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3. 6. 1. 선고 2022나207449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고양시 일산동구 C에서 택시 여객 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9. 6. 15.부터 2020. 3. 31.까지 택시 기사로 격일제 근무하였고, 2020. 6. 7. 퇴사하였다.

다.

원고는 운송수입금 중 피고와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일정액을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라.

운송종사자로 하여금 1일 운송수입금 전액을 근무 종료 당일 운송사업자에게 납부할 것을, 운송사업자로 하여금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을 것을 정함으로써,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명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법률 제16563호, 2019. 8. 27. 일부 개정]이 2020. 1. 1.부터 시행되었다. 고양시에서는 2019. 12. 6. 위 법 개정에 따른 전액관리제 시행 안내 알림 공문을 피고에게 송부하였다.

마.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라 임금 제도를 변경하기 위하여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이 노사협의를 거쳐 2020. 3. 16. 임금협정(이하 ‘2020년 임금협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2020년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바.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20. 3. 16. 위 2020년 임금협정을 보충하여 격일제 근로자에 대한 소정근로시간을 아래와 같이 정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하였다(이하 ‘임금협정에 대한 추가 합의서’라고 하고, 2020년 임금협정과 위 합의서를 통틀어 ‘이 사건 임금협정’이라고 한다).

사.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20. 3. 17. 코로나의 영향으로 택시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2020년 임금협정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여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하고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추가 합의서’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3․1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근로복지공단의 2021. 5. 14.자 사실조회 회신,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피고는, 2019. 1. 7. 피고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이하 ‘2019년도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는데, 이 사건 청구는 위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이미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므로,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 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다82354 판결 등 참조).

2)

판단

을 제10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2019년도 단체협약 제36조 제2호에서 “임금협정에 반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청구에 관한 부제소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가)

단체협약 제36조 제2호는 포괄적으로 ‘임금협정에 반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있어,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위 조항을 2019년도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발생한 임금 미지급액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으로 본다면, 위 조항은 이미 발생한 임금에 대한 처분으로 노동조합이 근로자인 원고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아야 원고에게 그 효력이 미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만일 위 조항을 단체협약 체결 이후 발생할 임금 미지급액에 관하여도 원고가 미리 그 청구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3.

청구원인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임금협정과 이 사건 추가 합의서에서 각 정하고 있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한다.

이 사건 추가 합의서는 소정근로시간에 미달할 경우 택시 미터기 운행시간의 1.2배를 간주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위 합의에 따르면 근로자로서는 승객을 태우기 위하여 대기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승객이 탑승하여 미터기가 작동된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게 되어 사실상 일정한 운행 수익을 달성한 경우에만 기본급을 받게 된다.

이러한 합의는 고정급으로서의 기본급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하는 합의로서 무효이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한 전액관리제도 하에서 운송사업자는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할 수 없으며, 실적에 따라 정액급여를 삭감할 수 없도록 한 것에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의 실 근로시간은 이 사건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므로, 피고는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액과 원고가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1,043,41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판단

가.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기준법 제58조에 의하면,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되(제1항 본문),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제2항).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추가 합의서 중 미터기 작동 시간의 1.2배를 간주근로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한 부분이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추가 합의서 중 간주근로시간 합의 부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등을 위한 도구의 개념으로 이용되어 실 근로시간과는 개념상 구분된다.

②

택시 운송사업의 특성상 택시운전종사자는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은 순간부터 차고지로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게 되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 시간, 운행 장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 여부를 지휘․감독할 방법이 없다. 승객이 탑승한 후 작동되는 미터기에 의존하지 않고서 운행 기록장치에 기록된 출고․입고 시간, 주행 시간, 영업시간 등의 내용만으로는 근로자들이 실제로 근로한 시간을 파악하기 어렵다.

③

택시운전종사자가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져가는 사납금 제도 하에서는 운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과운송수입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근로자로서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 일정 시간의 운행을 자발적으로 하게 되어 운송사업자 입장에서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 시간을 일일이 관리할 필요가 없다.

반면, 택시운전종사자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수납하여야 하는 전액관리제 하에서 회사에서 배분한 실적금만 지급받을 수 있을 뿐 초과운송수입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으므로 택시운전종사자가 고정급여만 지급받고자 할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하여야 할 유인이 없게 된다. 따라서 전액관리제 하에서 택시운전종사자에게 근로시간에 대한 고정급여를 지급하여야 하는 운송사업자로서는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실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개별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④

이 사건 임금협정에 대한 추가 합의서는 임금 지급 방식이 고정사납금제에서 전액관리제로 변경됨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지급될 기본급을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2019년도 기준 종전 7시간에서 11시간으로 변경한 것이다. 위 합의 이후 그 다음 날 체결된 이 사건 추가 합의서는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종전 사납금제도 하에서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실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 사용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실 근로시간의 인정 기준에 관하여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이 합의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임금협정에 대한 추가합의서 제3조 제5항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택시운전 종사자들의 근로 시간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없음을 전제하고 있다.

위와 같은 합의 체결 경위에 비추어볼 때, 미터기 작동 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한 시간을 실제 근로 시간으로 간주한다는 이 사건 추가합의서는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하여 기본급여의 시간당 금액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

⑤

또한 이 사건 추가 합의서의 내용은 미터기 작동 시간을 정해진 기준으로 환산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계산하되, 환산한 시간이 소정 근로시간에 미달할 경우 미터기 작동 시간의 1.2배를 실제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로 정할 수 있는 간주근로시간에 해당한다.

⑥

전액관리제를 도입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하더라도 미터기 작동 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한 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창국(재판장) 김자림 윤이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