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5. 14. 선고 2024나14138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92만 원 및 그 중 176만 원에 대하여는 2023. 10. 25.부터, 440만 원에 대하여는 2023. 11. 25.부터, 나머지 176만 원에 대하여는 2023. 12. 25.부터 각 2025. 5. 14.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2023. 9. 18. 권고사직 하였는데, 이는 병원 측이 거듭하여 원고에게 사직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고소를 진행하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 요구에 응한 것이므로,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한다. 피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부당해고가 없었다면 2023. 11. 12.까지 계속 근무하며 받을 수 있었던 1개월 24일 간(2023. 9. 19. ~ 2023.11. 12.)의 임금 792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사직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정당성이 인정되고,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8069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5호증, 을 제1, 2, 6~10호증의 각 기재, 음성, 영상, 이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양산지사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로 인정된다.

○

원고는 2023. 2. 13. 창원시 진해구 C에 있는 'D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 2023. 2. 13.부터 2023. 5. 12.까지, 담당직무수술실 실장, 임금 월 440만 원으로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피고 병원에서 정형외과 전문의 E가 담당하는 수술실 실장으로 근무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근로계약은 계약기간 만료 이후에도 원고가 계속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2023. 11. 12.까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

피고는 2023. 8. 30. E에게 근무시간 중 무단이탈 등을 징계사유로 하여 2023. 9. 7.부터 2023. 12. 6.까지 3개월의 정직 징계처분을 하였다.

○

피고 병원 행정부장은 2023. 9. 7. 원고에게 E의 정직으로 정형외과 수술실이 폐쇄되었음을 이유로 사직을 권고하였고, 원고가 동의하지 않자 보직변경을 권고하였다.

○

원고는 2023. 9. 7.경 정형외과 수술실에 있던 DVT-300(정맥혈전을 예방하는 의료기기, 이하 '이 사건 장비'라 한다)을 종이가방에 담아 수술실 밖 탈의실에 있는 개인사물함에 보관하였고, 2023. 9. 8. 피고 병원 기획이사에게 위 가방을 건네주었다.

○

피고 병원 행정부장은 2023. 9. 9. 원고에게 보직변경을 재차 권고하였고, 원고가 동의하여 원고의 보직은 기존 수술실 근무에서 내시경실(오전) 및 병동(오후) 근무로 변경되었다(보직변경 후에도 원고의 임금은 월 440만 원으로 동일하였다).

○

피고 병원 행정부장은 2023. 9. 18.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장비를 개인사물함에 보관한 것에 관하여 '신고, 고소가 들어갈 것이다, 경찰 민원실에 상담한 결과 손괴죄 적용이 된다고 통보받았다, 권고사직으로 고소 진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 병원에서는 지금 (수술실도) 없는 상황에서 거의 400만 원까지 돈을 줘가면서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다, 권고사직을 한다는데 굳이 또 고소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하며 재차 사직을 권고하였고, 이에 원고는 '고소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권고사직서에 서명하겠다'라고 말하였다.

○

원고는 2023. 9. 18. 피고에게 권고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고, 피고는 이를 수리하였다.

○

E는 2023. 11. 1. 피고 병원에서 의료법인 F병원으로 이직하였는데, 원고는 권고사직 이후 위 병원에 취업하였다.

○

한편 피고는 2023. 10. 31. 원고를 재물손괴로 고소하였으나, 원고는 2023. 11. 2. 혐의없음을 이유로 한 불송치결정을 받았다.

다.

구체적인 판단: 부당해고 인정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원고는 자신이 근무하던 정형외과 수술실이 폐쇄되어 병원측으로부터 수차례 사직 및 보직변경을 권고 받고, 형사고소 진행까지 예고 받은 상황에서 고소 진행을 막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및 제출하였다고 판단된다. 즉 원고는 E 의사가 퇴직한 후에도 근무를 계속하고자 하는 의사를 병원 측에 명시적으로 밝혔으므로, 피고 병원이 반복적으로 사직 및 보직변경을 요구하였을 때에도 사직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직변경 전후로 원고의 임금이 동일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피고 병원에 계속 근무할 만한 경제적인 동기도 있었다고 보인다.그러나 병원 측이 보직변경 후에도 계속하여 사직을 권고하면서 이를 원고에 대한 고소와 연결시키는 입장을 밝힌 이상, 원고로서는 보직변경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사직하지 않으면 결국 병원 측에 의하여 고소가 이루어지리라 예상하고 그에 따른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원고는 주되게는 고소를 당하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다고 추단된다. 그러므로 원고가 피고 병원에서 사직한 후 E가 이직한 병원에 취업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자발적으로 사직 권고를 받아들였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근로계약관계종료는 권고사직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나 그 실질은 해고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피고의 위 해고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지 본다. 이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장비를 몰래 반출하려던 불법행위를 하였으므로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반면 원고는 폐쇄된 정형외과 수술실을 정리하던 중 의료기기 납품 거래처에 반품해야 하는 이 사건 장비를 기획 이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보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를 재물손괴로 고소한 사건에 원고가 혐의없음 불송치결정을 받았음은 앞서 보았고, 을 제4호증(피고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G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기재를 비롯한 피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라.

소결론

피고가 2023. 9. 18. 원고를 부당해고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근로계약 종료일인 2023. 11. 12.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2023. 11. 12.까지 계속 근무하였다면 지급받았을 임금 합계 792만 원[= ① 2023. 9. 19.부터 2023. 9. 30.까지 임금 176만 원(= 440만 원 × 12/30) + ② 2023. 10.분 임금 440만 원 + ③ 2023. 11. 1.부터 2023. 11. 12.까지 임금 176만 원(= 440만 원 ×12/30)] 및 그 중 ① 2023. 9.분 미지급 임금 176만 원에 대해서는 그 지급기일<1> 다음

날인 2023. 10. 11.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3. 10. 25.부터, ② 2023. 10.분 미지급 임금 440만 원에 대해서는 그 지급기일 다음날인 2023. 11. 11.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3. 11. 25.부터, ③ 2023. 11.분 미지급 임금 176만 원에 대해서는 그 지급기일 다음날인 2023. 12. 11.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3. 12. 25.부터 각 피고가 그 이행 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5. 14.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을 근거로 위 각 미지급 임금 지급기일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의 지연손해금은 같은 법 제36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에 대해서 적용되고,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는데, 이 사건과 같이 해고가 무효가 된 경우를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부당해고 기간 중의 미지급 임금은 상행위로 생긴 것이므로 그 변형으로 인정되는 지연손해금채무는 상사채무로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4다2830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위 인정을 초과하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주문 제1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101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연진(재판장) 하대경 전정우

각주1) 피고는 원고에게 매달 10일 그 전(前) 달 근로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