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655,32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3. 4.부터 2023. 11. 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 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건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2019. 10. 7.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20. 10.경까지 원고 회사에서 근무한 일용노동자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9. 10. 7.자로 체결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에는 1일 8시간 근무할 경우 '임금역산 산정내역'란의 '임금 계' 항목에 '137,550원', '퇴직적립금' 항목에 '12,450원', '합계' 항목에 '150,000원'이 각 기재되어 있다.
또한 위 계약서의 '임금'란 제5조에 '퇴직적립금은 퇴직 시에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나, 근로자가 원할 시는 가불해 주었다가 퇴직 시에 회사로 반환하여야 하며, 반환하여야 하는 그 가불금과 퇴직금을 서로 상계처리 하기로 한다', '* 임금 산정방식과 퇴직금 지급방식을 잘 이해하고 동의하며, 가불을 신청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바로 옆 '동의자 성명'란에 피고가 서명 · 날인하였다.
피고는 2019. 10. 7. 원고에게 '근로계약서에 명시한대로, 본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매월 임금 지급 시 퇴직적립금 상당액을 가불하여 주기 바라며, 가불금은 퇴직 시에 상환키로 하고, 이 가불금과 본인이 수령해야 할 퇴직금을 상계 처리할 것을 각서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원고는 근로의 대가로, 피고에게 2019. 10.경부터 2020. 10.경까지 근로일수 1일당 150,000원으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였는데, 원고가 작성한 급여대장(갑 제3호증, "퇴직금 지급내역")에는 해당 월 근로일수를 반영한 지급액 전체가 '합계' 란에, 그 중 1일당 12,450원에 근로일수를 곱한 금액 상당액이 '퇴직총액' 란에, 1일당 137,550원에 근로일수를 곱한 금액 상당액이 '노임총액' 란에 각 기재되어 있고, 2019. 10.경부터 2020. 10.경까지 '퇴직총액' 란에 기재된 금액의 합계는 3,655,320원이다.
피고는 2020. 11.경 원고 회사에서 퇴직한 다음,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근로감독관은 피고가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2019. 10.경부터 2020. 10.경까지 기간 동안의 1일당 임금이 137,550원임을 전제로 그 평균임금을 97,182.07원으로 산정한 다음 3,123,138원{= 97,182원 × 30일 × (총재직일수 391/365일)}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퇴직금으로 계산하여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고, 원고는 2021. 1. 26. 위 퇴직금 산정액에서 원천징수 세금 등 공제액을 제외한 나머지 돈 3,006,200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 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가 피고에게 일당으로 임금을 지급할 때 임금과 별도로 퇴직금으로 일당 12,450원씩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가 근무한 기간 동안 임금과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돈으로 합계 3,655,320원 전부를 지급하였는데,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서 3,655,32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와 일당 150,000원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가 퇴직적립금이라 주장하는 1일당 12,450원도 임금이므로 피고가 반환할 부당이득은 없다.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다음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이 경우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자는 급부행위의 원인이 된 사실의 존재와 함께 그 사유가 무효, 취소, 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음을 주장 ·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원고가 피고에게 매달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과 관련하여 근로일수 1일에 대한 일당 외에 별도로 1일 12,450원 상당을 퇴직금 명목으로 정하여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계약서에 명시한대로, 매월 임금 지급시 퇴직적립금 상당액을 가불하여 주기 바라며, 가불금은 퇴직 시에 상환키로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피고는 위 각서는 원고가 고용주의 지위를 이용하여 위협에 의하여 작성을 강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
원고는 매달 피고에게 피고의 근무일수에 1일당 노임을 곱한 금액을 지급하면서 급여대장에 퇴직총액과 노임총액을 구분하여 왔는바,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된다.
피고가 원고를 퇴직금 미지급으로 진정한 사건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피고에 대한 평균임금을 산정하면서 그 일당을 원고가 주장한 137,550원으로 상정하여 계산에 반영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는바,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즉 원고의 일용노임이 137,550원임을 고려하더라도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원고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가 2019. 10.부터 2020. 10.까지 원고로부터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으로 합계 3,655,320원을 수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금 합계 3,655,32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1. 2. 2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3. 11.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창국(재판장) 윤이환 김인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