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방법원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4. 1. 11. 선고 2023나205273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고양시 일대에서 택시 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택시 운전 근로자로 근무하였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원고 A는 2014. 6. 20. 입사하여 2019. 8. 21. 퇴사하였고, 원고 B은 2016. 2. 13. 입사하여 2018. 5. 20. 퇴사하였다.

다.

원고들은 운송 수입금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취득하며, 이와 별도로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라.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 운전 근로자'라고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고양시에도 시행되었다.

마.

피고는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2014년도 임금협정에서 격일제의 경우 1일 8시간(월 139시간), 2017년도 임금협정에서 격일제의 경우 1일 7시간(월 121.5시간), 2018년도 임금협정에서 격일제의 경우 1일 6시간(월 104시간)으로 정하였다(이하 2014년 이후의 임금협정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 · 8 ·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은 앞서 본 각 임금협정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에서 6시간까지 단축하였으나, 이는 실제 근로 시간이나 근로 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임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2014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다시 산정하여 계산된 최저임금 미달액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과 퇴직금 중에서 미지급된 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1>

3.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효력<2>

가.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더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실제 근로 시간이나 근로 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한 도구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는 반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 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어,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②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여 왔다.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 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피고와 소속 근로자들은 노사 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위와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피고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살펴본 법리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③

원고들은 피고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2010. 7. 1.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2010년 이전에 체결된 임금협정 등의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 후에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점,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20. 10. 1.부터 효력이 발생한 2010년도 임금협정에서도 소정근로시간이 월 139시간<3>으로 정해져 있었고,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체결된 2014년도 임금협정에서도 소정근로시간이 그와 동일하게 1일 8시간(월 139시간)으로 정해진 점, 이후 2018년 임금협정까지 순차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된 것은 요금 인상과 근무 방식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는 점, 원고들이 제출한 계산 내역에 의하더라도 원고 B의 경우 피고가 지급한 임금이 최저임금액을 상회하여 최저임금 미달액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통한 순차적인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다.

소결론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 무효라고 볼 증거가 부족한 이상 피고가 원고들에게 2014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계산한 최저임금 미지급액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및 퇴직금 미지급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전부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창국(재판장) 윤이환 김인해

각주1) 원고들은 2022. 12. 6.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에서 아래와 표 기재와 같이 청구금액을 정리하였다.

각주2) 피고는 1심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다투다가, 항소이유서에서는 1일 소정 근로시간이 4시간이라고 하더라도 1심의연차휴가미사용수당 계산 방법이 잘못되었고 최저임금 미달 금액은 지급하여야 마땅하다는 취지로 주장을 변경하였으나, 계산 방식도 임의적이어서 그 주장을 자백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고, 더구나 위와 같은 임금협정의 효력이나 계산 방법에 관한피고의 주장은 사실에 관한 자백이 아니고 이른바 권리자백에 속하는 것인데, 권리자백이 있는 경우에는 사실문제에 관한 재판상 자백과는 달리 법원은 소송상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의하여 자백의 대상이 된 법률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다른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1981. 6. 9. 선고 79다6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효력에 관하여 판단한다.

각주3) 2010년 임금협정의 '월정급여 임금표준 산정 예시표'에서는 기본급을 139시간으로 나눈 금액을 통상임금으로산출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