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8. 29. 선고 2024노96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각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근로자파견 여부에 관한 원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피고인들)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B’라 한다)가 피고인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에 제공한 역무(이하 ‘이 사건 역무’라 한다)의 성격은 도급에 해당할 뿐 근로자파견이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역무와 관련한 B와 E의 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 역무의 성격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이하 이 부분 항소이유를 ‘제1항소이유’라 한다).

나.

파견법 위반 고의 인정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피고인 A, C, D)

가사 이 사건 역무를 제공한 것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A, C, D은 이에 대하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을 위반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위 피고인들에게는 파견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파견법 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미필적 고의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이하 이 부분 항소이유를 ‘제2항소이유’라 한다).

다.

양형부당(쌍방)

원심의 형(피고인 A, D, B 각 벌금 500만 원, 피고인 C, E 각 벌금 700만 원)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제1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그 이유를 자세히 설시하면서 파견법 위반여부에 대한 징표 내지 기준에 관한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의 법리, 즉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 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 5가지 요소를 이 사건 역무의 실질에 비추어 볼 때, 위 역무의 성격은 모두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에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B 측이 이 사건 역무를 제공한 것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1)

피고인 E는 이 사건 역무에 있어 구체적인 작업배치권 및 변경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가)

피고인 B가 구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 및 이후 피고인 E와 사이에 수급인인 피고인 B가 완성하여야 하는 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공사금액 산정방법, 공사기간, 검사의 시기 또는 방법 등에 대하여 별도의 개별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사도급기본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 E는 피고인 B와 매년 또는 일정 시기에 피고인 B가 수행할 공사내용 및 기간, 모델별로 각 작업에 소요되는 계약공수[맨아워(M/H)]<1> 등 단가 산정방법을 정하여 외주물량계약 내지 외주단가계약을 수시로 체결한 사실, 위 외주물량계약 내지 외주단가계약에서도 일반적으로 피고인 B가 작업하여야 할 작업량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매월 초 협의를 통해 수립되는 생산계획을 통하여 제작·생산할 물량 등 작업량이 결정된 사실, 그 외에도 주문물량이나 기계장비 옵션의 변동이 있는 경우 수시로 물량변경계약을 체결하거나 위 각 외주물량계약 내지 외주단가계약에서 정한 이른바 비정규작업에 관한 규정, 즉 “추가 작업에 대한 ‘작업의뢰서’를 통지하고 수급인인 피고인 B가 확인함으로써 상호 합의하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규정”에 근거하여 피고인 E가 피고인 B 측에 추가 작업 내지는 비정규작업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작업을 의뢰한 사실, 외주단가계약 등을 갱신할 경우 새로운 단가를 정할 때 매년 물가, 최저임금, 4대 보험 인상 등 수급인인 B의 인건비와 관련된 부분을 고려하여 단가인상안을 만들고 상호 합의에 의하여 계약을 체결해온 사실, 최종적으로 피고인 B가 지급받을 대금은 각 작업대상 모델별로 피고인 B가 수행하는 공정의 계약공수 합계를 산정하여 여기에 그 계약공수의 단가를 곱하고, 다시 여기에 생산대수를 곱한 금액으로 정한 사실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역무의 제공에 따른 도급단가는 예상인원을 산정하여 당사자 상호간에 정한 표준 맨아워(M/H)에 기반하거나 매년 물가, 최저임금, 4대 보험 등 피고인 B의 인건비와 관련된 부분을 고려하여 정한 단가에 따라 결정되므로, 피고인 B는 외주물량계약 내지 외주단가계약에서 정한 단가에 기초가 된 공정별 예상인원에 따라 근로자들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다시 말해 이 사건 역무의 제공은 형식상 일정한 계약단가에 실제 작업한 물량을 곱하여 산정하는 물량도급 방식이지만 사업계획, 상호 합의 등에 의해 계약단가와 실적물량이 고정되고 피고인 B가 이를 임의로 조절할 여지가 없어 실질적으로는 임률도급 방식과 다를 바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 B는 어떠한 근로자를 결정된 인원 한도 내에서 어떤 공정에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형식적인 작업배치권만을 가지게 되고, 반대로 피고인 E는 협력업체인 피고인 B에 대하여 피고인 B가 수행할 특정 공정을 결정하거나 변경하고, 그 특정 공정의 수행에 필요한 인원수 및 실제 투입하는 인원수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며, 그로 인해 협력업체 근로자의 작업량, 작업순서, 작업시간 등이 결정되는 ‘구체적인 작업배치권 및 변경결정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 사건 역무의 모습은 특정한 일의 완성에 목적이 있고 그 업무를 수급인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도급인은 업무관여 등을 하지 않는 도급과는 거리가 멀다.

2)

이 사건 역무의 제공은 피고인 E가 수행하는 공정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는 공동작업에 해당한다.

