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8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D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 판결 중 무죄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E에게 용역을 주었고 해당 업무를 용역 받은 E는 그때마다 일을 하고 용역비를 받았을 뿐, 근로계약을 맺고 피고인 회사에 상주하여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 피고인은 압출기 기사 F에게 용역을 주었고, F가 자신의 직원인 D을 데려다 작업을 시킨 것뿐이므로 피고인은 D에게 급여를 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피고인은 E, D을 채용하여 지휘, 감독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E 부분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근로일수와 미지급 금액이 실제와 다를 뿐 근로자 E를 고용한 것은 맞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00쪽). 이러한 피고인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원심 법정에서의 E의 진술을 비롯한 원심 거시 증거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E를 고용하여 지휘, 감독하며 E의 근로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D 부분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D 부분에 대하여 공소 제기된 미지급 임금 총 675만 원 중 510만 원 부분에 대하여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165만 원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원심판결의 유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검사는 이유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1심이 단순일죄의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의 일부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한 경우에 피고인만 항소하여도 그 항소는 그 일죄의 전부에 미쳐서 항소심은 무죄부분에 대하여도 심판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000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포함한 공소사실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한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파주시 B에 있는 'C'의 실경영자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이하 "피고인 공장")에서 2017. 8. 16.부터 2017. 9. 23.까지 근로한 D의 2017. 8. 임금 2,550,000원 및 2017. 9. 임금 4,200,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거시 증거들에 의하면, D은 C에서 압출기 기사로 일한 F의 친구로서 기계 제작 등을 하는 기술자인 사실, 2017. 8.경 달리 하는 일이 없었던 D은 F의 연락을 받고 F을 따라 파주에 있는 피고인 공장을 방문한 사실, 당시 C에는 인쇄기 등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던 사실, D은 며칠 동안 F을 도와 잡다한 일을 하다가, 피고인과 사이에 C에서 정식으로 근무하기로 하고 일당으로 15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사실, 이후 D은 C에서 인쇄기, 압출기 등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한 사실, D은 위와 같은 일을 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작업에 관한 지시를 받기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따르면, D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그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도5995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D의 노무제공 형태를 고용으로 보거나, D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D을 근로자로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고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의 해석,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검찰,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D을 고용한 적이 없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다(공판기록 101쪽, 증거기록 74쪽).
D 스스로 자인하듯이 D은 일하는 날짜나 시간에 관해서 피고인과 협의한 적이 없고, 피고인에게 출퇴근 보고를 한 적도 없다(공판기록 144, 145쪽). 또한 피고인 공장에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경비업체(H)의 지문등록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데, E, F은 출입을 위한 지문등록이 되어 있지만, D은 출입을 위한 지문등록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으며, D은 E, F 없이는 혼자 피고인의 공장에 출입할 수 없었다(공판기록 145, 180, 186, 187쪽). D은 검찰에서 "저는 C에 입사를 한 것이 아니고 일당을 받고 기계수리일을 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F은 압출기가 안 된다, E는 인쇄기가 안 된다고 하면서 기계 수리를 요청하였고, 그러면 일당 15만 원에 내가 수리를 해 주겠다고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니 모두가 오케이가 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6, 80쪽).
피고인과 동업관계에 있고, C의 명의상 대표자인 G는 원심 법정에서 'D은 F이 아는 사람이고 F이 도움을 받으려고 D을 데리고 왔다고 들었다. D은 압출기, 가공기 설치, 보수를 책임지기로 한 F을 도와주려고 부른 사람으로 알고 있다. D은 용역을 준 사람이지 회사가 고용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54, 155쪽). E도 원심 법정에서 'D은 F이 불러온 사람이다. 압출기 들어온 다음에 F이 압출기를 세팅하러 왔고, 수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F이 D을 불렀다. 인쇄기가 안 되는 걸 D과 F 두 사람이 친구이니 수리를 해야 하니까 D을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28, 129, 132쪽).
D을 피고인 공장으로 데려간 F 조차도 원심 법정에서 'D은 일당제로 하기로 했을 것이다. D은 임금 줄 필요가 없다. 거기 고용된 사람이 아닌데. D은 거기 고용된 사람 아니다. 기계를 고쳐주라고 해서 기계를 고쳐주는 조건으로 근무를 하는 거지. 고용해서 얼마 하자 그것은 아니다. 나오는 일수만 쳐준다고. D은 제가 갈 때만 피고인 공장에 갔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77~179쪽).
피고인과 D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적이 없고, 피고인이 D의 근로소득세를 원천 징수한 적도 없다. D은 피고인 공장의 건강보험 가입자 명부와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자 명부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아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혜택을 받은 바도 없다(변호인 제출 증 제8, 9호증).
D은 원심 법정에서 '기계수리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적이 있다. 제가 할 수 없어가지고 위임을 했다. 고장 난 기계를 들고 친구 공장으로 가서 볼트 빼고 다시 조립을 해 주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141, 146쪽). D은 피고인의 지휘, 감독 없이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었고, 실제로 대행시키도 했다.
D이 피고인으로부터 일당 15만 원을 받기로 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D이 피고인에게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개략적이거나 일반적인 작업 지시는 도급이나 위임 형태의 계약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하루하루 실제 일을 하는 날만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는 것도 도급이나 위임 형태의 계약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D도 원심 법정에서 '근무시간은 기계가 돌아갈 때까지이다. 15만 원씩 받고 "기계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해서 일하게 된 것이다. 피고인에게 부품 대부분을 교체해야 된다고 말하여 부품대금을 청구하여 800만 원을 지급받았다.'라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140, 143쪽), 검찰에서도 "기계 상태를 보고 뭘 어떻게 수리해야 할 것인지 확인했었다. 기계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 기계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줄 아는 사람이 저 외에는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3쪽). F으로부터 기계수리 부탁을 받고 피고인의 공장으로 온 D은 기계수리 업무를 도급받았거나 위임받았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피고인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고 인쇄기, 압출기, 가공기 등의 기계들을 피고인 공장에 들여 놓고 가동을 위한 설치(세팅)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기계들의 수리를 F에게 맡긴 것이고(공판기록 185쪽), F은 자신의 일을 도와줄 사람으로 D을 데려왔다. 피고인이 D에게 작업에 관한 지시를 일부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휘, 감독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업무의 내용을 지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 감독이 이루어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F이나 D에게 했던 지시는 '기계를 수리하라'거나 '기계를 고쳐 달라'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보인다(공판기록 185, 189쪽). 작업을 맡긴 사람이 약정 내용대로 이행을 촉구하는 의미일 뿐, 이를 종속적인 관계에서의 지휘, 감독이라 보기는 어렵다.
결론
피고인의 E에 대한 임금 미지급 부분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고, D에 대한 임금 미지급 부분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다. 이와 같이 무죄로 되는 D에 대한 임금미지급 부분과 E에 대한 임금 미지급 부분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으로 선고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