월 1일부터 기준보험연도 6월 30일까지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5조 제1항 제2호).
위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업장은 개별실적요율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상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료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향후 사업의 경과에 따라 보험료의 증가 가능성이 있으나 그러한 가능성만으로 미리 다툴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해 잘못된 보험요율을 적용하여 부당한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나, 위 보험요율은 피고의 산재보험 사업종류 지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산재발생에 관한 이 사건 처분에 의한 것은 아니다. 원고는 이 사건 소와 별개로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종류변경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원고에게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또는 미신고로 형사처분이 내려지거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해 형사소송 또는 과태료 이의 절차 등에서 불복할 수 있고, 실제 원고는 산재 미신고에 관하여 다른 절차에서 다투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다만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본안에 관하여 심리를 마친 이상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도 살펴본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갑 제1 내지 31호증, 을 제1 내지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E, B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 당시 근로자 B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다.
B은 2019. 4. 30.부터 2021. 8. 15.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다리차 기사로 고용되어 건축자재 상하차, 이사 등의 현장에서 사다리차를 운전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2)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B이 수행한 작업은 업무와 직접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준비행위로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수행 중의 사고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7시 30분까지이고(업무의 특성상 불특정 휴게 및 대기시간이 많으므로 소정 근로시간은 1일 6시간, 1주 40시간으로 간주함), 배차는 전날 또는 당일 아침 일찍 결정되어 직원들에게 통지된다. 배차 시간 외에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원고의 허락을 받아 외출하여 다른 업무를 보기도 한다. 이 사건 사고 당일 B은 14:30, F는 16:30에 배차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 사건 사고는 배차 대기 중인 13:00경에 발생하였다.
B은 ‘F가 사다리업무에 필요한 가로 40㎝, 세로 90㎝ 정도 되는 나무판 2개를 만들기 위해 그라인더로 절단 작업을 하면서 B에게 발로 밟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B이 위 나무판을 밟은 상태에서 그라인더 톱날이 비틀려 B의 발을 절단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위 나무판은 사다리차 작업 시 사다리에 닿는 외벽에 발생하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회사에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어서 개인별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원고는 위 나무판 작업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나 위 작업은 원고의 지시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F와 B이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보험가입자 의견서에 기재한 바와 같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외근을 나가 있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를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다.
증인 E은 ‘휴게시간에 F가 구입한 스타렉스 자동차 뒤에 있던 의자를 떼고 낚시를 위한 침상을 만드는 작업 중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위 증언에 부합하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증인과 원고의 관계, 진술의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높지 않다.
F도 2021. 9. 10.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좌 3, 4번째 손가락 중위 배면열상‘에 대해 피고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여 2021. 10. 8. 승인되었는데, 재해발생경위를 ’2019. 12. 7. 17시경 회사 사무실 마당에서 사다리차 영업에 필요한 작업도구 만드는 과정에 그라인더에 왼손가락 그라인더 날에 다침‘으로 기재하였다.
이 사건 상병으로 B은 응급실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았는데, 위 응급실기록지에는 응급실 도착시간이 2020. 6. 6. 13:32, 발병일시가 2020. 6. 6. 13:17, 다친 경위가 ’나무를 자르다가 그라인더에 발을 다침‘으로 기재되어 있다.
B은 요양급여신청을 뒤늦게 한 이유에 대해 ’원고가 산재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산재로 처리하면 손해가 크니까 일단 치료를 받고 나면 병원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 월급 정도 줄 테니 산재를 신청하지 말라고 하였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였다.
B은 ’2019. 6. 6. F의 그라인더 사고는 G협회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일이며, 본인은 산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처리하지 않았고, 이 사고로 인한 경비 일체 및 모든 제반사항들은 회사와는 무관함을 진술합니다‘라는 내용의 2021. 1. 19.자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는데, 위 진술서에 대해 B은, F가 노동청에 산재사고 은폐를 이유로 고발하여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원고가 B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여 작성해 준 것이라 진술하였다.
F가 원고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의 불기소이유서에는, ’피의자(원고)가 고소인(F)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소속 근로자 B이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다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재 한 점, 치료기간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어 급여가 발생하지 않았고, 사업주로부터 산업재해 처리를 하지 말도록 종용이나 강요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참고인 B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가 B의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B이 2021. 8. 16. 원고와의 메신저대화 중 ’2020. 6. 6. 산재사고 난 거 제가 접수하면 벌금 나올 건대 공사처리해주시면 산재접수는 안하겠습니다. 편의는 봐드리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발송하였고, B이 2021. 9. 5.경 작성하여 제출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서에 ’2020년 6월 6일 산재사건을 당했으나 산재신청을 거부하고 보상을 해주기로 구두로 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보상은 하지 아니한 채 피신청인으로부터 사직하라는 협박적 강요를 처음 받게 되었으며‘라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위 진술서보다는 B의 위 해명이 더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한다.
판사 김준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