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천지방법원 2014차전39517 기타(금전) 사건의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한다.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제1항 기재 지급명령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반도체, 전자, 전기 소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협력사업으로 개성공업지구 내에서 '반도체 캐리어 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한 승인을 받아, 개성공업지구에 주식회사 디케이 지에스(이하 피고와 주식회사 디케이 지에스를 통틀어 '피고'라고만 한다)라는 회사를 설립한 다음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반도체 캐리어 테이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전기, 전자부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인 원고는 2014. 2. 28.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력 및 물류, 기숙사, 통신, 작업장 등 부대서비스 일체를 제공(이하 '라인임대'라 한다)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매월 북한 근로자 1인당 450,000원(6개월의 수습기간은 1인당 400,000원)으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 3.경부터 개성공업지구 내에서 피고가 제공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인력 약 250명(2014. 8.경부터는 150명으로 감소)을 이용하여 '또봇'이라는 완구품을 비롯한 플라스틱 제품의 조립 등의 작업을 하였다.
원고는 2014. 8. 23.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통지하였는데, 피고는 당사자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해지를 요구한 날로부터 1개월 전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이 사건 계약 제8조 제2항을 근거로 이 사건 계약이 2014. 9. 30.자로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며 2014. 9월분까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대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임가공비 명목으로 2014. 4.경부터 2014. 9.경까지 합계 321,018,788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4. 9.경까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임가공비로 518,957,754원을 지급받아야 함에도, 위 마항과 같이 321,018,788원을 지급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그 차액에 해당하는 197,938,966원의 임가공비 지급을 구하는 인천지방법원 2014차전39517호 지급명령 신청을 하여 2014. 12. 15. 위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았고(이하 '이 사건 지급명령'이라 한다), 원고가 이의하지 않아 이 사건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지급명령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주식회사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인천지방법원 2015타채1941호)을 받았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증인 A, B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양도받고, 그 대가로 1인당 450,000원의 대금을 지불하는 것으로서, 이는 ① 근로자의 동의 없이 근로관계를 이전하는 약정으로서 무효이고, ② 통일부장관의 승인없이 개성공업지구 내에서 협력사업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여 남북교류협력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직업안정법 내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을 위반한 무허가 근로자파견사업 내지 근로자공급사업에 해당하여 그 효력이 없으며, ③ 노동력을 매매하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무효인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그 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고, 이 사건 계약에 기한 대금채권의 지급을 명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이 사건 계약이 남북교류협력법에 위배될 여지가 있기는 하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협력사업승인 변경절차는 단속법규에 불과하여, 피고가 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계약을 무효라 볼 수 없다.
피고와 같은 개성공업지구 내 입주기업에는 북한 당국의 일방적 결정에 의하여 북한 근로자들이 배치될 뿐이고, 입주기업은 남한(대한민국, 이하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을 지칭할 때 '남한'이라고만 한다)과 북한 당국 간의 합의에 따라 정해진 대로 북한 당국에게 임금 및 부대비용을 지급하므로 입주기업과 북한 근로자들의 관계를 일반적인 고용관계로 볼 수 없고,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의 북한 근로자 운용에 관하여는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 및 그 하위규정들이 적용되므로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남한의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및 파견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이 사건 계약 이후에도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 권한은 여전히 피고에게 있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가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사용한 것을 직업안정법 및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공급 내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계약으로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판단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한지에 관한 판단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에 관한 판단
남북교류협력법의 관련 규정
이 사건 계약과 관련된 남북교류협력법 규정으로는 아래와 같이 협력사업의 내용을 변경하려는 자는 요건을 갖추어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제17조 제1항(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이 있다.
