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4. 5. 28. 선고 2023가단116937 판결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53,406,652원, 원고 B, C에게 각 86,146,771원과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 3. 5.부터 2024. 5. 28.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피고들이, 1/2은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6, 21, 39호증, 을 제1 내지 3,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증인 F, G, H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관계

⑴ 피고 E 주식회사(이하 ‘피고회사’라 한다.)는 울산 남구 I에서 고압가스, 수소가스 등 제조업, 기계 및 플랜트기기 제조, 설치업 등에 종사하는 회사이고, 피고 D는 피고회사를 포함한 J 계열사의 부회장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2021. 3. 17.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⑵ 망 K(1974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0. 4. 5. 피고회사에 가스 품질분석 담당자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22. 1. 21. 사직서를 제출하고 2022. 2. 28. 퇴직처리되었다.

⑶ 원고 A는 망인의 배우자, 원고 B, C은 그의 자녀들이다.

나.

피고 D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의 상황

⑴ 피고 D는 피고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주로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였으나 피고회사로 매달 2회 간격으로 2~3일 출장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였다.

⑵ 피고 D의 조직 개편 결과 망인은 종전의 가스품질 분석 업무 외에 기술기획부서 업무를 중복하여 담당하게 되었다.

⑶ 피고 D는 평소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거나 잘못을 지적할 때 거칠게 다그치는 편이었는데, 특히 망인에게는 울산에서 망인을 대면할 기회에 또는 서울에서 전화로 욕설을 섞어 큰 소리로 질책하거나 ‘망인이 능력이 없어서 승진을 하지 못했다’, ‘네 책임이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하였고 망인에게 구체적인 지시사항 없이 같은 보고서를 여러 차례 재작성하도록 하기도 하였다.

⑷ 망인은 전현직 동료들에게 ‘업무량이 늘어 힘들다, 피고 D로부터 욕설을 많이 들어 힘들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몸이 안 좋다,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무기력하다, 회사로부터 업무 관련 책임을 추궁당할까봐 두렵다’ 등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다.

망인의 사직과 그 후의 사정

⑴ 피고회사는 2021. 11.경 피고회사가 공급한 수소가스를 충전한 수소버스가 운행정지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D는 위 사건과 관련하에 망인에게 “네 잘못이다”고 질책하였고 피고회사 내부에 망인이 위 사건과 관련하여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⑵ 망인은 2022. 1. 21. 피고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남은 연가를 사용하여 출근하지 않다가 2022. 2. 28. 퇴직처리되었다.

⑶ 망인의 퇴직자면담조서에는 퇴직사유로 업무량 과다와 건강이 표시되어 있고, 퇴직 후 진로는 요양 예정이며, 기타사항으로 ‘가족력에 대한 우려, 고혈압 등 건강이상 감지 후 부인과 퇴직 상의, 부인 동의’ 등이 기재되어 있다.

⑷ 망인은 피고회사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망인 소유인 부동산에 강제집행을 할 것을 우려하여, 2022. 2. 3. 원고 A에게 자신 명의인 울산 남구 L건물 M호를 증여하고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⑸ 망인은 2022. 2. 4. N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진료기록지의 기재 내용은 아래와 같다.

라.

사망사고의 발생

⑴ 망인은 2022. 3. 5. 19:00경 울산 울주군 P 인근 야산에서 목을 메어 사망하였다.

⑵ 원고 A는 2022. 3. 21. 부산지방고용노동청울산지청에 피고 D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였고, 2022. 7. 27. 피고 D의 ‘계속적인 욕설,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되, ㉠ ‘부적당하고 과다한 업무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회사의 조직 개편, 부서장의 장기 출장근무 등으로 업무가 몰려서 과중한 업무가 부여되고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인정되나, 경영상 사정이 있고, 행위자의 괴롭힐 의도가 확인되지 않아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는 어렵고, ㉡ ‘불합리한 책임전가 및 영업손해에 대한 배상협박’에 대한 진정의 경우 과거 유사 사례가 있었고, 회사 내에서 풍문이 있었으나, 손해배상 청구 등 직접적인 실행 없이 우려만으로 책임전가 및 손해배상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후속조치로서 사용자인 행위자에게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반 및 같은 법 제116조에 따른 과태로 300만원 부과, 재발방지 대책수립 및 예방교육, 조직문화 진단 등을 개선지도를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⑶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장은 2023. 2. 14. 망인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하여 유족인 원고 A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2.

판 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표현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경우, 이는 상대방의 인격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의하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한편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피고 D가 피고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후의 사정, 망인의 평소 생활 태도나 대인관계, 망인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아래와 같은 사실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피고 D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추인된다. 따라서 피고 D는 불법행위자로서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피고회사는 근로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게 하여 보호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 D와 공동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①

망인은 평소 내성적이고 정리정돈을 잘 하는 성격이고 안정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피고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동안 특별히 구성원과 갈등을 빚거나 조직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해외 이주를 기대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등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나, 피고 D가 피고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가족과 동료에게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였다.