가)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이 제공한 이 사건 역무는 도급인인 피고인 E가 담당하는 업무와 전후로 이어져 상호 연동되어 있으며, 일부 업무는 피고인 E 소속 근로자와 수급업체인 피고인 B 소속 근로자가 모두 수행하거나 피고인 E 소속 근로자와 피고인 B 소속 근로자가 일련의 작업을 단계별로 나누어 담당하였다는 등의 내용과 취지에 따라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이 위 역무를 제공함에 있어 도급인인 피고인 E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업무를 수행하였음은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바와 같다.

나)

이에 더하여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 B 측에서 수행한 주요 작업은 피고인 E가 제작하는 굴착기의 암, 붐과 휠로더의 붐, 리어 부분의 제작 과정에서의 가접공정과 마무리공정 부분인 점, ② 이는 피고인 E가 담당하는 로봇공정과 함께 굴착기의 암, 붐과 휠로더의 붐, 리어 부분을 생산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에 해당하고, 그 전후 과정에서 피고인 E의 근로자 내지 작업자들 및 선행 생산공정과 필수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점, ③ 피고인 B 측이 수행한 공정은 피고인 E의 전체 굴착기 생산계획 및 일정과 연동되어 있고 피고인 E의 공정순서와 속도에 맞추어 피고인 B 측의 작업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피고인 B 측에서 사실상 독립적·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점, ④ 피고인 B의 폐업 이후 피고인 B 측이 수행하던 마무리 공정 등은 피고인 E 측에서 직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와 피고인 E는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공동작업’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다)

또한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인 E가 제공한 것으로, 피고인 E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작업복을 입고 작업에 임하였고, 피고인 E는 안전을 강조하는 입간판을 제작하면서 피고인 E나 피고인 B의 각 소속을 구분하지 않고 ‘ARM 제작팀’으로 표시한 사진을 게시하기도 하였다. 피고인 E는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등 피고인 E 소속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일부나마 제공하였는데, 그 제공 기준은 해당 근로자의 (피고인 B 설립 이전을 포함한) 최초 사내협력사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E 내지 그 소속 근로자들 역시 피고인 B 소속 근로자들이 자신들과 함께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 역무는 피고인 E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역무의 제공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제2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별 아래의 사정에 근거하여 피고인 A, D, C이 이 사건 역무의 제공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에 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A

①

피고인 B를 설립한 이래 피고인 E와 공사도급기본계약 등을 비롯한 각종 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인 B의 대표이사로서 작업 현장에 상주하면서 그 운영을 총괄하여 담당한 점, ② 이전 사내협력업체들이 해오던 대로 피고인 B를 운영하였다는 것은 파견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없는 점

2)

피고인 D

①

피고인 E가 종전 사내협력사인 G과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피고인 B를 새로운 사내협력사로 등록하는 데에 관여하였고, 피고인 B의 근로자들이 피고인 E의 울산공장 1공장 내에서 피고인 E와 함께 굴삭기 붐, 암을 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 E의 생산본부장 등 지위에서 피고인 B와의 외주물량계약 체결에 대하여 보고받아 공정별 단가금액에 대하여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B를 포함한 사내 생산협력사에 대한 단가 인상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품셈 조정안에 결재하고 피고인 B의 영업손익 등 세부적인 영업현황이 담긴 사내협력사 수익성 현황에도 결재하는 등으로 피고인 B와의 계약관계 유지·변경에 관여한 점, ③ 피고인 E에서 주재하여 피고인 B 관계자들도 참여한 용접 결합 축소 TFT 결과에 대하여도 보고받은 뒤 그 보고서에 결재하였고 주 1회 정도 피고인 B를 포함한 작업 현장을 둘러보면서 안전 관련 사항을 점검하였으며, 피고인 B에서 참여한 안전 관련 점검 회의에 종종 참석하기도 하였던 점, ④ 피고인 B를 포함한 사내협력사들을 폐업한다는 전제에서 이들에게 사업종료위로금 등을 지원하는 사내협력사 지원안에 결재하였는데(위 지원안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이는 그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 B가 피고인 E에 종속된 기업조직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⑤ 수사기관에서 ‘직영과 하청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울산공장 1공장 일부 구간에 펜스를 쳤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B의 근로자들이 1공장에서 근무하는 것에 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3)

피고인 C

①

피고인 B가 사내협력사로 등록될 즈음 생산 및 구매 업무를 총괄하고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생산 및 구매 부문장으로 근무하면서 피고인 B를 알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 E의 대표이사로서 피고인 B를 포함한 사내 생산협력사에 대한 단가 인상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품셈 조정안 등에 결재하고 사내협력사 수익성 현황을 보고받는 등으로 피고인 B와의 계약관계 유지·변경에 관여하였으며, 피고인 B가 작업을 수행하는 피고인 E의 울산공장 내 1공장을 여러 차례 둘러보았고, 위 1공장 내에서 피고인 E와 B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점, ③ 앞서 본 피고인 D이 결재한 사내협력사 지원안에 대하여 피고인 C도 결재하였고, 그 지원안의 내용은 피고인 B가 피고인 E에 종속된 기업조직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나.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법리