이 사건 규정의 강행법규성 여부
살피건대, ① 남북교류협력법의 목적 및 취지는 남한과 북한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에 있는 점, ② 남북교류협력법상 협력사업을 하려는 자는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 사건 규정은 승인요건을 엄격하게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통일부장관이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사업의 시행자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점, ③ 이미 승인된 협력사업의 내용을 변경할 때에도 위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도 통일부장관이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사업의 시행자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점, ④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은 자가 통일부장관의 승인 없이 임의로 그 사업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변경되는 사업내용에 대하여 남한과 북한 간에 분쟁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 국가안전보장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 등 이 사건 규정의 승인요건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이 심사할 수 없게 되는바,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변경되는 사업내용에 따라서는 남한과 북한의 상호 교류와 협력 및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장에도 심각한 위기나 긴장을 초래할 우려도 있는 점, ⑤ 북한 근로자들을 사용했을 때의 임금 등 비용이 남한 근로자들을 사용했을 때의 비용보다 현저히 적어 사업자로서는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계약과 같이 북한 근로자들을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하거나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공받기 위한 경제적 유인이 존재하므로, 남북교류협력법 제17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위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행정상 처분 및 형사적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그러한 행위의 사법상 효력 자체를 부정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은 협력사업의 내용에 대하여 위 규정에 정하여진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자가 협력사업을 시행, 변경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남한과 북한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며 국가안전보장 확립을 위하여 제정된 이른바 효력규정으로서의 강행법규에 해당하고,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사법상의 계약 등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계약이 이 사건 규정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피고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협력사업으로 '반도체 캐리어 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한 승인을 받은 사실,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개성공업지구 내 피고의 공장 및 북한 근로자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매월 북한 근로자 1인당 450,000원(6개월의 수습기간은 1인당 400,000원)으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으로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북한 근로자들을 이용하여 완구품을 비롯한 플라스틱 제품의 조립 등의 작업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법원의 통일부장관 및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관한 내용을 통일부장관 내지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장에 통지하였거나 그에 관한 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하여 당초 피고가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협력사업의 내용이 피고가 원고에게 라인을 임대한 부분에 관하여는 통일부장관의 승인 없이 반도체 캐리어 제조업에서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으로 변경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규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계약에 기한 미지급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직업안정법, 파견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에 관한 판단
관련 규정 및 법리
직업안정법 제2조의2 제7호는 근로자공급사업이란 공급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사업으로서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사업을 제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제33조 제1항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파견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면서 제7조 제1항에서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기 위하여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자파견은 근로자공급의 한 유형으로서 근로자를 공급하는 사업주와 해당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를 말하고, 근로자를 공급받는 사업주와 해당 근로자 사이의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맺어지는 경우는 근로자공급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에서 원칙적으로 근로자공급사업을 금지하면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얻은 자에 대하여만 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여 영리를 취하거나 임금 기타 근로자의 이익을 중간에서 착취하는 종래의 폐단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자유의사와 이익을 존중하여 직업의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자는 데 그 근본목적이 있는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근로자공급사업자가 공급을 받는 자와 체결한 공급계약을 유효로 본다면, 근로기준법 제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영리로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여 이득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직업안정법의 취지에도 명백히 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직업안정법에 위반된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자와 공급을 받는 자 사이에 체결한 근로자공급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6130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파견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근로자파견사업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체결한 근로자파견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어서 그러한 내용의 근로자파견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개성공업지구 내 북한 근로자의 운용과 관련하여 국내법의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
개성공업지구에 북한법률 또는 남한법률이 적용될 것인지 여부는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의 법적 지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문제라고 할 것인데, 헌법 제3조와 제4조의 관계를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할 경우, 헌법 제3조에 따라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정부이고 북한지역도 그 영토라고 할 것이어서 북한은 반국가단체 또는 불법단체인 반면, 헌법 제4조는 남북분단 상황을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할 헌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이러한 의미와 범위에서 북한은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서의 지위도 함께 갖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을 제17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에 관하여 북한의 주권과 법률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개성공업지구법 및 노동규정 등 그 하위규정을 제정하고, 위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라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은 시행세칙을,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는 사업준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사실,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는 채용, 해고, 노동시간과 휴식, 보수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내용이 규정되어 있고, 위 사항과 관련한 시행세칙 역시 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남한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시행하고 있는데,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 및 그에 따라 설립된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를 인정하고 있으며(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참조), 개성공업지구 내 현지기업과 남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근로조건에 관한 법률이 적용됨을 명시적으로 규정(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 법률 제15조 참조)하고 있다.
