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6. 3. 31. 선고 2025구단5228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의 소

주문

1.

피고가 2023. 2. 13.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2004. 5. 1. C이라는 상호로 운수업(화물)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원고는 2018. 1. 1.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와 '화물 배송 계약서(지입 계약서)'를 작성하여 D가 위탁받은 E의 화물운송 업무를 원고가 자신 소유 (차량번호 1 생략) 화물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이용해 수행하고, 그 대가로 D로부터 배송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9. 6. 1.경 D 울산사업장을 인수한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와 위 2018. 1. 1.자 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전과 동일한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20. 4. 말경 F 대표이사 G으로부터 'F 울산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총무 업무 담당자가 2020. 5. 7.자로 퇴사하니 기존의 업무에 더하여 총무 업무를 수행하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원고는 위 지시에 따라 2020. 5. 9.경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기존의 화물운송 업무와 함께 총무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원고는 2020. 5. 29. 14:00경 이 사건 사업장을 방문한 G에게 업무 관련 보고를 하던 중 쓰러져 H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2023. 2. 13. '원고가 사업주로서 수행한 화물차 운전업무는 근무시간 산정에서 제외되고 근로자로서 수행한 총무업무는 1일 5시간, 1주 평균 25시간 정도에 그치고, 업무내용 및 업무량, 업무시간에 변화가 없어 단기 및 만성과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주장하는 발병 전날 지게차 기사와의 다툼 및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시킬 정도의 돌발적인 상황으로 보기 힘든 점, 건강보험 수진내역 및 건강검진결과에서 고혈압 및 당뇨, 이상지질혈증, 장기간의 흡연력 등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위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적인 여러 내재적인 요인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발병 또는 악화된 것으로 판단되어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 등을 근거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의 화물운송 업무 내용과 근무형태 등을 고려할 때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의 총무 업무만을 대상으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화물운송 업무와 총무 업무를 모두 고려할 경우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과다한 업무량 내지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병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요양급여청구를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5, 11,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총무 업무뿐 아니라 기존에 수행하던 화물운송 업무에 관하여도 이 사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이 사건 계약 제1조는 '원고는 F가 제공한 F와 각 고객사 간 운송계약 체결한 각 제품을 계약의 조건에 준용하여 책임감있는 배송을 실시하되, E 철도발송에 관한 셔틀 운행을 주로 하며, F는 원고에게 화물배송물량을 제공함에 있어 배타적 권리를 가지고, 원고는 F의 사전 동의 없이 F가 제공하는 화물배송 이외에 다른 화물운송을 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주 5일 또는 F의 요청에 따라 주 6일 이 사건 사업장에 08:30경 출근하여 17:50경 퇴근할 때까지 E의 화물만을 동일한 상차지에서 동일한 하차지까지 9-10회 왕복 운송하였고, 이 사건 계약 기간 동안 다른 화물을 배송한 사실은 없다. 위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업장이 원고에게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하였다고 평가된다.

○

원고는 고정급이나 기본급 없이 작업량에 따른 수당의 형태로 보수를 매달 지급받았는데, 원고의 작업량은 이 사건 사업장에 의하여 사실상 결정된 점을 고러하면, 원고가 받은 보수는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

○

원고는 G으로부터 이 사건 사업장 총무 업무를 지시받으면서 구체적인 보수를 정하지 않았다. F에서는 이 사건 상병 발병으로부터 약 20개월 후인 2022. 2.경 원고에게 총무업무에 대한 보수 명목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총무 업무를 병행하기 시작한 2020. 5. 9.경부터 원고의 근무시간은 1일 평균 5시간 정도 증가하였다. 이에 원고는 화물배송 업무를 수행할 때의 출근시간보다 약 30분 일찍 출근하고, 기존 휴식시간 및 점심시간 1시간 중 30분 가량을 총무 업무에 할애하였으며, 약 2시간 30분 늦게 퇴근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화물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보수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평가된다.

