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19. 1. 25. 선고 2018노251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미지급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이하 '연차미사용수당'이라 한다)의 부존재

피고인은 D와 사이에 연차미사용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D에게 지급하여야 할 연차미사용수당이 없다.

나.

고의 부인

봉직의사의 경우 포괄임금제 계약을 하면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므로 피고인은 사직한 D에게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믿었고, 그럼에도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D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연차미사용수당 상당액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거나, D와 기일연장에 관한 합의를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 공소사실을 아래 3.가.항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 심판 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당심의 심판대상에 포함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핀다.

3.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천 계양구 B에 있는 C병원 대표로서, 상시 근로자 134명을 고용하여 병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5. 11. 20.경부터 2016. 11. 18.경까지 위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의사 D의 위 기간 동안의 연차유급휴가(9.5일) 미사용수당 5,527,257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관련 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등 참조).

2)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제 수당을 가산하여 이를 합산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연차휴가수당이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이 정한 기간을 근로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사이에 미리 그러한 소정기간의 근로를 전제로 하여 주휴수당이나 연월차휴가수당을 일당임금이나 매월 일정액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참조).

3)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다.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

1)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과 D가 체결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이 유효한 포괄임금제 계약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D에게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그 미지급 사실만으로 곧바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

가)

피고인과 D가 작성한 연봉근로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재가 있다. ㉠ 피고인(갑)과 D(을)는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연봉제(포괄임금) 계약을 체결하고 상호간에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 갑은 매월 기본급 실수령액으로 일급 천육백만원을 지급한다. ㉢ 급여와 관련된 4대 보험 및 소득세(연말정산 포함)는 갑이 부담하며, 소득에 대한 환급은 갑의 소유로 한다.

나)

피고인은 D에 대한 기본급을 매월 910만 원으로 책정하고, 포괄연장수당, 차량유지비, 퇴직금, 세금보전 등의 금액을 더한 다음 소득세, 4대보험 등을 공제하고 매월 1,6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다)

D 또한 이 사건 계약이 소위 '네트(net) 계약'임은 인정하고 있다.

라)

이 사건 계약의 경우 계약서상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보이지는 아니하나, 봉직의사의 경우 관행적으로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다수 있고, 요양병원 봉직의사로서의 근로형태, 업무의 성질, 그리고 최종적으로 지급되는 월 급여의 액수에 비추어 볼 때에는 일응 이 사건 계약이 계산의 편의와 근로의욕의 고취를 위한 포괄임금제 계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마)

이 사건 계약이 포괄임금제 계약으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초부터 D와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비법률가인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이 연차수당 등의 제수당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 약정으로서 유효하다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연차 사용여부를 불문하고 매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별도의 연차미사용수당 또한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2)

설령 피고인이 D에게 7일의 휴가를 보전하기로 구두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의 금품청산의무를 인식하면서도 고의로 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

당초에 D는 위 구두약정의 내용이 2016. 11. 18. 이후 평일 7일간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D는 2016. 11. 28.까지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피고인을 고발하였으나, 근로감독관은 D가 2016. 11. 18. 퇴직한 것으로 보고, 피고인에게는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공소사실 또한 D가 2016. 11. 18. 퇴직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피고인의 구두약정 여부를 불문하고 그에 따른 퇴직금이나 임금 등의 지급의무는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의 구두약정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연차미사용수당에 관한 약정이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연차미사용수당이 이미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임금에 포함된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D에게 구두로 휴가의 보전을 약속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구 근로기준법에 의한 연차미사용수당의 청산의무가 아니라 임의적·시혜적 구두약정에 따른 약정금의 지급의무로 인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3.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3.나.다.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은상(재판장) 장재익 권주연

각주1) 피고인은 D의 미사용연차유급휴가가9.5일이라는 주장도 하나, 이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한 후의 주장이고, 당심에서 위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도 이루어졌으므로, 위 주장에 관하여는 달리 판단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