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들은 피고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기 시작하여, 2007년경 무기계약직, ‘일반직(다)’ 직군, 2018년경 ‘일반직’ 직군으로 각 전환되었고, 현재도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피고는 텔레비전, 라디오 교육방송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사이다.
원고들의 직군 변경 과정
원고들은 별지2 ‘원고별 호봉 및 급여산정’ 표의 ‘입사일’ 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피고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피고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시행된 2007년경, 원고들을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일반직(다)’ 직군으로 전환하여 근무하게 하였다. ‘일반직(다)’ 직군은 이른바 정규직인 ‘일반직(가)’ 직군과 비교할 때, 근로기간의 정함이 없어 계속적인 고용이 보장된다는 점은 동일하나, 각종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임금 수준도 전반적으로 ‘일반직(가)’ 직군보다 낮았다.
정부는 2017. 7.경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였고, 피고는 정부 정책에 따라 2018. 1. 1.자로 ‘일반직(가)’, ‘일반직(나)’, ‘일반직(다)’ 직군 근로자들을 모두 ‘일반직’으로 통합하였다.
일반직 통합의 진행 경과 및 이 사건 협약 체결
피고는 ‘일반직(나)’, ‘일반직(다)’ 직군을 모두 ‘일반직’으로 통합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결성한 B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일반직(나)(다) 임금개선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운영하며 협의를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8. 1. 16. 15:00경 피고 본사건물에서 ‘일반직(나)(다) 처우개선 노동조합요구(안)’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피고는 2018. 3. 14.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일반직(나)(다) 임금 및 제도개선 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 협약에는 원고들에게 별지2 ‘원고별 호봉 및 급여산정’ 표 중 ‘부여호봉(2018. 1. 1. 기준)’ 란 기재 각 해당 호봉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협약에 의하면, 일반직(다) 직군에서 전환되는 근로자들은 기존에 지급받던 임금을 기준으로 그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받던 일반직(가) 직원의 호봉과 같은 호봉을 부여받는다. 실제 원고들은 이 사건 협약에 따른 호봉을 부여받았고, 이후 부여받은 호봉에 따라 계산한 임금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피고는 입사 이래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원고들을 2018. 1. 1.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근무기간 및 학력을 반영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무기계약직 당시의 급여를 기준으로 호봉을 산정함으로써, 원고들은 같은 근무기간 및 학력을 가진 정규직의 호봉과 비교할 때 약 10호봉 내지 20호봉 낮게 산정된 호봉을 부여받았고, 이로 인해 원고들은 동일한 시점에 입사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정규직보다 과소한 기본급과 수당을 지급받았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는데, 이 경우 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에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호봉과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은 위 합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고 원고들에 대한 호봉 산정 등에 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는바,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은 불이익한 취업규칙 등의 변경은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한 기간과 학력 등을 반영한 ‘적정호봉’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구하고, 2018. 1.부터 2020. 6. 30.까지 ‘적정호봉’을 적용하여 계산한 임금과 피고가 부당하게 낮게 부여한 호봉으로 계산한 임금 사이의 차액 중 일부로서 원고 1인당 각 1,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원고들은 피고의 정규직인 ‘일반직(다)’를 거쳐 ‘일반직’으로 직군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위와 근로조건이 계속 향상되었다. 피고는 원고들이 소속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노사합의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호봉을 부여하였고, 원고들의 근로조건은 종전보다 개선되었다. 협약자치 원칙상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고, 이 경우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부여한 호봉은 원고들의 장래 임금에만 영향을 미칠 뿐 이미 발생한 구체적인 임금지급청구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원고들은 정규직으로 입사한 근로자들과 채용경로 및 담당업무 등이 달라, 피고가 원고들에게 기존 근무기간과 학력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은 호봉을 부여하였더라도 차별이라 할 수 없고, 원고들이 자신들과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반직 근로자들의 업무는 원고들의 업무와 달라 위 일반직 근로자들을 기준으로 호봉을 부여할 수도 없다. 3. 판단
관련 법리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나,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상여금 포함)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41384 판결 등 참조). 이때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단체협약만으로 포기 등을 할 수 없게 되는 임금인지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29861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의 이 사건 협약은 단체협약으로서 유효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호봉을 부여하고 부여된 호봉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여 지급한 것은 적법하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협약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직군을 통합하여 모든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인 임금체계를 적용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일반직(다) 직군에 속한 근로자들은 종전에 계속적인 고용만 보장되던 지위에서, 호봉이 승급하고 각종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지위로 전환되었다. 이 사건 협약에 의하면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은 통합된 일반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우선은 과거 지급받던 임금과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고 향후 호봉이 올라감에 따라 임금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원고들이 포함된 일반직(다) 직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직군 통합으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설령 이 사건 협약이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일반직(나)(다) 직군에게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일반직(나)(다) 직군에 속하는 근로자들에게 부여된 호봉이 기존 근무기간이나 학력 등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향후 호봉 승급에 따라 올라갈 것으로 예상될 뿐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일반직 (나)(다) 직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
설령 이 사건 협약이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의 변경이라고 보더라도,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이 사건 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일반직(나)(다) 직군에 속하는 근로자들에게 기존 근무기간이나 학력 등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호봉이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유지되고 향후 호봉 승급과 제 수당 지급 등이 보장되는 이 사건 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협약은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이 통합 일반직으로 전환되면서 이들에게 부여할 호봉 및 이에 기초하여 장래에 지급될 임금에 관한 것이고, 이미 지급기일이 도래하여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원고들을 비롯한 일반직(나)(다) 직군 근로자들의 개별적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는 없다.
원고들은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등을 변경할 때는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제93조 이하에 따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단체협약은 헌법상의 단체교섭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기초하여 사용자와 노동조합의 합의 하에 체결되는 것이어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더라도 근로자들의 개별적 동의나 수권은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차이점에 주목하면 이 사건 협약에도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기흥(재판장) 이정훈 서동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