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사람도 위 요건을 충족하면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진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나)

공동가공의 의사는 상호간에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려는 공동가공의 인식이 있으면 되는 것이고, 암묵리에 서로 의사가 상통하여도 되는 것이며, 사전에 반드시 어떠한 모의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443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공동가공의 인식과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인 것으로도 족하나,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공소사실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어야만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 D, C에게 이 사건 역무제공의 관계가 파견근로자관계에 있음에 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①

먼저 피고인 A에 대하여 본다. 피고인 B가 설립된 계기는 F의의 종전 사내협력업체인 G이 F에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폐업을 하면서 대체 협력사를 등록하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는 G의 근로자 등을 그대로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 피고인 A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F의 지원을 받아 피고인 B를 창립하여 2020. 8. 24. 최종적으로 폐업하기까지 피고인 B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유일한 거래처인 피고인 E와 사이의 계약에 따른 피고인 B의 모든 업무를 총괄한 사람이다. 이런 피고인 A이 이 사건 역무 제공의 내용이나 성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한다.

②

다음으로 피고인 C, D에 대하여 본다. 피고인 C, D이 피고인 B를 포함한 사내생산협력사에 대한 단가 인상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품셈 조정안 등에 대하여 결재한 사실, 피고인 E와 피고인 B는 구체적 작업내용을 정하지 않은 공사도급기본계약을 체결한 외에 외주물량계약 내지 외주단가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인 C은 피고인 E의 초대 대표이사이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각종 품의나 계약 등의 최종 결재권자이자 사내협력사 선정심의원회의 위원장으로서의 직책을 맡았다. 피고인 E가 설립되기 전에도 분할 전 회사인 F에 1987년경 입사하여 건설장비사업부 소속으로 피고인 E가 설립되고 퇴임하기까지 계속 근무하였다. 피고인 D은 1988년경 F에 입사하여 2017. 4. 3. 피고인 E가 설립된 이후 임원인 생산본부장 등으로 근무하였다. 사내협력업체들과의 외주물량계약은 피고인 E 내 생산본부에서 체결여부를 결정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 B와의 계약도 그러하다. 이에 더하여 피고인 B의 작업 규모는 피고인 E의 생산계획에 직접 연동되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 B와의 근로자파견 관계에서 피고인 E의 생산본부가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피고인 C, D이 피고인 B와의 계약에서 직접 관여한 ‘단가’의 설정은 계약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C, D은 F에서부터 피고인 E에 이르기까지 사내협력업체 선정 과정 및 그에 따른 피고인 B의 설립과 그 운영 및 담당한 공정과 작업의 내용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었고, 상호 간 공동가공의 인식에 따라 피고인 B와의 계약의 유지·존속에 관여하여 온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피고인 C, D은 이 사건 역무의 제공이 파견법에 위반된다는 점에 대하여 그 위법행위를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진지한 노력을 다 함 없이 만연히 피고인 B와의 계약 체결 및 갱신 등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으로도 인정되므로, 가사 위 피고인들이 파견법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③

한편, 피고인 B의 최초 공사기본도급계약은 피고인 E가 설립되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인 C, D이 피고인 B의 설립이나 사내협력사 선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역무의 제공에 따른 피고인들의 파견법위반 범행은 피고인 B가 설립 후 최초 공사기본도급계약 체결에서부터 각각의 외주단가계약, 외주물량계약의 체결 및 피고인 B의 폐업에 따라 공사기본도급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종료되는 이른바 ‘계속범’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피고인 C, D이 피고인 B의 설립 및 그 사내협력사 선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라 원심 설시와 같이 계약의 유지·존속에만 관여하였을 뿐일지라도 이러한 사정이 피고인 E의 대표이사, 임원인 생산본부장이었던 피고인 C, D에 대한 이 사건 역무와 관련된 법적 성격이나 법위반 여부 등에 대한 미필적 고의의 존부 등을 인정함에 장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인 A, C, D에게 이 사건 역무의 제공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함에 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파견법은 제조업의 핵심 업무인 직접생산공정업무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 증진 및 적정 임금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 범행은 외형상으로는 사내도급의 형태를 띠면서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사업을 영위하거나 그 역무를 제공받은 것이어서 위와 같이 파견법이 금지하고 있는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을 우회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였고 그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 E는 당심에서 이 사건의 실질적 이해관계인인 피고인 B 소속 근로자 25인과 사이에 위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으로 합의하였다. 비록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위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 등이 이루어질 경우 음성적 근로관계 형성 등 파견법위반에 따른 불법적 상황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각 범행을 범하였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의 정도도 높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 C, D은 동종전력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하나 피고인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선고하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