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0,000만 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 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사건정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판결
사건
2024고정516
판결선고
2025. 5. 8.
범죄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B에 있는 C의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31명을 사용하여 생활폐기물수집 운반 대행업을 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그간 고정적으로 지급한 급식비를 2023.1.1.부터 현물급식으로 제공하여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하였음에도 이 법에서 정한 동의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가로청소용역 설계내역서, 근로계약서, 근로자상담기록확인서
취업규칙, 급여명세서
【가.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① 피고인이 그간 고정적으로 지급하여 왔던 급식비를 2023.1. 1.부터 현물급식으로 제공하기로 방침을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그간 급식비를 고정적으로 지급하여 온 것은 관행화된 근로조건이라고 볼 수 없어 취업규칙의 변경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식대를 현물로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볼 수도 없고, ② 피고인이 2022. 12. 26.경부터 2022. 12. 30.경까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을 하면서 '중식제공 2023. 1. 2.부터 회사에서 식당지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업무상 복무규율이 기재된 근로자상담기록확인서에 서명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툰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복무규율을 제정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2021. 2. 1.부터 2022. 12. 31.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C 소속 근로자들에게 근무일수 1일당 7,000원으로 계산한 금액에 근접하는 월 10만 원의 정액급식비를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C은 김포시에서 입찰을 받아 가로청소업을 하는 용역업체인바, 김포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업체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대행하게 할 경우 환경부고시인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함)'을 따르도록 되어 있고, 위 규정의 복리후생비 항목에 급식비 7,000원(2022. 8. 21.자 개정 이후 8천 원으로 인상)이 포함되어있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 고시를 참고하여 근로자들에게 급식비를 지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위 기간이 대단히 장기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을 개시한 시점이 2021. 2. 1.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2022. 12. 31.까지 위와 같이 급식비를 전 직원에게 출근 여부나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매월 빠짐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여 왔고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발행한 급여명세서에도 '식대'가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이는 근로자들이 임금수령시에 급식비를 지급받으리라는 기대가 형성되기에는 충분한 기간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의 사업장 내에서 위와 같은 급식비 지급에 대하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으며 이 때문에 피고인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별근로자들로부터 급식비 지급방법 변경에 관한 동의를 받으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③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 ·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그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임금에 해당되고(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기업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의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관행이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0다50701 판결). 따라서 앞서 본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의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들에게 매월 지급된 급식비는 노동관행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된 임금으로서 근로조건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피고인은 2022. 12. 26.경부터 2022. 12. 30.경까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을 하면서 '중식제공 2023. 1. 2.부터 회사에서 식당지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업무상 복무규율(이하 '이 사건 복무규율'이라고 함)이 기재된 근로자상담기록확인서에 개별 서명을 받았는데, 근로기준법 제94조 소정의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명칭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018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피고인이 작성한 이 사건 복무규율은 급식제공과 관련한 취업규칙이라고 할 것이다. 비록 그 이전까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급식 내지 급식비와 관련과 관련된 성문의 기재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의 제정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아닌 취업규칙의 신설이라고 할 것이나,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대법원 2022. 4.14. 선고 2021다280781 판결), 이에 의하면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신설도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복무규율 제정이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라면 이를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 개시 이래 계속 적용되어 오던 급식비 현금 지급이라는 근로조건을 2023. 1. 1.부터 현물로 지급하기로 변경한 것인바, 현금은 근로자들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임금)의 의미를 갖는 반면 이를 현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가치사용의 용도가 제한되는 점, 현금의 경우 사용 시기 및 장소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반면 현물(식사)의 경우 고정된 시간에 고정된 장소에서 이를 섭취하는 방법으로만 향유할 수 있는 점, 기존 급식비가 1일 7,000원 상당이고 피고인 주장과 같이 현물급식의 가치가 1일 7,500원 상당이라고 하더라도 급식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어 수당 등이 추가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방침의 변경은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복무규율의 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으로서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고,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그런데 피고인은 개별근로자를 면담하면서 이 사건 복무규율에 서명을 받았을 뿐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거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얻은 바 없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복무규율을 제정하기 전 기존에 현금으로 지급되던 급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통상임금 반영 추가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한 사실도 있고, 이 사건 복무규율에 개별적 서명을 받기도 하였으므로 적어도 급식비를 현물로 변경할 경우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객관적 구성요건 및 주관적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는 주장이라면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 즉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이라면 이는 형법 제16조에 따라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하여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 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8도1167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은 개별근로자가 사용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면담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각 서명을 받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이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았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바, 피고인이 이를 집단적 동의라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제94조 제1항(벌금형만 규정)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양형의 이유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무효가 되는 결과가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하므로 형사처벌 가치 자체는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홍예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