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2019. 6. 25.부터 경영컨설팅업, 건물관리업, 시설물의 유지, 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망인은 2023. 5. 11. 12:40경 강원 영월군 E에 있는 전원주택단지 조성 공사 현장 인근 야산에서 나일론 끈으로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원고는 2023. 10.경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2024. 6. 17. 원고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형식적으로는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었으나, 소외 F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경영하는 이 사건 회사 및 주식회사 G(이하 'G'라고만 하고 다른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주식회사'의 표시를 생략한다)의 근로자로서 위 각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하였고, 망인의 사망은 위 각 회사에서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동법상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는 외에 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오로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가름나는 것이고, 그 해당 여부는 그 실질에 있어 그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법인등기부에 임원으로 등기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다. 한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 ·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회사의 대내적인 업무집행권이 없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업무집행에 있어서도 등기 명의에 기인하여 그 명의로 집행되는 것일 뿐 그 의사결정권자인 실제 경영자가 따로 있으며, 자신은 단지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 · 개별적인 지휘 · 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경영성과나 업무성적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두1440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 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지 등 경제적 · 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구체적 판단
앞에서 든 증거들에 갑 제5, 6, 8, 9, 10, 18 내지 22호증, 을 제3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회사 및 G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의 사망이 G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F이 이 사건 회사, G를 포함하여 14개<1>에 달하는 회사들(이하 '관계회사'라고 한다)을 실질적으로 지배, 경영하고 있고, 자신의 친인척, 지인들을 관계 회사의 형식적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있으며,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형식적인 대표이사였을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갑 제7 내지 15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G의 대표이사인 H이 F의 사촌인 사실, 망인이 2010. 6. 15.경 I에 입사한 이후 이 사건 회사를 포함한 여러 회사들을 거쳐 2019. 6. 1.경부터는 G 소속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피보험자격을 취득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F이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회사를 포함한 관계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경영하고 있다는 점을 추인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업무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인 F에게 구체적인 업무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았으므로, F의 지휘 · 감독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갑 제18, 20, 26, 2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F이 이 사건 회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망인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회사 업무에 관여하였고, 망인이나 이 사건 회사의 직원 소외 J은 F을 회장 또는 고문으로 지칭한 사실, F이 망인에게 폭언, 욕설을 하였고, 망인이 F과 그 가족의 개인적 업무를 처리해주기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독립적인 권한 · 책임하에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직원이었던 소외 K의 퇴사에 따른 퇴직금 지급 업무 등을 직접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갑 제25호증 참조. 원고는 이 사건 회사 이사였던 소외 L이 퇴사하겠다는 뜻을 F에게 이야기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인사권한을 F이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나, L이 이 사건 회사 임원이나 직원인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업무처리를 한 후에 이에 관하여 F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매번 F의 사전 승인이나 개별 지시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이 F과 그 가족의 개인적 업무를 처리해주었다는 것만으로 망인이 F의 지휘 · 감독하에 이 사건 회사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설령 F이 이 사건 회사 업무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을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다.
어느 기업의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는 통상 1인인데 그 1인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는 최종 결정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나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은 아니며, 일부 임원이 다른 임원보다 많은 권한을 갖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바, 망인이 최종 결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F으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F은 망인에게 '이 사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 '믿고 있는데'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망인이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위와 같은 질책을 한 것으로 보인다(갑 제18, 26호증 참조).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F은 이 사건 회사를 포함한 관계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으로서 일종의 모기업 대표이사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지배기업인 모기업의 대표이사 등 임원들과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 사이에도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지배 · 종속관계가 투영되어 일정한 수준의 지휘 · 감독관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기업 내에서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지배 · 종속관계와 유사한 면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사이의 기업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 · 종속관계라는 점에서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비록 종속기업의 대표이사 등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과 모기업 임원들 사이에 일정한 지휘 · 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종속기업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들을 종속기업의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3. 28. 자 2013다2368 심리불속행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2. 12. 21. 선고 2012나52795 판결 참조).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총 발행주식 30,000주 중 12,000주(40%)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일 뿐만 아니라,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부터 '이 사건 회사 자금 상황이 나빠지면서 직원들의 급여 체납, 차용금의 기한이익 상실 등 업무 압박을 받아 자금난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불면증이 지속되는 등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우울 증상이 심해져 사망(자살)에 이르게 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바(을 제3호증 참조), 이 사건 회사의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망인이 이 사건 회사로부터 매월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를 제외한 기본급 및 식대로 2019. 1.경부터 2021. 1.경까지 매월 2,373,020원을, 2021. 2.경부터 매월 2,377,040원을, 2022. 7.경부터 2022. 12.경까지 2,386,450원 지급받아 망인의 대표이사 등기상 취임 시점인 2019. 6. 25. 전후로 망인의 기본급에 변동이 없는 점, 망인의 급여는 직원 K의 급여와 차이가 크지 않았고, F의 급여에 비하여 소액으로 보이는 점은 인정된다(갑 제19호증 참조).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근로복지공단 및 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된 보험 관계 변경신고서(을 제7호증)에 따르면 망인이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 대표이사로 활동한 것은 2019년이 아닌 2016년부터로 보이고, 이 사건 회사에서 망인의 계좌로 별개의 돈이 이체되기도 한 사실(을 제9호증 참조)을 고려하면, 이러한 점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로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망인과 F 또는 이 사건 회사 사이에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거나, 망인이F으로부터 정해진 근무장소와 근로시간의 구속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한편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에 걸리고 그 사업장에서 당해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 경우에 있어서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할 때는 당해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그 자료로 삼아야 하나(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466 판결 참조),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이 G의 근로자라거나 G의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은 G로부터 매월 약 400만 원을 지급받기는 하였으나, 망인은 G 설립 당시 6,000만 원(자본금의 20%)을 투자한 투자자이고, 사망 직전까지도 G의 총 발행주식 51,500주 중 6,000주(약 11.65%)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므로 위 돈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망인은 G에 월 평균 1일 내지 3일만을 출근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G로부터 근무시간, 근무장소를 지정받고 이에 구속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망인이 G 근로자로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등의 사정은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이유로 또는 반대로 임원을 포함한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적지 않으므로(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의 취지 참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이 G의 근로자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망인과 G 사이에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은 원고의 H에 대한 체불임금, 퇴직금등 진정에 대하여 '망인이 근로기준법령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정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망인이 G 외에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점, H이 망인에게 상당한 업무지휘 감독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망인의 출근회수가 월 평균 2.2회에 불과하여 출근 의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1년 넘게 급여지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지급요구나 이의제기를 한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이G의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내사종결 처리하였다(을 제9호증 참조).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망인의 G에서의 업무시간, 업무량, 근무일수, 근무형태, 책임의 정도를 고려할 때 G에서의 업무가 자살에 이르게 한 유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정하였다(을 제3호증 참조).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은명(재판장) 김재윤 김지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