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12. 13. 선고 2018가합5241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2002. 7. 8. 설립되어 상시 16,0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자동차제조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원고는 1986. 4. 22. 피고의 전신인 C 주식회사에 입사한 후 2002. 8. 7. 피고에 고용승계된 근로자로서, 이 사건 당시 D공장 E 소속 기술선임으로 근무하였다. 또한 원고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 B지부(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의 조합원으로, 2013. 10. 1.부터 2015. 9. 30.까지 이 사건 노조의 노동쟁의실장을 담당하였다.

나.

원고의 금품 수수

1)

피고는 1차 협력(도급)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경력을 갖춘 근로자들 중에서 서류심사, 인성검사, 면접심사 및 신체검사를 통하여 생산직 정규직 근로자를 발탁하여 채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

그런데 원고는 2015년 9월 초, 이 사건 노조 조직1부장인 F으로부터 "이번 발탁채용에 조카인 G이 합격할 수 있도록 힘을 써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피고의 노사협력팀장인 H에게 G의 채용을 부탁하였다.

3)

원고는 2015. 9. 23. 오전 인천 I에 소재한 피고의 D공장 서문 근처 공영주차장에서, F으로부터 G이 발탁 채용에 합격하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현금 3,000만 원을 수수한 후, 그 돈 중 2,000만 원을 H에게 건네고 1,000만 원을 취득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용알선 및 금품수수 행위'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채용알선 및 금품수수 행위에 관하여, 2016. 12. 23. 이 법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및 추징 1,000만 원의 유죄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았고,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으나(이 법원 2017노157호) 항소기각의 판결이 선고되어 2017. 6. 24. 확정되었다.

마.

피고 중앙인사위원회는 원고가 2015. 9.경 채용을 알선하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비위사실로 2017. 2. 16.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2017. 6. 23. 이 사건 채용알선 및 금품수수 행위가 단체협약 제52조 제3호의 '회사업무를 빙자하여 사례 또는 향응을 받았을 때' 및 같은 조 제7호의 '파렴치한 행위로 회사의 명예나 대외적 신용을 현저히 손상시켰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7. 6. 24.자로 원고에 대하여 해고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하여 피고 중앙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17. 3. 23. 원고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5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단체협약 제54조 제1호 단서에 의하면, 인사위원회는 징계사유 발생 인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개최되어야 한다. 피고는, 2016. 6.경 외부감사를 통해서 채용비리를 조사하고 있었고, 2016. 8. 10.경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피고의 임원 J의 채용비리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으므로, 늦어도 2016. 8. 10.경에는 이 사건 징계사유를 인지하였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구속기소 된 2016. 11. 25.경에는 피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를 인지하였다. 그런데도 피고는 그때로부터 1개월 이상 경과한 2017. 2. 16.에 이르러서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단체협약상 인사위원회 개최시한을 도과한 절차상 위법이 있어 무효이다.

나.

원고는 G을 이 사건 노조 조직 1부장인 F의 조카로 알고 그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여 H에게 채용을 부탁하게 된 것으로, 애초부터 영리를 목적으로 채용을 부탁했던 것은 아니고, 채용을 부탁한 횟수도 1회에 그쳤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원고를 해고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이다.

3.

판단

가.

단체협약 제54조 제1호의 징계절차 위반 여부

1)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을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개최된 징계위원회의 징계를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경우, 그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생긴 때이지만, 징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이 없어진 때부터 위 기간이 기산된다. 만일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그 사유가 나중에 밝혀지기 전까지 징계를 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사용자가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징계위원회의 개최시한이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갑 제2, 3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의 단체협약 제54조 후단은 각 호의 절차를 위배하는 징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1호 단서에서 인사위원회는 징계사유 발생 인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는 2016. 5.경부터 피고의 생산직 직원들에 대하여 '선물세트 납품업체, 체육행사 사은품 납품업체 선정 등 납품비리'를 수사하였고 2016. 6. 1. 피고 본사 내 노무관리팀과 구매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피고 직원들의 채용비리 혐의를 추가로 확인하여 수사를 확대하였다.

③

2016. 6.경 피고의 일부 직원이 협력업체 비정규직원을 대상으로 채용을 알선하고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의혹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2016. 8. 10.경에는 피고의 노사협력팀 임원이 채용알선 및 금품수수의 공소사실로 추가 기소된 사실이 보도되었다.

