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6고단2589호의 근로자 중 B, C, D, BX, F, G, H, I, J, K, L, M, N, O, P, Q에 대한, 2016고단3784호의 근로자 전부에 대한, 2016고단3102호의 근로자 중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원심판결문 제18, 19면) 제1 내지 41번 기재 근로자에 대한, 2017고단11호의 근로자 중 R에 대한 근로기준법 내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과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하였고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지 아니함으로써 원심판결 중 위 공소기각 부분은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이 유죄를 선고한 부분에 한정된다 할 것이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7고단790호 횡령의 점과 관련하여, 채권자들이 피고인의 회사에 보관되어 있던 AJ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 자동차(이하 '이 사건 자동차'라 한다)를 채권회수를 이유로 허락도 없이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이 사건 자동차를 피해자 주식회사 AI(이하 '피해자'라 한다)에게 반환하지 못한 것일 뿐, 피고인이 이 사건 자동차를 횡령할 의사로 처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없이 퇴직한 근로자에게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가 성립하고, 위 각 죄는 1개 행위로 말미암은 것으로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도13244 판결 참조), 원심은 임금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들에 대한 위 각 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리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또한 위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한 확정된 형사판결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관련 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위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지만, 검찰의 무혐의결정에 대해 확정된 형사판결과 동일한 증거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으므로, 관련 재판에서 검찰의 무혐의결정 이유와 배치되게 사실인정을 한 것이 채증법칙에 위반된다거나 대법원의 판례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2188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채권자들이 이 사건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고, 그래서 당시 절도 피해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2017고단790호 증거기록 제1권 제52면), "당시 상황에서는 채권자들에게 채무에 대한 대물변제 명목으로 이 사건 자동차를 넘겨주었던 것이다"(위 증거기록 제1권 제53면)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검찰에서도 "채권자들이 이 사건 자동차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채권자들에게 대물변제 차원에서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해주었던 것이고, 그래서 도난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사 경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은 급한대로 채권자들에게 대물변제로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회수할 생각이었다"(위 증거기록 제1권 제91면), "직접적으로 이 사건 자동차를 가져가라고 말한 사실은 없지만, 채권자들이 이 사건 자동차를 가져갈 때 대물변제로 지급하였고, 가져가는 것을 묵인하였기 때문에 승낙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위 증거기록 제1권 제92면)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스스로 이 사건 범행 당시의 상황에 대해 위와 같이 상세히 진술하였는바, 불상의 채권자들이 피고인의 허락 하에 이 사건 자동차를 대물변제 명목으로 가져갔던 것으로 판단되고, 달리 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없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2017. 4. 11. 이 사건과 유사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자동차 횡령 사건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스스로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한 점, 횡령의 범의는 범행 당시 피고인의 인식과 의사에 관련된 것으로서 다른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보다 피고인의 직접적인 진술에 더 큰 증거가치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반환하지 못할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이고, 이에 반하는 위 불기소이유서에 대하여 유의미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판결문 주문 기재 중 제1면 아래에서 제4행 "2017고단2589호의"는 "2016고단2589호의", "E"는 "BX"의, 같은 면 아래에서 제2행 "2016고단3784호의"는 "2016고단3784호의 근로자 전부에 대한"의, 공소기각 부분 기재 중 제9면 제12행 "2017고단2589호"는 "2016고단2589호"의, "E"는 "BX"의 각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직권으로 경정한다).
[유죄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