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23. 1. 18. 체결된 근로계약서 중 별지 기재 제9조 다항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5,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4. 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파주시 C 상가 2층에 위치한 ‘D태권도’ 도장(이하 ‘이 사건 도장’)을 운영하는 사용자이고, 원고는 2022. 1. 10.부터 2023. 4. 9.까지 이 사건 도장에서 지도관장으로 근무한 근로자이다.
원고는 이 사건 도장에서 근무 중이던 2023. 1. 18.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후 원고와 피고는 2023. 4. 7. 원고의 퇴직에 관한 합의문을 작성하여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퇴직 후 이 사건 도장으로부터 약 50m 거리에 있는 E 상가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F태권도’ 도장을 열 예정이라고 주변 지역에 홍보하였다.
피고는 2023. 4. 19., 2023. 5. 10.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 제2항 및 별지 기재 이 사건 계약 제9조 다목(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근거하여, 이 사건 도장 인근에서 직접 태권도장을 운영하거나 다른 태권도장에서 근무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송부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경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이하 ‘관련 가처분 사건’이라 한다), 위 법원은 원고가 2024. 4. 7.까지 이 사건 도장으로부터 반경 5km 내에서 태권도 학원을 영업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영업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7. 18.자 결정 2023카합5201).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이 사건 조항은 이 사건 합의에 포함되어 원고에게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원고의 근로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므로, 민법 제103조, 또는 제104조가 적용되어 무효이다.
이 사건 합의는 피고의 강압에 의해 작성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위법한 해고이며,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개월분 급여 상당액인 2,800,000원 및 위자료 2,800,000원, 합계 5,6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계약은 이미 해지되었고 당사자들은 이 사건 합의로 새로 법률관계를 설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조항의 무효확인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이 사건 조항 및 합의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원고의 자유의사로 체결한 것으로서, 원고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근로의 권리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원고가 이 사건 도장에 근무하며 알게 된 고객 관계 등 정보에 관하여 피고의 이익을 보호할 가치가 있고, 피고는 그 대가도 원고에게 지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유효하다.
원고는 피고의 강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합의해지한 것으로서, 이 사건 합의를 위법한 해고로 볼 수 없다. 피고는 2023. 5. 11.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원고가 경업금지의무를 준수하지 않아서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 사건 조항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확인의 소는 원칙적으로 분쟁 당사자 사이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허용되는바, 이행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별도로 그 이행의무의 존재 확인을 구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별도로 그 침해되는 권리의 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안 제거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고 소송경제에 비추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75424 판결 등 참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은 해지되어 그 효력이 장래를 향하여 소멸하였고, 당사자들은 이 사건 합의를 통해 향후의 법률관계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현재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경업금지의무의 근거로 피고가 제시한 이 사건 합의 제2조는 퇴직 절차에 관하여 이 사건 계약 제9조 전체를 인용함으로써 원고에게 그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사건 조항의 내용도 이 사건 합의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의 경업금지의무가 발생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조항의 내용 또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 원고로서는 원고의 경업금지의무에 관한 이 사건 합의 및 조항의 효력에 관하여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에 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분쟁 해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5, 7호증의 각 기재 및 음성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그 내용이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경업금지약정에서 금지 기간이 장기이거나 금지 지역이 넓게 설정된 경우, 쉽게 다른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갖지 못한 자로서는 종전의 직장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접근성, 주변 인구, 주거단지의 존재 여부와 더불어 주민들과의 관계 등에 큰 영향을 받는 태권도 지도관장직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던 지역에서의 경업이 금지된다면 해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소득 활동이 막히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의 지역적 범위는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일산서구까지 미치는 광범위한 주거 지역이고 그 기간적 범위의 제한은 전혀 없으므로, 채무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에 대한 제한 정도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 당시 이미 1년 이상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던 원고에게 어떠한 대가도 제공된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제9조 다목에 의한 경업금지의무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23. 4. 6.자 대화를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가 이루어진 2023. 4. 7.에도 이 사건 도장에서 계속 근로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 사건 계약은 그 기간 종료 전에 피고의 사정에 따른 요청으로 근로계약 해지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가 해지를 요청한 사유는 이 사건 도장의 매도 또는 폐업으로서, 이러한 경우 고객관계 등 피고의 사용자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원고가 그 근방에서 새로운 영업의 개시를 준비한 행위에 피고에 대한 배신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서 지급하기로 한 퇴직금 2,000,000원 및 위로금 2,800,000원이 근로계약을 해지하면서 이 사건 계약 제9조 다목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부담시키는 대가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하고(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 원고가 이 사건 도장에서 1년 3개월 동안 계속 근무한 사실, 2024. 1. 10.부터 2024. 4. 9.까지 3개월 동안 월 2,800,000원씩 급여로 받았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피고의 사유로 원고를 해고하는 경우 원고는 해고예고수당으로 1개월의 월급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가 없더라도 법령상 계속근로기간에 대응하는 평균임금인 3,461,538원[= {(2,800,000원 × 3개월) ÷ 91일} × 30일 × (1년 + 3개월/12개월)}]과 2,800,000원의 해고예고수당 합계 6,261,538원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 피고가 자신의 사정으로 이 사건 계약의 합의 해지를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하여 이 사건 합의가 체결된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합의가 정하고 있는 퇴직금 및 위로금 합계 4,800,000원은 무효인 이 사건 계약 제9조 다목에 따른 경업금지약정을 새로 설정하는 대가로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아울러 위 제9조는 가목의 업무인수인계나 나목의 비밀유지조항을 담고 있어서, 과연 이 사건 계약상 이미 효력이 없었던 제9조 다목의 경업금지조항이 이 사건 합의 내용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원고는 관련 가처분 사건의 결정은 이 사건 조항이 ‘일부 무효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적어도 적절한 시간의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이 적절한 시간의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그 피보전권리가 실재하는지 여부의 확정은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 하에 하는 것이며(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2046, 82053 판결 참조), 본안소송과 별개의 독립된 절차이므로 주장과 증명의 정도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해 근로의 권리가 제한되는 정도, 지역적 범위, 원고 퇴직의 경위, 보호할 가치 있는 피고의 이익 유무 및 앞서 살펴본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조항에 시간적 범위를 설정하더라도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소결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을 제4, 5, 7호증의 각 기재 및 음성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강요로 이 사건 합의문을 작성하였다거나, 피고가 원고를 위법하게 해고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합의는 당사자들의 합의로 체결한 근로계약의 해지로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처분문서가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 그 문언의 내용 이외에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0. 11. 선고 93다55456 판결 참조). 처분문서인 이 사건 합의문의 진정성립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상호 의사의 합치를 통해서 이 사건 계약을 합의 해지하였으며, 원고가 그 대가로 퇴직금 및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할 수 있다.
2023. 4. 6.자 당사자들 사이의 전화 통화(갑 제4호증) 중 원고의 주장과 같은 협박이나 강압으로 볼 수 있는 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위 통화에서 피고는 이 사건 도장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려고 한다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도장의 인수 의사를 문의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도장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되는 경우 근처에서 다른 도장을 개업할 생각이라고 답변하였다. 경기도체육회 클린신고센터(갑 제5, 7호증)의 2023. 4. 26.자 민원 답변에 따르면, G협회는 피고로부터 그 무렵 폐업 예정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 사건 합의가 위 통화의 바로 다음날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협박이나 폭력 등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이 사건 합의의 체결을 종용하였다기보다는, 원고가 피고의 사정을 용인하면서 원만하게 근로계약을 해지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위법한 해고라는 전제에서 한, 피고가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요(재판장) 채영림 정영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