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4. 29.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 운영의 C(업종: 골프연습장 그물망 설치 및 수거) 소속 일용근로자인 망 D(E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3. 6. 15. 충남 당진에 있는 F골프연습장에서 B와 함께 폐그물 수거 작업을 마친 후, B를 조수석에 태우고 B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포터 화물차(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같은 날 15:34경 충남 공주 사곡면 해월리 378-2 소재 대전-당진고속도로 대전방면 54.4km 지점을 통과하던 중 앞서 서행하던 카고 트럭을 추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일으켜 G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같은 날 17:18경 '외상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망인의 자녀인 원고는 2023. 10. 5.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4. 29. "망인의 이동 경로는 '통상적인 경로(사회통념상 이용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로)'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의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4. 10. 18. 위 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제2호증의 1, 제3호증의 1, 제4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사업주 B가 제공한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B와 함께 다음 날 작업할 장소인 충북 음성으로 이동하던 중 발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의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출퇴근'을 '취업과 관련하여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으로 정의하고 있고(산재보험법 제5조 제8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본문은 "근로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출퇴근 재해)에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가목),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나목)를 업무상 재해의 하나로 들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3항 본문은 "제1항 제3호 나목의 사고 중에서 출퇴근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여 통상적인 경로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중에서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하는 예외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의 형식, 문언, 산재보험법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라 함은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모든 경우가 아니라, '업무 또는 출퇴근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여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경우만을 일컫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갑 제5호증의 1, 2, 제6, 7호증, 을 제2호증의 2의 각 기재와 증인 B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거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던 중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B는 2023. 8. 2. 충남공주경찰서 소속 경찰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 당일 아침 일찍 제 차를 운전해 포항으로 가서 망인을 태우고 충남 당진에 있는 F골프장으로 가서 폐기물 차량에 폐그물을 실어주는 일을 했고, 그 일이 끝난 후 제가 알고있던 업체에서 충북 음성 쪽으로 가면 일거리가 있을 거라면서 그쪽으로 가라고 하여 F골프장에서 나와 충북 음성 쪽으로 가는 길이었고, 저는 조수석에서 잠깐 졸고 있었는데 사고가 났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B가 작성한 자필 진술서에도 "F골프연습장에서 폐그물망 정리 및 수거 작업 후 다음 날 작업할 장소인 충북 음성에 있는 H골프연습장 근처에서 숙박을 하기 위해 충북 음성으로 이동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충북 음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평택-제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이동해야 하나, 초행길이었던 망인이 대전-당진 고속도로로 잘못 진입하였다. 평소 본인이 운전할 때는 길을 잘 알고 있어서 내비게이션을 설정하지 않는다. 평소 작업현장으로 이동할 때 본인이 대부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고 망인이 위 자동차를 운전한 것은 5회 정도에 불과하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 법정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B의 진술에 비추어보면, 망인이 B 소유의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여 다음 날 작업할 장소인 충북 음성으로 이동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자동차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망인이 내비게이션의 안내와 다른 방향으로 운행하자 내비게이션이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는 음성, B가 망인에게 잘못 진입하였다고 수회 알려주는 음성 등이 나오는바, 이는 망인이 길을 잘못 진입하였다는 B의 진술에 부합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면천IC로 잘못 진입하였다는 B의 진술과 달리 내비게이션은 처음부터 면천IC로 진입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므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가 충북 음성으로 설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고속도로는 충북 음성으로 가기 위한 최단거리 또는 최단시간의 경로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사고가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은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한 경험이 많지 않았고, 1969년생으로 내비게이션 조작에 익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B 역시 평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았던 점, 내비게이션이 옛날 것이었다는 B의 진술에 비추어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자체가 망인 내지 B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설정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충북 음성으로 향하는 최단거리보다 다소간 이동 거리가 멀어진 것은 사실이나, 이는 오진입 시 다른 경로로 이동하기 어려운 고속도로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 당시 사업주인 B가 동행한 상태에서 그 소유의 이 사건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 중이었으며 달리 망인과 B의 목적지가 뚜렷하게 밝혀진 것도 없으므로, 이를 두고 '업무 또는 출퇴근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여 통상적인 경로를 이탈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윤직(재판장) 최희동 김아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