앞서 본 남북한의 특수관계 및 북한의 지위를 고려하여 보면, 개성공업지구 내 북한 근로자들의 채용, 해고, 노동시간과 휴식, 보수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내용에 관하여는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및 하위 노동규정 등 북한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북한의 법률이 규율하지 않고 있는 북한 근로자의 운용에 관하여는 남한의 법률의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문제되는 사안별로 남한의 법률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지를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계약이 직업안정법, 파견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우선 이 사건 계약과 같이 남한의 사업자들 사이에서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에 대하여 남한의 파견법, 직업안정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 및 하위 노동규정, 시행세칙을 살펴보아도 북한 근로자들을 사용하는 남한의 입주기업이 북한 근로자들을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하거나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계약에 있어 근로자공급 내지 근로자파견의 대상이 북한 근로자이기는 하나 북한 근로자의 노동력을 주고 받는 당사자는 남한의 사업자들로서 이러한 경우 남한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개성공업지구 내 무허가 근로자공급 내지 근로자파견을 규제할 방법이 없어 직업안정법 및 파견법의 입법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는 점, ③ 파견법 및 직업안정법이 적용되어 북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하는 무허가 근로자공급 내지 근로자파견이 규제된다면 북한 근로자들의 이익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과 같이 남한 사업자들 사이에서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에 대하여는 남한의 직업안정법, 파견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이 직업안정법 또는 파견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으로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북한 근로자 약 500명의 노동력을 제공받아 사용하였는데,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노력채용 및 해고에 관한 시행세칙에 의하면 입주기업은 북한 근로자와 채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와 북한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으로 나마 채용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통하여 원고에게 그중 약 250명의 북한 근로자를 제공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남한이나 북한 당국에 별다른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이 사건 계약 이후 원고와 북한 근로자 사이에 새로운 채용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③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에도 원고가 제공받은 북한 근로자와 피고 사이의 채용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결국 이 사건 계약은 근로자공급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근로자의 동의없는 근로관계의 이전이므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할 여지만 남아 있다 할 것인데, ㉮ 피고는 원고 이외에도 다른 업체들에 북한 근로자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 개성공업지구 내 피고의 직원은 1명만 상주하고 있었던 점, ㉯ 개성공업지구 내에 상주하였던 원고의 직원 C이 구체적인 작업의 내용을 결정하고, 생산라인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고, 개성공업지구 내에 상주하였던 피고의 직원 B은 원고가 라인임대한 부분의 작업 순서, 생산라인의 구성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 위 개성공업지구 내 북한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은 소위 '조장'이라 불리는 북한 근로자대표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 북한 근로자대표에 대하여 구체적인 업무 방법에 대한 지시를 한 것은 원고의 직원이었던 C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직원 B은 원고가 사용하였던 북한 근로자를 포함하여 개성공업지구 내 피고 공장 전반을 총괄적으로 관리한 것에 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통하여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북한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은 원고가 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④ 피고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근로자파견사업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하여 피고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없이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서 이는 파견법 제7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계약에 기한 미지급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무 존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은 남북교류협력법 및 파견법 등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계약으로 얻은 이익을 서로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은 노동력을 매매하는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는바,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는 이 사건 계약으로 원고에게 제공된 급부는 민법 제746조에 따른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그 이익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선해하여 보건대,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통일부장관의 승인 없이 협력사업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내용으로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통일부장관의 승인이나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얻기만 한다면 이 사건 계약과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계약이 남북교류협력법 제17조 및 파견법 제7조를 위반하여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그로 인하여 제공된 급부가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참조).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반환하여야 할 부당이득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계약으로 원고가 얻은 이익은 2014. 3.경부터 2014. 9.경까지 북한 근로자 및 개성공업지구 내 피고의 공장 등을 사용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계약에 정하여진 북한 근로자 1인당 450,000원(6개월의 수습기간은 1인당 400,000원)을 기초로 원고의 부당이득액을 산정할 수는 없고, 실제 피고가 같은 기간 동안 북한 근로자를 사용하는데 지출한 비용을 기초로 원고의 이익을 산정해야 한다. 한편,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계약에 기한 대금으로 321,018,788원을 지급받은바 피고 역시 위 대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어서, 원고가 이미 지급한 위 대금 상당액은 원고의 이익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고가 북한 근로자를 사용하는데 지출한 총 비용을 산정할 직접적인 자료는 없으나(피고는 원고의 요청에도 피고가 실제 북한 근로자를 사용하는데 지출한 비용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피고는 을 제10 내지 12호증의 신문기사 및 영수증을 기초로 북한 근로자 1인당 실제 피고가 부담한 비용이 214,500원 상당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는 북한 근로자 1인당 450,000원(6개월의 수습기간은 1인당 400,000원)을 기초로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한 원고의 대금채무를 계산하여 합계 518,957,754원의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북한 근로자를 사용하는데 지출한 총 비용을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가 부담해야 할 대금채무에 대하여 실제 피고가 부담한 북한 근로자 1인당 비용의 비율에 따라 계산하여 보면 278,291,095원[= 518,957,754원 × 214,500원 / 400,000원, 원 이하 버림, 6개월에 대하여는 1인당 400,000원, 나머지 1개월에 대하여는 1인당 450,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여야 하나 계산의 편의상 피고에게 유리하게 전체기간에 대하여 1인당 400,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였다)이 된다.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금원은 321,018,788원에 달하여,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피고가 북한 근로자들을 사용하는데 실제 부담한 비용 이상의 대금을 이미 지급하였음이 계산상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으로 인하여 원고가 얻은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 사건 지급명령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정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희(재판장) 홍윤하 정순열
사건정보
인천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5가합51391
판결선고
2015. 12. 9.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