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구리시 B건물, 4층에 있는 C 주식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상시 16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장례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등 일체의 금품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5. 12. 15.부터 2023. 12. 6.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D의 퇴직금 23,547,707원 및 2019. 7. 25.부터 2023. 12. 22.까지 근로 하고 퇴직한 E의 퇴직금 10,573,244원 등 총 2명의 퇴직금 합계 34,120,951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임금 미지급에 관한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근무수칙을 만들어 장례복지사<1>에게 배포하고, 장례복지사들을 이 사건 회사 본점으로 소집해 민원 관련 교육을 실시하며, 협력사 관련 민원 사항이 공유되는 등 일정 부분 관리, 감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D, E을 비롯한 장례복지사들이 F 실장을 통해 장례식장에 투입되었고, 업무처리에 필요한 앞치마, 두건, 리본 등이 통일된 디자인에 따라 이 사건 회사를 통해 제공된 점, 장례복지사들의 보수가 일당이 아니라 정산하여 정기적으로 지급된 점 등을 고려하면, D, E은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된 장례복지사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장례복지사로 근무한 D, E이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근로자라는 점과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각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가사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회사는 기업과 장례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장례물품과 장례지도사, 장례복지사 등 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장례지도사의 경우 전문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이 사건 회사와 별도로 고용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장례복지사와은 별도로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이 사건 회사에서 별도로 장부 등을 통해 인원을 관리하고 있다고 볼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사건 회사에서 일정 기업에는 장례지도사 없이 장례도우미만 공급하고 있으므로, 장례지도사를 통해 장례복지사들을 관리, 감독한다고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장례복지사들의 공급 역시 같은 장례복지사로서 이른바 '실장'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신규 장례복지사의 채용이나 장례식장에 어느 장례복지사를 공급할지 등 인력관리에 이 사건 회사가 관여했다고 볼만한 정황은 뚜렷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장례복지사들은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자유롭게 실장에게 통보하고 일을 쉬거나 그만두기도 했던 것으로 보이는바(별도로 정년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각자의 생활 패턴, 건강상태, 개인 일정에 따라 일을 하지 않거나 조율하기도 했으므로, 장례복지사들에게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거나 근로가 강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회사에서 장례복지사들에 대해 근태관리를 할 계획이나 의사도 특별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장'으로 불리는 F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되어 있지 않다고 진술하였으므로, 장례복지사들을 상시 관리하는 별도의 인력이 있었다고 볼 수 도 없다.
F 실장을 통해 투입된 장례복지사 중 상당수가 이 사건 회사가 담당하는 장례식장이 아닌 G 장례식장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회사에서 이러한 타 사 장례식장 투입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이를 금지하고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으므로, 장례복지사들이 이 사건 회사에 종속되어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회사가 안정적인 장례복지사 투입에서 나아가 각 실장이 관리하는 장례복지사들을 전속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태도가 좋지 못하거나 자주 나오지 않는 장례복지사에 대해 특별히 제재 등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찾기 어렵다).
장례식장에서 장례복지사가 근무하는 시간은 상주와의 협의에 따라 연장되거나 단축되는 경우가 있는데, 장례복지사들이 이에 대해 이 사건 회사의 허가를 얻었다고 볼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아니한다. 또한 연장 근로에 따른 수당은 상주로부터 직접 수령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장례복지사들이 이를 이 사건 회사에 입금하였다가 고정급으로 수령하는 방식으로 보수지급이 이루어지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사와 그 수당을 분배하지도 않았으므로, 연장 근로와 그 초과 수당에 대해서는 이 사건 회사가 개입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장례복지사들이 고정적인 월급을 받은 것은 아니고, 기본급도 정해져 있지 않았는바, 각자 일한 시간과 일수에 비례해 보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일한 날에 따라 월별 보수 편차도 상당한 차이가 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연장 근로 수당이나 타 사 장례식장에서 일한 일당은 장례복지사가 개인적으로 취득하였다.
그리고 D, E 등 장례복지사와 이른바 '실장'이라 불리는 F의 증언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련사건(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2고단1040)의 진정등으로 문제가 되기 전에 이 사건 회사에 퇴직금을 청구하였던 장례복지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상조업계에서 장례복지사에게 퇴직금을 수령하는 전례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장례복지사들에게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쉽게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피고인은 별도로 장례복지사들의 채용 및 퇴직 일시, 급여 내역과 같이 퇴직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장례복지사인 D, E이 이 사건 회사에 직접 퇴직을 통보하지도 않았고, 그만둔다고 통지한 상대방인 실장 F이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이라거나 대리인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위 장례복지사들이 그만둘 무렵 이 사건 회사에 직접 퇴직금 지급을 요청하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위 장례복지사들이 그만둔 사실을 인식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지엽
각주1)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에 대한 음식 서빙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을 의미하는데, 장례도우미 등 여러 호칭이 혼재되어 있으나, 장례복지사로 통일하여 호칭하기로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