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1. 9. 9. 선고 2011노2193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신세계관리 주식회사에서 경비원을 이 사건 아파트에 파견하기는 하였으나 구체적인 업무지시는 관리사무소에서 이루어졌고, 이 사건이 발생한 현장이 피고인의 관리범위 내에 있는 시설이므로 피고인 율산개발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와 망 C 사이의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은 2009. 3. 18. 위 아파트 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그때부터 관리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법적권한이 있었을 뿐 아니라 신화하우징 주식회사(이하 '신화하우징'이라 한다)와의 가처분 소송을 거치면서 관리업무를 인수받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므로 단지 피고인 A이 업무를 개시한 당일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사고 위험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회사와 망 C 사이의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들이 추락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 회사는 2009. 3. 18. 인천 서구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공동주택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여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의 유지 · 보수 및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주체이자 사업주이다.

피고인 A은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자 피고인 회사의 대리인으로서 공동주택의 운영 · 관리 · 유지 · 보수 · 교체 · 개량 및 리모델링에 관한 업무 등에 종사하는 안전관리책임자이다.

(2)

피고인 A

피고인 A은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서 공동주택인 위 아파트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의 유지 · 보수 및 관리와 공동주택단지 안의 경비 · 청소 · 소독 및 쓰레기수거 등의 업무를 행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A은 2009. 6. 1. 09:30경 관리사무소 직원인 E을 통하여 경비반장 F를 경유하여 위 아파트 주배선반실(이하 'MDF실'이라 한다)에 있는 경비일지를 MDF실 지하의 깊이 1.5m 피트로 옮길 것을 경비원인 피해자 C(64세) 등에게 지시하였다.

위 아파트 각 동 지하에는 세대별로 전화, 인터넷을 연결하는 설비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연결통로인 공동구가 설치되어 있고, 11개의 아파트 동, 관리사무소, 기계 · 전기 · 발전기실 및 MDF실 지하에 14개의 공동구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위 아파트 MDF실이 있는 1층 건물의 일부는 정문초소 경비실로 사용되고, 경비실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 화장실 지하 급수관을 설치하기 위하여 위 건물 지하에 깊이 1.5m의 피트가 있고, 피트 하부에 깊이 2.5m의 공동구가 설치되어 있어, 피트에서 공동구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피트 바닥에 있는 개구부(1.3m x 1.8m)에 설치된 사다리를 이용하여야 한다.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관리사무소장인 피고인 A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는 지하에 위와 같이 상호 연결된 공동구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MDF실 지하에도 공동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MDF실 피트 깊이는 1.5m에 불과하여 피트 하부에 공동구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피고인 A은 근로자들의 공동구에서의 작업에 따른 개구부에서의 추락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개구부에 안전난간, 울, 손잡이 또는 충분한 강도를 가진 덮개 등을 설치하고, 어두운 장소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개구부임을 표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같은 날 14:05경 피해자로 하여금 MDF실 청소 작업 도중 깊이 2.5m 지하 공동구로 추락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은 위와 같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인 MDF실 청소 작업시 근로자의 개구부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009. 7. 15. 16:52경 인천 서구 G에 있는 H병원에서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피고인 회사

위 (2).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리인인 위 A이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3조 제3항 및 제66조의2는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주체를 '사업주'로 규정하면서 사업주가 위 임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의 죄책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을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고인 회사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 즉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에 해당하여야 하고, 망 C이 법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 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여야 하며, 한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하는바,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769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업주에 대한 법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법 제23조 제4항의 위임규정에 따른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회사 및 망 C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 및 근로자에 각 해당하여야 하고, 동시에 피고인 A 등이 위와 같은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고 판단한 후, 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회사와 망 C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신세계관리 주식회사가 망 C을 비롯한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급여를 지급하며 매월 경비지도사를 통하여 경비원들에 직무교육을 하고 경비원들의 휴게시간, 인사, 노무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망 C은 피해자 회사가 아닌 신세계관리 주식회사의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회사 및 망 C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 및 근로자에 각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②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2009. 3. 18. 피고인 회사에 위 아파트의 관리를 위탁하였는데 그 무렵 위 입주자대표회의와 위 아파트의 기존 관리업체인 신화하우징 사이에 분쟁이 있어 피고인 회사가 위 2009. 3. 18.자 계약 후에도 여전히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지 못하였고, 2009. 4. 1. 피고인 회사에 의하여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임명된 피고인 A 역시 관리사무소장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사실, 이에 위 입주자대표회의가 신화하우징 등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2009카합893호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이 2009. 5. 28. 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으며 위 가처분결정에 따라 2009. 6. 1.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고인 A이 위 아파트 관리업무를 정상적으로 개시할 수 있었던 사실, 피고인 회사 소속으로 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인 E이 2009. 5.말 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I과 함께 위 MDF실을 둘러보다 경비일지 등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I의 요청에 따라 2009. 6. 1. 경비반장 F를 통하여 망 C에게 위 MDF실의 정리를 지시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 A 내지 J이 MDF실 지하에 있는 피트 아래에 공동구가 있고 위 공동구로 통하는 개구부가 위 피트 바닥에 있어 추락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어렵다고 보아,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토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승관(재판장) 이동현 황지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