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피고인 B에게는 무죄 판결을 선고하고, 피고인 A에게는 주민등록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일부 업무상 횡령의 점 및 일부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근로자 F에 대한 임금 미지급 중 별지 범죄일람표(3) 연번 3번의 133,92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각 이유 무죄 판결을 선고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A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의 주민등록법위반의 점 및 위 이유 무죄가 선고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및 유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 A의 주민등록법위반의 점은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분리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원심판결 중 이유 무죄로 판단한 일부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일죄로 기소된 근로자 F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유죄부분과 함께 당심에 이심되었지만, 검사가 이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지 아니하여 당사자 사이의 공격·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났으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의 무죄 결론에 따르기로 한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사실오인(피고인들의 업무상 횡령의 점 중 무죄 부분)
피고인들은 매달 20일 피해자들의 통장으로 기초생활급여 및 장애수당이 입금되면 바로 현금으로 인출하여 피해자들의 생활비로 사용하였다고 변소하면서도 그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식사의 수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식비로 지출한 비용은 하루 15,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A가 피해자들에게 담배와 밥을 사줬다고 하여 피고인들이 인출한 모든 금액을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 A의 사업이 계속 적자 상태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피고인 A에 대하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속하여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사실은 검사가증명하여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참조).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추가로 제출된 증거는 없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임의로 인출한 금원을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한 것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운 측면이 존재한다.
피고인 A는 2011. 5. 3.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2011. 7. 15.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범죄사실은 피고인 A가 고양시 덕양구 CD에 E를 설립·운영하면서 소속 장애인들이 병원에 입원한 기간 동안 그들의 사회보장급여를 인출하여 피고인 A 명의의 계좌로 입금한 뒤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것이다(수사기록 1권 595면 내지 602면).
피고인 A는 2010. 6. 28. 위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장애인들의 계좌에서 인출하여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한 금액을 숙소 난방비, 생활비, E의 차량 주유비, 보험료, 각종 공과금 등으로 사용하였고, 이에 관한 영수증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되자 이 사건의 계기가 된 감사원 감사 이후로는 각 장애인들 명의의 계좌에서 E 명의의 계좌로 사회보장급여를 이체하여 E의 경비로 사용한 다음 관할 동사무소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관련 영수증을 제출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281 내지 285면). 그러나 피고인 A는 이 사건에 있어서도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을 피해자들의 식비, 담뱃값, 목욕비, 임차료, 공과금, 주유비, 핸드폰 및 티비 요금 등 E 관련 비용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이에 관한 영수증을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영수증을 제출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인 A가 E와 별도로 설립한 주식회사 L의 2015. 1. 2.부터 2017. 12. 24.까지의 예금거래내역에는 치킨 결제 내역(수사기록 2권 122, 123, 134, 138, 140, 145,146, 147, 157, 164, 167, 171, 174, 181, 184, 187면 등),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점심을 사주었다는 'Z' 및 'CE식당' 결제 내역(수사기록 2권 131, 152, 153, 158, 169면 등), 주유비 결제 내역(수사기록 2권 137, 138, 139, 142, 146, 148, 159, 166, 168면 등), 핸드폰 및 티비 요금 결제 내역(수사기록 2권 122, 124, 127, 133, 138, 139, 142,146, 152, 156, 160, 180, 184면 등)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들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기초생활급여 및 장애수당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피해자들에게 치킨, 점심 등을 사주거나 E의 차량 주유비, 핸드폰 및 티비 요금 등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주식회사 L 명의의 계좌에 별도로 보유하고 있는 금액을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였을 뿐이고, 주식회사 L 명의의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 피고인들이 피해자들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을 다시 입금한 금액으로 보이지도 않는바, 피해자들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기초생활급여 및 장애수당을 현금으로 인출한 뒤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피고인들의 변소는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의 업무상 횡령의 점에 대한 원심의 무죄 부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532 판결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음에도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인출 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피고인 A가 E와 별도로 주식회사 L을 실질적으로 설립·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 A가 주식회사 L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한 것이 문제되는 경우가 아닌바,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실관계를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기초생활급여 및 장애수당을 피해자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및 그 금액에 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
피고인 A는 검찰 조사 당시 "G 이름으로 돈이 들어오면 그 돈을 G을 위해서만 쓰지는 않았습니다. G 생활비로도 쓰고 다른 장애인 생활비로도 사용하고, 작업장에서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수사기록 1권 632면), "H 명의의 계좌에서 기초생활수급비 및 장애인연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장애인 6명, 결손가정 청소년 3명, 저와 제처, 제 자녀 3명 등 12명 다 같이 사용했죠."(수사기록 1권 635면), "F 명의의 계좌에서 장애인연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다 같이 사용하였습니다."(수사기록 1권 636면)라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피고인 A가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에는 각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되지 않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피고인 A가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에는 각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고, 피해자들은 피고인 A가 피해자들에게 담배, 밥, 도시락, 라면 등을 사주고 노래방 비용을 대신 부담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공판기록 247, 263면), 검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 중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되지 않은 부분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전혀 증명되지 않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진술만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 전액을 횡령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W는 경찰 조사 당시 "A가 장애인들을 매개로 해먹은게 약 20여년 동안 4-50억 원은 될 겁니다."라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수사기록 1권 151면), 이러한 W의 진술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추측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식사의 수준이 통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게 별도로 식비, 주거비 및 생활비 등을 납부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들로서는 피해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으므로, 위와 같은 W의 진술만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전액을 횡령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위 나. ③항에서 살펴본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전액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식회사 L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된 치킨, 음식, 주유비, 통신요금 결제 금액 등 E에 관련된 금액을 합한 액수가 피고인들이 E의 운영을 위해 실제로 지출하였어야 하는 액수와 일치하여 피고인들이 E의 운영을 위해 추가로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기초생활급여 및 장애수당을 현금으로 인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 A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A가 당심에 이르러 번의하여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 A는 동종 범죄전력이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동종의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 또한 회복되지 아니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피고인 A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두루 참작하고,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 A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A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직권경정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오기임이 분명한 다음 사항을 직권으로 경정한다.
원심판결문 제3쪽 제11행 및 제8쪽 제8행의 각 "501.010원"을 "501,010원"으로 각 경정한다.
원심판결문 제6쪽 제13행의 "위 재1의 가항"을 "위 제1의 가항"으로 경정한다.
원심판결문 제7쪽 제3행의 "2018. 8. 4."를 "2017. 8. 4."로 경정한다.
원심판결문 제10쪽 제2행의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임금미지급의 점)"를 행위시법인 "각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제36조(임금 미지급의 점)"로 경정한다.
원심판결문 제15쪽 제4행의 "입원한 시실"을 "입원한 사실"로, 제15쪽 제8행의 "형사소송법 베325조 후단"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으로 각 경정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명희(재판장) 신정민 김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