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인천 중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300명을 사용하여 여객운송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1999. 8. 11.경부터 2014. 12. 27.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가 퇴직한 D의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은 연장근로수당 2,444,603원 및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은 퇴직금 51,352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이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퇴직 근로자 D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에관하여 그 존부나 범위를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바,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D에 대한 금품 청산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C 소속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C과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단체협약 및 2011년도 임금협정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위 임금협정서의 유효기간은 2011. 7. 1.부터 2012. 6. 30.까지인데, 그 이후는 C과 노동조합 사이에 임금협정이나 임금에 관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과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 제35조는 "노동조합원의 임금내역과 조정에 관하여는 노사 간에 별도로 정하는 임금협정서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11년도 임금협정서에서는 "임금내역은 운송업의 특수한 근무내용, 근무형태, 근무시간을 감 안하여, 법정 제수당을 포함한 포괄역산 방식의 체계를 유지한다.", "노선수당은 근무실적에 따라 발생하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을 포괄한 수당이며, 노선수당을 지급함에 있어서 실제 근로시간과의 차이에 대하여는 노·사간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승무직 근로자가 월 18일 근무하였을 경우 월 76시간의 연장근로, 월 40시간의 야간근로를 한 것으로 가정하여 기본 노선수당을 정하였다. 또한 C은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정 과정에서 개별 노선별 협정편도수를 정하였고, 이에 따라 노선별 편도수당을 정하였는바 결국 C은 위 임금협정에 따라 운행 노선에 대하여 해당 노선수당액에 실제 운행횟수를 곱하여 산정한 정액의 노선수당을 승무직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으므로, C은 노동조합과 승무직 근로자들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에 관하여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고속버스 운수업의 특성상 각 승무직 근로자별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고, 미리 정해진 근로시간만을 운행한 다음 운행 중간에 승무직 근로자를 교체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여 승무직 근로자들의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포괄임금약정에 의할 경우 C으로서는 근로시간 계산에 소요되는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노선별 운행 횟수에 의하여 임금을 산정하므로 승무직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점, 승무직 근로자들도 버스 노선별 소요시간에 구속될 필요가 없고 배차 전 대기시간, 중간 도착지에서의 대기시간 등을 휴게시간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는 점, 노선별 가용 편도수는 운행거리와 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책정되었고 운행 횟수가 증가할수록 실제 근로시간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선별 각 수당에 운행 횟수를 곱하는 노선수당 산정방식은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것에 갈음할 만한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이는 점, C은 협정노선수당 초과분에 대하여는 40%를 증액하여 지급하고 있고, 위와 같이 계산된 노선수당 외에도 대기수당, 입고수당, 임시차수당의 형태로 수당을 지급하거나, 특정 노선·시간대 운행의 경우 노선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운행노선의 출발시각이나 도착시각에 따라 수당을 다르게 편성하고 있는 점, 나아가 승무직 근로자가 월 18일 승무하였을 경우 운행노선에 따른 노선수당이 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701,624원(2011년 기준)을 지급하도록 보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포괄임금약정이 C의 승무직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보아 그 효력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도 보인다.
C의 임금 지급체계는 C뿐만 아니라 다른 고속버스 회사들에서도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보이는데,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유효한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 등 구체적인 당부를 떠나서 해당 업계에서는 그 유효성을 전제로 위 임금 지급체계를 상당 기간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승무직 근로자들이 C 및 다른 고속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이른바 '통상임금' 관련 민사사건에서 위 각 회사들의 동일 내지 유사한 임금 지급체계에 관하여 서로 다른 판단이 도출되는 한편, C의 경우에는 포괄임금약정 해당성부터 그 효력 인정 여부까지 결론을 달리하는 판결이 병존하여 현재 상고심(대법원 2017다238004 및 대법원 2018다298904) 계속 중이다.
따라서 C이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임금 및 퇴직금 지급채무를 일단 이행한 이상, 설령 관련 민사사건에서 최종적으로 C의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피고인 측에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D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및 퇴직금의 각 차액 지급책임이 전부 또는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관련 민사사건의 경과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 측의 사실적·법리적 쟁점에 관한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의 각 차액 미지급에 관하여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인 고의라도 섣불리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에서 C이 D에게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 자체를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다만 노사 간에 상호 그 유효성을 인정해 왔던 임금협정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 금원을 지급하였으며, C은 관련 민사사건에서 D를 포함한 승무직 근로자들이 청구한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의 각 차액 중 하급심 판결에서 인용된 금액을 공탁하거나 계좌이체 등으로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 측에서 법률적으로는 C과 노동조합 간 유효한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하여 추가로 승무직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미지급 임금 등이 없다는 주장을 유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승무직 근로자들이 마땅히 지급받아야 한다고 판단된 임금 및 퇴직금에 대하여는 그 지급책임을 다할 의사가 있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간 이전에 해당하는 임금 등 미지급분에 관한 민사사건에서 1심(인천지방법원 2012가합4912) 및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3나37205) 판결 모두 피고인 측의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고 D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으며, C에서는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다가 이를 취하함으로써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당시는 이미 다른 고속버스 회사의 임금 지급체계에 관한 하급심 판결들이 상호 엇갈리는 상황이었고, 다만 C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노동조합과법률분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원만하게 합의를 이루어 장래의 임금구조 자체를 개선할 의도에서 전향적으로 상고를 취하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바, 이러한 점을 비롯하여 위에서 본 각 사정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위 항소심 판결만을 근거로 D가 퇴직한 시점인 2014. 12.경으로 소급하여 그 당시 피고인에게 임금 또는 퇴직금에 관한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추단하는 것은 형사책임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처사로서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