②

망인은 조직개편으로 인하여 종전의 업무에 더하여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업무량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어 부서 내에 혼자 남겨지게 된 상황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 D는 망인에게 업무에 대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거나 시정할 내용을 지적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반말과 욕설을 섞어서 말하였는바, 설령 피고 D의 목적이 정당하고 업무와 관련한 정당한 지시 또는 지적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이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거나 모욕하는 경우 이는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

④

망인은 피고 D의 폭언, 폭설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상대가 회사 부회장의 지위로서 피고회사 시스템을 통하여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⑤

망인은 종전에 피고회사가 회사 임직원에게 물품 분실의 책임을 물어 부동산 가압류를 했던 사안에 비추어 자신이 2021. 11.경 발생한 수소가스 사고에 대하여 회사로부터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지 크게 염려했던 것으로 보이고, 법적인 조치가 실제로 취해진 것은 없었다 하더라도 피고 D가 망인에게 “네 책임이다.”라는 취지로 말하거나 피고회사 내에서 망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으므로, 망인이 다소 과도하게 염려하였다고는 할 수 있으되 근거 없는 염려로는 치부할 수 없으며, 망인은 그 때문에 자신 명의 부동산의 소유권을 원고 A에게 이전하기도 하였다.

⑥

망인의 퇴직과 사망 사이에 한 달 정도의 시간적 간격이 있으나, 그 사이에 망인에게 극단적인 선택에 이를만한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고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망인이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취약해진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퇴직 이후에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였고 여전히 피고회사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다만 피고 D의 행위가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회사의 경영 정상화라는 목적은 정당한 점, 자살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의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망인의 성격과 기질, 기타 여러 내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⑴ 일실수입

○

망인의 생년월일 : Q

사고일 : 2022. 3. 5.

사고 당시의 연령 : 47세 7개월 10일

○

망인은 피고회사부터 월 평균 4,156,181원을 지급받았고, 피고회사의 정년은 만 55세가 되는 달의 말일이므로, 망인이 만 55세가 되는 달의 말일인 2029. 7. 31.까지는 위 소득을 적용하고, 그 다음날부터 가동연한인 만 65세가 되는 2039. 7. 26.까지는 매월 22일간 이 사건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24. 상반기 도시일용노임 165,545원을 적용하여 호프만계산식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계산하고 생계비로 수입의 1/3을 공제하면,

-

이 사건 사고 당시부터 정년인 만 55세가 되는 달의 말일까지 : 207,354,363원[= 4,156,181원 × 74.8359<1> × (2/3)]

-

정년인 만 55세가 되는 날부터 가동연한인 만 65세가 되는 날까지 : 181,441,999원[= 22일 × 165,545원 × 74.7292<2> × (2/3)]

-

합계 : 388,796,362원(= 207,354,363원 + 181,441,999원)

○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적용한 일실수입은 194,398,181원(= 388,796,362원 × 50%)이고, 원고 A가 83,313,506원(= 194,398,181원 × 3/7), 원고 B, C이 각 55,542,337원(= 194,398,181원 × 2/7)을 상속하였다.

○

원고 A는 단독으로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에 따라 평균임금의 1,300일 분에 해당하는 금원을 유족일시금으로 지급받았을 경우 금액은 177,633,300원(= 망 K의 1일 평균임금 136,641원 × 1,300일)이므로, 원고 A가 상속한 일실수입 166,627,012원을 초과하여 원고 A의 경우 상속한 일실수입에서 유족연금액을 공제하면 남아 있는 일실수입 상당의 소극적 손해가 없다.

⑵ 일실퇴직금

○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망인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

30일 평균임금 : 1일 평균임금 136,641원 57전 × 30일 = 4,099,247원

-

정년시 퇴직금 : 4,099,247원 × (19년 + 4월/12월, 2010. 4.경부터 2029. 7. 31.까지 19년 4개월임) = 79,252,108원

-

정년시 퇴직금의 현가 : 79,252,108원 × 1/(1+0.05 × 88/12, 사고 후부터 퇴직시까지는 7년 4개월임) = 57,989,347원이 된다.

○

피고회사가 2022. 3. 14. 원고들에게 망인이 입사시부터 2022. 2. 28.까지 근로한 것에 대한 퇴직금으로 퇴직금 48,758,300원을 지급하였다. 퇴직시까지 계산된 퇴직금에는 피고회사의 책임비율을 적용할 여지가 없고, 나머지 퇴직금 9,231,047원(= 57,989,347원 - 48,758,300원)에 피고들의 책임비율 50%를 적용하면 4,615,523원(= 9,231,047원 × 50%)이 된다.

○

일실퇴직금 중 원고 A는 1,978,081원(=4,615,523원 × 3/7), 원고 B, C은 각 1,318,720원(=4,615,523원 × 2/7)을 상속하였다.

⑶ 위자료

○

망인에 대한 위자료를 50,000,000원으로 정하고, 그 중 원고 A가 21,428,571원(= 50,000,000원 × 3/7), 원고 B, C은 각 14,285,714원(= 50,000,000원 × 2/7)을 상속하였다.

○

원고 A에 대한 위자료 30,000,000원, 원고 B, C에게는 각 15,000,000원을 각 인정한다.

라.

소결

○

원고 A: 일실퇴직금 1,978,081원 + 위자료 상속분 21,428,571원 + 고유 위자료 30,000,000원 합계 53,406,652원

○

원고 B, C: 각 일실수입 55,542,337원 + 일실퇴직금 1,318,720원 + 위료 상속분 14,285,714원 + 고유 위자료 15,000,000원 합계 86,146,771원

○

지연손해금은 망인의 사망일인 2022. 3. 5.부터 이 판결선고일인 2024. 5. 28.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12%의 비율을 적용한다.

3.

결 론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

판사 오규희

각주1) 이 사건 사고 당시부터 정년인 만 55세가 되는 달의 말일까지의 기간인 약 88개월에 해당하는 호프만계수

각주2) 이 사건 사고 당시부터 가동연한인 만 65세가 되는 날까지의 기간인 약 208개월에 해당하는 호프만 계수 149.5651에서 위 각주2)의 호프만 계수를 뺀 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