다.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1)

인정 사실

가)

원고의 업무 내용

○

원고는 2019. 6. 1.경부터 2020. 5. 8.경까지 주 5회 또는 6회 08:30경 E에 도착하여 12:30경까지 상차된 화물을 이 사건 사업장으로 운송하는 업무를 약 4회 반복하고, 13:30경 E에 도착하여 17:30경까지 상차된 화물을 위 사업장으로 운송하는 업무를 약 5회 반복하였다. 화물을 상하차할 때마다 약 15분의 휴식시간이 있었고, 점심시간은 12:30부터 13:15까지였다.

○

2020. 5. 9.경부터 이 사건 상병 발병일인 2020. 5. 29.까지 원고는 08:00경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여 셔터 개방 등 업무 준비를 하였고, 08:30경부터 12:30경까지 및 13:30경부터 17:30경까지 기존과 동일한 화물배송 업무를 수행하면서 휴식시간에 사업장 하차 과정 관리와 제품 검수 업무를 하였다. 또한 점심시간에는 화물의 기차 상차 과정 관리와 상차 후 상태 검수, 철송 관련 서류 작성 및 제출 등 업무를 하였고, 18:00경부터 20:30경까지 화물의 기차 상차 상태 검수, 지게차 관리, 도착지에서 필요한 서류의 전산 등록, 지게차 주유비 등 비용 정산 서류 정리, 사업장 정리 및 단속 등 업무를 하였다.

○

원고의 업무시간은 2018. 1. 1.경부터 2020. 5. 8.경까지 화물배송 업무로 하루 평균 7시간 정도였으나, 발병 약 3주 전인 2020. 5. 9.부터는 주 5회 위 화물배송업무에 하루 평균 5시간의 총무 업무가 더해졌다. 원고의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60시간, 발병 전 3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60시간이다.

○

원고의 발병 전 4주 동안 휴일은 6일, 발병 전 12주 동안 월 평균 휴일은 6일이었다.

나)

이 사건 상병 관련 의학적 특성

일반적인 자발성 뇌출혈의 위험인자는 고혈압성 뇌출혈을 포함하여 뇌동맥류, 뇌동정맥기형, 모야모야병, 뇌종양 출혈이나 전신적으로 출혈성 경향이 있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흥분, 과로 및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촉발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 제3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I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질병 내용, 치료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누2565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나)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원고는 2004. 5. 1.경부터 화물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다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약 3주 전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총무 업무를 처음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원고는 컴퓨터 사용법 등 업무 파악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

이 사건 사업장에는 화물차 배송기사인 원고, 화물 상하차를 위한 지게차 운전자 2인, 총무 1인이 고용되어 있었는데, 원고는 총무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화물상하차 상태에 관하여 수하인 등의 불편을 접수하고 이를 지게차 운전자들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원고와 지게차 운전자들 사이에 마찰이 생겼고, 이 사건 상병 발병 전날 원고는 지게차 운전자 진영옥과 크게 말다툼을 하였다.

○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고가 총무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존에 보장받던 휴 게시간과 점심시간에도 총무 업무를 수행한 점, 출근 시간이 앞당겨지고 퇴근 시간이늦어지는 등 총 업무시간이 길어진 점, 총무 업무 개시가 G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고 업무 수행 기간과 보수도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하였던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는 2020. 5. 9.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화물운송 업무와 총무 업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받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보인다.

○

원고의 2018년 건강검진 내역에 '고혈압이 잘 조절되어 있다'고 기재되어 있어 원고가 그 전부터 고혈압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법원감정의가 원고의 진료기록 및 이 사건 발병일 병원 내원 시 초기혈압 기록을 근거로'고혈압에 대한 치료는 무난했다'는 소견을 회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일부 개인적 소인만으로는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

이 법원 감정의는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시 남성 50세로 나이에 따른 자연발생적 뇌출혈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판단되며, 원고에 대하여 위 상병에 대한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의 관여도는 약 50% 정도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미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