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8. 6. 1.부터 2019. 8. 31.까지 김포시 B지하차도 520m 구간 상부에 소음저감시설을 설치하는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으로서 위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위 공사현장은 지하차도 위 약 7m 높이에 지붕을 씌우는 공사현장으로 2019. 7. 27.경까지 지붕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가운데 부분이 뚫려 있어 추락의 위험이 있었고, 지붕 가운데 부분에 뚫린 공간이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 공사현장에 들어가는 경우 추락의 위험이 매우 높았던 상황이었으므로 위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에게는 당일 공사를 마친 경우 위 공사현장 주변에 경광등을 설치하고 추락의 위험과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표지를 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7. 27. 당일 공사를 마친 후 경광등이나 추락의 위험과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표지를 설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공사현장을 이탈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C(남, 60세)은 2019. 7. 28. 00:54경 위 장소가 공사 중으로 추락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위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인도로 가던 중 지붕 가운데 지점에서 약 7m 아래 지하차도로 추락하여 그 충격으로 다발성 골절상의 입어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면소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본 범죄사실에 미치기 때문에 면소가 선고되어야 한다.
판단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2019. 10. 14.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위 약식명령이 2019. 10. 30. 확정된 사실은 인정되고, 확정된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은 공사현장에서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규정한 사업주의 안전의무 조치는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한 것이어서, 근로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그 주의의무가 다르고 또, 본 범죄사실에 기재된 주의의무 내용 또한 일반인에 대한 공사현장 출입 통제 여부에 관한 것이어서 확정된 약식명령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안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본 공사는 지하차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시키기 위해서 지하차도 상부에 지붕을 설치하는 공사이다. 공사장 주위 환경에 비추어, 왕복 6차로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공사현장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 것을 예상하기 어렵고, 당시 공사 중임을 알리는 PE 방호벽과 경광등이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
피고인은 사고 당일 근무하지 않았다(피고인에게 감독 책임에 근거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추가적 안전조치를 취하였더라도 추락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설사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2018. 6. 1.부터 2019. 8. 31.까지 김포시 B지하차도 520미터 구간 상부에 소음저감시설을 설치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현장소장으로 안전관리 책임자이다.
이 사건 공사현장은 왕복 6차로 도로 한 가운데 위치해 있고, 공사현장 양 옆에 편도 3차로 도로가 있다(⇒ 별지 사진 1, 2 참조). 즉, 왕복 6차로 도로의 가운데에 지 하차도(높이 약 7.78미터)가 있어, 도로 하부를 관통하는 지하차도를 중심으로 왕복 6차선 도로가 좌우의 편도 3차로 도로로 각각 나누어지며, 각 편도 3차로 도로는 가운데 위치한 지하차도로 인하여 그 통행이 완전히 분리되어 평소 사람의 횡단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 별지 사진 1, 2 참조<1><2>
2018년 6월경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지하차도 상부에 소음저감시설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었다. 위 공사는 지하차도 상부에 PC 방음판을 덮을 수 있는 철 구조물을 먼저 만들고(지붕 부분을 아치형으로 만듦), 지하차도 지붕 부분을 PC 방음판으로 덮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사건 당시에는 지하차도 상부에 PC 방음판을 덮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각각 편도 3차로 도로 중 1차로 인접한 부분에서 지하차도 중앙 방향으로 아치모양으로 PC 방음판이 설치되고 있었으며, PC 방음판 중 대부분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지하차도 중앙 부분(점검로 인근)에 PC 방음판이 일부 설치되지 않았다. ⇒ 별지 사진 2 내지 6 참조
피해자는 2019. 7. 28. 00:54경 김포시 B지하차도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맞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편도 3차로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였다. 피고인은 3차선 도로 중 1차선 끝 부분에 이른 후 약 60cm 높이의 콘크리트 방호벽<3>을 넘어, PC 방음 판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이 사건 공사현장에 진입하였고, 아치형으로 설치된 PC 방음판을 계속 밟고 지하차도 중앙 쪽(점검로 방향)을 향해서 걸어가다가, PC 방음판 미시공 부분 구멍에 빠져 약 7미터 아래 지하차도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 별지 사진 3, 4, 5, 6 참조<4><5><6>
피해자가 추락할 당시 편도 3차로 도로의 1차로 부근에 60cm 높이의 콘크리트 방호벽과 그 위에 있는 세로 형태의 가드레일 지지대(단, 가드레일은 제거된 상태), 피고인이 설치한 PE 방호벽과 경광등이 있었고, 아치 모양의 공사현장 중앙 부분에는 상부점검로와 안전난간(높이 약 1.3미터)이 설치되어 있었다.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이므로 공사현장에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편 일반인이 공사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의 내용과 정도는 공사의 내용과 공사현장 상황 등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현장은 별지 사진 1 내지 6에서 보는 것처럼 왕복 6차로 도로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여 사람이 도로를 횡단하여 위 공사현장에 접근하는 것을 쉽사리 예상하기 어렵다(⇒ 소음저감시설 공사 전에도 왕복 6차로 도로 아래 부분은 지하차도이므로 일반인이 위 6차로 도로를 횡단할 수 없었다). 일반인이 공사현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편도 3차로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야 하고, 편도 3차로 도로 중 1차로 부근에 있는 약 60cm 정도 높이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넘어 공사현장에 진입하여야 한다. 또, 당시 피고인이 설치한 PE 방호벽과 경광등<7>이 현장에 있었고, 가드레일이 제거된 세로 형태의 지지대가 있었으므로, 일반인은 그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콘크리트 방호벽을 넘어서 있는 이 사건 공사현장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통행에 제공되는 장소가 아니고, PC 방음판을 아치모양으로 시공하는 공사현장 사정과 PC 방음판 재질, 현장의 조도<8> 등에 비추어, 보통의 주의를 가진 일반인이라면 위 지붕 부분에 출입하면 추락 등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특히 지하차도 지붕 중앙 부분에 있는 점검로와 약 1.3 미터 높이의 안전난간이 사람의 횡단을 가로막고 있었으므로, 일반적인 주의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곳이 공사현장이어서 함부로 출입하여서는 아니 되고 또, 왕복 6차로 도로와 그 가운데 있는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건너편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피해자가 무단 횡단한 도로 인근에는 육교와 횡단보도가 있었는데, 이러한 현장 사정과 왕복 6차로 도로와 지하차도의 폭(약 30미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맞은 편 도로로 건너가기 위해 편도 3차로 도로 중 1차로를 통해 공사현장에 진입하고 또, 지하차도 중간에 있는 점검로와 1.3미터 높이의 안전난간을 넘어 반대편 도로로 무단 횡단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까지 예상하여, 공사현장에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안전관리 책임자의 예견가능성을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된다.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상죄와 같은 과실범은 구성요건실현의 가능성을 미리 예견하여 그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예견가능성을 넘어서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피고인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 즉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안전관리 책임자인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피고인이 판결의 공시를 원하지 아니하므로 따로 공시를 명하지 않는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두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