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3. 8. 24. 선고 2023나10122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피고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같거나 그 주장을 보강하는 내용인데, 제1심에 제출된 증거들을 다시 살펴보아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피고가 강조하는 주장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2. 추가 판단'을 덧붙이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1)

피고는 C에 대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에 따른 예방조치를 모두 이행하였고, 특히 피고와 C 사이의 하도급 계약에 의하면 보호구 등 안전관련 물품은 C이 원고에게 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설령 C이 원고에게 제대로 안전교육 또는 훈련을 하지 아니하였거나 소화기 등 필요 물품을 제공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의 책임발생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작업 공간은 상시적으로 소화기를 비치해야 할 장소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피고가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다고 하여 관련 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가사 피고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그라인더에 보호용 윤활제를 넣고 시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윤활제가 사상작업복에 묻었음에도 그대로 이 사건 작업을 진행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위 사고는 피고의 소화기 비치 등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없고, 설령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피고의 책임비율은 제1심법원이 인정한 60%보다 낮게 책정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피고의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준수 여부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고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참조).<1>

살피건대, 설령 피고의 주장대로 피고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에 따른 예방조치를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같은 법 제63조 및 안전보건규칙 제241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실 및 그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관한 형사상 책임 유무와는 별개로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의무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나아가 피고가 C과 사이에 방화복, 휴대용 소화기와 같은 안전관련 물품을 C이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후에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피고와 C 사이의 내부적 책임비율을 정할 때 고려할 사유가 될 수 있을 뿐,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도급인으로서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피고의 위 1)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의하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단,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고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경우에 도급인은 사업주와 동일하게 같은 법 제38조가 정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하고, 그 안전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안전보건규칙 제241조 제2항 제3호는 '가연성물질이 있는 장소에서 화재위험작업<2>을 하는 경우 화기작업에 따른 인근 가연성물질에 대한 방호조치 및 소화기구 비치'를 준수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작업은 지상 40m 높이의 발판에서 해상 풍력 발전기 하부구조물(Jacket)의 철제 표면을 그라인더로 다듬는 화재위험작업으로, 좁은 발판 위에서 2인 1조로 구조물에 근접하여 작업을 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불꽃을 피할 공간이 협소하므로 그 지속된 불꽃에 의해 작업자에게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적지 않고, 만일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피할 공간이 없으며, 지상 40m에 고립되어 있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화재진압에 필요한 도움을 즉시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여기에 무더운 날씨와 열이 발생하는 작업의 특성상 원고와 같은 작업자들이 입을 수밖에 없는 에어조끼는 '가연성물질'과 유사하게 화재 연소 확대 위험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로서는 보건안전규칙 제32조 제1항 제5호가 정한 보호구인 보안면 외에도 같은 규칙 제241조 제2항 제3호에 준하여 방화복 등의 방호조치나 소화기구를 비치할 의무가 있다고 보인다.

③

나아가 만일 원고에게 방화복과 휴대용 소화기가 제공되었거나 이 사건 작업발판에 고정식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더라면, 원고가 신체의 41%에 심재성 2, 3도의 심한 화상을 입는 결과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피고의 의무 위반은 원고의 손해발생 및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사고 발생 경위 및 책임비율

살피건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사상작업복에 묻어 있던 시운전용 윤활제 때문에 발생하였음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설령 그와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제1심이 인정한 피고의 책임비율 60%가 과다하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2)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주연(재판장) 유진현 이정목

각주1) 형사사건에 관한 판시이나, 민사사건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도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각주2) 보건안전규칙 제236조 제2항에 의하면, '용접·용단 및 금속의 가열 등 화기를 사용하는 작업이나 연삭숫돌에 의한 건식연마작업 등 그 밖에 불꽃이 발생될 우려가 있는 작업'을 화재위험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