④

피고는 2017. 1. 13.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문을 제공받아 이를 기초로 내부조사를 진행한 다음, 2017. 1. 19. 인사협력팀에 원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하였다.

⑤

피고 중앙인사위원회는 2017. 1. 26. 원고와 이 사건 노조에게 2017. 2. 9.자 인사위원회 개최 및 징계사유, 일시, 장소를 서면으로 통보하였고, 이 사건 노조의 요구에 따라 예정보다 1주일 연기된 2017. 2. 16.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⑥

한편 원고는 2016. 11. 14. 긴급체포되어 구속되었고, 2016. 12. 23. 석방되었다. 원고는 구속된 기간 휴가를 사용하였다.

3)

위 인정사실 및 이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문을 입수하여 내부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2017. 1. 19. 비로소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가 증명되었음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피고가 그로부터 30일 이내인 2017. 2. 19.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으므로 단체협약 제54조 제1호에서 정한 징계위원회의 개최절차 및 시한을 준수하였다(설령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문을 입수한 2017. 1. 13.경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증명되었음을 알았다고 보더라도, 그로부터 30일 이내인 2017. 2. 9.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려 하였으며 이를 원고 및 이 사건 노조에 통보한 이상 원고가 단체협약 제54조 제1호에서 정한 징계위원회의 개최절차 및 시한을 준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가 당초 예정보다 일주일 늦은 2017. 2. 16.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이 사건 노조의 연기 요청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원고를 비롯한 피고 직원들의 납품비리와 채용비리 행위에 관한 수사는 피고의 고발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인지로 시작된 것이다.

㉡ 피고 직원들을 상대로 납품비리에 관한 수사와 채용비리에 관한 수사가 병행되었다. 또 수사는 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형사소송기록의 열람·등사권이 제한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피고는 피고 직원들 중 일부가 납품비리 또는 채용비리로 수사를 받는다거나 구속 또는 기소되었다는 대강의 사정만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6년 6월 및 8월의 언론보도에는 인적사항이 적시된 몇 명을 제외하고는 피고의 직원들 중 누가 어떤 혐의로 수사대상이 되었는지 여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 원고는 약 40일간 구속되면서 그 기간 휴가를 사용하여 충당하였다. 원고의 휴가 사용 기간이 다소 길기는 하나, 피고 입장에서는 원고가 장기간 휴가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채용비리 등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다고 의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령 피고가, 원고가 채용비리 등에 연루되어 구속되었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채용비리 및 납품비리에 대한 수사가 병행되고 형사기록을 열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원고에 대한 징계가 가능할 정도로 원고의 비위 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1)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다만,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①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조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07 조는 '제9조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1차 협력업체 직원을 피고의 정규직으로 채용되도록 알선하고 1,000만 원을 수수하여 근로기준법 제9조를 위반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았다.

②

원고는 이러한 비위행위로 인해 피고의 인사채용 절차를 왜곡시키고 관련 지원자들의 공정한 경쟁기회를 박탈하는 등 직장질서를 문란케 하였다. 또한 이에 관한 내용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피고의 인사채용 절차에 연줄이나 금전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피고의 명예나 대외적 신용을 현저히 훼손하였는바, 원고의 위와 같은 비위행위는 그 비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③

피고로서는 적지 않은 숫자의 임직원들이 체용비리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아 직장질서가 문란케 되고 대외적 신용이 현저히 훼손되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었고, 위와 같은 채용비리 행위는 피고의 기업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히 큰 반면에 사전에 적발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채용비리 등에 관한 경각심을 제고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직장질서와 대외적 신용을 회복하기 위하여 관련 비위행위자들에 대하여 중징계를 할 필요성이 있다.

④

피고는 검찰의 수사방침에 협력하여 2016. 12. 말경 채용비리 관련자들에게 자수를 할 경우 징계감면을 하겠다고 자수를 유도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⑤

피고는 과거에도 금품수수 사건에 대하여 관련자들로부터 권고사직 등을 통해 전부 사직서를 제출받아 근로계약관계를 곧바로 종료하였고, 2016년경 진행된 수사에서 채용비리 또는 납품비리에 관여하여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23명 전원에 대하여 징계해고 또는 권고사직 등의 방법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였다. 비록 원고가 F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여 이 사건 채용알선 및 금품수수 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이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고를 달리 취급하여야 할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화(재판장) 류일건 한지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