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 노조는 2007. 6.경 인천광역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A공단 소속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A공단 일부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B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고 한다)은 2014. 9. 24.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에게 노동조합설립신고를 하였고, 이에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은 제출된 설립신고서와 규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이 사건 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4호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심사한 다음 이를 수리하였다(노동조합법이 2010. 1. 1. 법률 제9930호로 개정됨에 따라 부칙 제1조에 의하여 2011. 7. 1.부터 복수노조가 전면적으로 허용되었다). 이로써 A공단에는 원고 노조, 이 사건 노조 등 2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 사건 노조의 설립 후 원고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하여 이 사건 노조에 가입함으로써 이 사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 사용자인 A공단에 대하여 교섭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노조의 관할 행정관청이 2015. 3. 30. 피고로 변경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을1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복수노조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는 현행 노동조합법하에서 다른 노동조합이 설립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 노조가 얻게 되는 이익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고,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 노조는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판단
살피건대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현행 노동조합법하에서도 법적으로 교섭대표권한 내지 교섭권한을 가지는 지위를 획득함에 있어서 복수노조 사이에는 경쟁관계에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노조의 설립이 무효일 경우 곧바로 원고 노조만이 A공단의 유일한 노동조합으로서 노동조합법에 따른 단체교섭 및 체결 등의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 노조에게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처분의 무효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노조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음에도 피고가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하지 않고 수리한 한 행위는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이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노조는 기존 노조인 원고 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에 불과하고,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노조의 모태가 된 C의 일원인 간부직원인 D, E 등이 사용자 측인 F과 G의 지시에 따라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원고 노조위원장 H의 명예를 훼손하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I 등이 이 사건 노조의 설립 후 원고 노조의 조합원들의 탈퇴를 권유 또는 강요함으로써 원고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하여 이 사건 노조에 가입하였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노조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F, G 등의 협력에 의하여 설립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인 자주성과 독립성을 결여한 어용노조로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인천광역시는 2014. 6~7.경 그 산하의 A공단에 대하여 특정감사를 실시한 후, 아래와 같은 사유로 F, G, E 등에 대하여 징계를 요청하였고, 2014. 10.경 A공단은 이들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하였다.
[징계사유] "근무시간 내 사적 업무 및 사조직(C)결성, 부당활동", 즉 "경영관리본부 경영기획팀 차장(3급) E가 2014. 3.경 원고 노조위원장 H의 비위 등을 밝히겠다는 계획하에 이 사건 노조의 모태로 보이는 C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업무시간 중에 선언문, 행동강령, 활동일정, 사용자 측과 조합원 및 비조합원의 성향분석, 가입자명단 등을 작성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A공단 경영관리본부장 F 및 J사업소장 G, C의 리더 그룹인 K 외 5명에게 이메일로 송부하였고, F과 G은 E로부터 정기적으로 C관련 이메일을 송수신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원고 노조의 활동에 개입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
C의 일원인 D는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로 2015. 11. 27. 인천지방법원 2015고정146호로 벌금 2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5노4597 판결 및 대법원 2016도8963 판결 참조).
E는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로 2016. 10. 21. 인천지방법원 2016고정808호로 벌금 200만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E가 불복하여 인천지방법원 2016노4545호로 항소심 계속 중이다.
A공단 N사업소 소각시설팀 팀장으로 사용자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인 I은 2016. 5. 24. 인천지방법원 2016고약9739호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A공단 J사업소 소장(1급)으로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G은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로 2016. 5. 19. 인천지방법원 2015고단8107호로 벌금 4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현재 대법원 2016도21351호로 상고심 계속 중이다). E는 같은 범죄사실로 2017. 1. 19. 인천지방법원 2016고약30537호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인천지방법원 2017고정317호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인정근거] 앞서 든 각 증거, 갑2~6, 8~15, 18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이 사건 처분의 하자 존재 여부
㈎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10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제3항 제1호에 의하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설립신고서에 규약을 첨부하여 행정관청에 제출하여야 하고, 행정관청은 보완사유나 반려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립신고서를 접수받은 때로부터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여야 하나, 설립신고를 한 노동조합이 같은 법 제2조 제4호 각 목에서 정한 노동조합의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위와 같은 신고주의를 택한 취지는 노동조합의 조직체계에 대한 행정관청의 효율적인 정비·관리를 통하여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조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보호·육성하려는 데에 있다.
위와 같이 노동조합법이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설립신고를 한 단체에 대하여 같은 법 제2조 제4호 각 목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도록 한 취지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노동조합의 난립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단결권 행사를 보장하려는 데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행정관청은 해당 단체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각 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행정관청에 광범위한 심사권한을 인정할 경우 행정관청의 심사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져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점, 노동조합법은 설립신고 당시 제출하여야 할 서류로 설립신고서와 규약만을 정하고 있고(제10조 제1항),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보완사유나 반려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립신고서를 접수받은 때로부터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도록 정한 점(제12조 제1항) 등을 고려하면, 행정관청은 일단 제출된 설립신고서와 규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각 목의 해당 여부를 심사하되, 설립신고서를 접수할 당시 그 해당 여부가 문제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설립신고서와 규약 내용 외의 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를 거쳐 반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 참조). 그리고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서는 원고에게 그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누6030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두3460 판결 등 참조).
㈏ 노조설립 신고수리의 하자의 존부
우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G 등이 이 사건 노조 설립 이전에 E 등이 원고 노조에 대한 반대활동을 하는 데 동조하고 조언하였던 사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I이 이 사건 노조 설립 후 원고 노조 소속 조합원에 대하여 원고 노조의 탈퇴 및 이 사건 노조에의 가입을 권유한 사실, 이 사건 노조의 모태가 된 것으로 보이는 C라는 단체의 일원인 E, D 등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원고 노조위원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사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 F, G 등이 원고 노조의 활동에 개입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 전인 2014. 10.경 A공단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 을2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정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가 지적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가목 요건 등을 포함하여 이 사건 노조의 실질적 요건의 구비 여부가 문제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청인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이 설립신고서 및 규약의 내용만으로 이 사건 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하고, 설립신고서와 규약 내용 외의 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를 거치지 아니하고 내린 이 사건 처분에 위법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본 사용자 측이 원고 노조 운영에 개입하였고,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이 사건 노조 설립신고 이전에 발생하긴 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징계절차는 이 사건 처분청인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처분 당시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이 그와 같은 징계절차 및 징계처분 등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이 사건 노조설립 신고 수리 후 징계처분 관련 감사를 담당하였던 인천광역시로 관할청이 변경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노조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각목의 실질적 요건 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이해관계인의 진정, 이의신청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설령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이 이 사건 처분 당시 앞서 인정한 사용자 측의 원고 노조 개입행위나 관련 징계절차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징계처분의 사유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라고 의심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일부 사용자가 노조의 설립 및 운영에 개입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당해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어용노동조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1> 이 사건 처분 당시 사용자 측이 이 사건 노조의 운영에 참가 내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
이 사건 노조규약 제2조는 '이 사건 노조는 A공단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단결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 근로자의 경제,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5조는 '이 사건 노조는 A공단에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사용자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를 제외한 자로 구성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노조의 설립신고서(을 1)와 규약(을 2)의 내용을 살펴보아도,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가목 등에 해당되는 하자가 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없다.
하자의 중대·명백성
설령 피고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가목 등의 실질적 요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하자(위와 같은 실질적 요건의 해당 여부가 문제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대한 심사 등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요건(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을 구비하지 아니한 단체라는 점이 밝혀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러한 하자는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누6863 판결 등 참조), 달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민성(재판장) 김용민 심우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