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0. 10. 8. 선고 2019노4062 판결

주문

피고인 B, C, D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B, C, D(법리오해)

원심은, 피고인들<1>이 2013. 11. 1., 2013. 11. 11., 2013. 11. 16., 2013. 12. 3. 조합원들과 함께 J공항 교통센터 지하 1층에서 집회를 하고 여객터미널로 일부 줄지어 이동한 행위가 피해자 O(이하 ‘피해자’라 한다)에게 인정되는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나, 주거침입죄 및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조합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에서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진행한 것인 점, ② 교통센터 지하 1층은 매우 넓은 대합실로, 여객터미널로 연결되는 공간이 아닌 반대편 쪽에서 공항이용객들의 통행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부분만 점유한 채 단시간 집회를 진행한 점, ③ 교통센터 지하 1층의 은행이나 상점들은 집회가 진행된 장소와 멀리 떨어진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어 소음으로 인한 실제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인 점, ④ 공항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여객기 탑승수속이나 배웅·환송과 가장 관련이 없는 교통센터 지하 1층에서 집회를 진행한 것이고, J공항에 교통센터 지하 1층 대합실 외에 이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장소도 없는 점, ⑤ 현수막과 깃발들을 설치하고, 구호제창, 연설, 노동가요 합창 등을 한 행위가 쟁의행위에서 일반적으로 수반되는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집회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부득이한 면이 있는 점, ⑥ 여객터미널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의 행진과 홍보 정도의 활동만 이루어졌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검사(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은, 피고인들이 2013. 10. 31. J공항 여객터미널 3층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행위가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① 피해자는 도급인일 뿐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고, 공항시설은 무단점유나 소란행위 등으로부터 엄격히 보호될 필요가 있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수인의무의 범위는 보다 엄격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는 점, ② 피고인들이 마이크를 이용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함으로써 발생한 소음의 정도가 상당했던 점, ③ 피고인들이 출국장 통로의 2/3 가량을 가로막았던 점, ④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출국장을 통행하고 항공권을 발권하려는 승객들에게 방해가 초래되고, 인근 상점의 점포영업 및 피해자의 공항시설 운영 업무에 방해가 초래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피고인들이 수인의무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로서 업무방해, 건조물침입을 범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오인 및 수인의무의 정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단체행동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법익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쟁의행위의 방식․기간과 행위 태양, 해당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의 규모,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수와 이들이 쟁의행위를 행한 장소 또는 시설의 규모․특성과 종래 이용관계, 쟁의행위로 인해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이 제한되는 정도,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참조).

2)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건조물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에 침입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출입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중이 고함이나 소란을 피우면서 건조물에 출입하는 것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하고(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등 참조),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J공항의 관리·운영 및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O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 2001년경 J공항을 개항한 이후 수급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공항시설 유지관리업무, 경비보안업무, 청소미화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수급업체에 고용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수급업체가 변경되더라도 신규 수급업체로 고용이 승계되어 J공항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계속 근무해왔다.

2)

F단체 G노동조합(이하 ‘G노조’라 한다)은 공공기관에서 공공 및 운수, 사회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산별노조이고, 그 중 G노조 J공항지부(이하 ‘J공항지부’라 한다)는 J공항 내 상주하고 있고 산별되어 있는 각 지회들이 모여 만들어진 G노조의 산하조직으이다. J공항지부는 11개 지회(특경대지회, 설비지회, 환경지회, 소방대지회, 부대교통지회, 탑승교지회, 버스지회, 탑승교설비지회, 승강설비지회, 토목지회, 전력지회) 및 1개 분회(세관분회)로 구성되어 있고, 2013년 당시 J공항지부조합원은 약 1,800명이었다. 피고인 A는 (전) G노조 위원장, 피고인 B은 G노조 비정규직 국장, 피고인 C은 J공항지부 지부장, 피고인 D은 J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이다.

3)

G노조는 수급업체들 중 ㉠ 여객터미널의 환경미화 업무를 수행하는 Z 주식회사, ㉡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의 건축, 기계 등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AC 주식회사, 주식회사 AE, 주식회사 AG을 상대로 한 각 단체교섭이 결렬되고, BI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노동쟁의조정 절차도 노사 양측 주장의 현격한 차이를 이유로 조정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종료되자 J공항지부 환경지회 및 설비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2013. 10. 25. 파업에 돌입하고, 수급업체들 중 ㉢ 공항소방대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주식회사 AI, ㉣ 탑승교운영 업무를 수행하는 주식회사 AK들을 상대로 한 각 단체교섭도 결렬되고 BI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조정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종료되자 J공항 지부 소방대지회 및 탑승교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2013. 11. 5. 파업에 돌입하였다(이하 ‘이 사건 파업’이라 하고, G노조가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조정 절차를 진행한 위 수급업체들을 합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들’이라 하며, 위 J공항지부 환경지회, 설비지회, 소방대지회, 탑승교지회를 합하여 ‘이 사건 각 지회’라 한다).

4)

피고인들을 포함한 J공항지부 조직총괄국장 K, J공항지부 각 지회장 등 약 20명은 2013. 10. 31. 11:00경부터 11:30경까지 J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내 8번 게이트 앞 통로에서 ‘슈퍼갑 O는 87%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F단체 G노조 J 공항지역지부 파업 돌입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피켓 6개를 펼쳐 들고, 마이크와 앰프를 이용하여 기자회견을 하고, ‘노조탄압 중단하고 고용보장 쟁취하자’, ‘비정규칙 철폐 일사투쟁’ 등의 구호를 약 5회 제창하였다(이하 ‘이 사건 최초 집회’라 한다).

5)

이후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 등과 함께 ㉠ 2013. 11. 1. 12:30경부터 15:00경까지 약 500명이, ㉡ 2013. 11. 11. 09:30경부터 14:00경까지 약 600명이, ㉢ 2013. 11. 16. 10:00경부터 13:00경까지 약 500명이, ㉣ 2013. 12. 3. 10:00경부터 10:30경까지 약 200명이 J공항 교통센터 지하 1층에 있는 공항철도 출입구 앞 대합실에 모여 앉은 가운데 양측 천장과 2층 난간에 ‘J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총단결로 파업투쟁 승리하자!’ ‘비정규직 철폐하라’, ‘진짜 사장 나와라!’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과 깃발을 설치하고, ’O 나와라! 비정규칙 철폐 투쟁 결사 투쟁!‘ 등의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고, 2013. 11. 11.부터는 교통센터 지하 1층에서 집회를 마친 후 각 지회별로 여객터미널 1층에서 3층까지 ‘근속수당 쟁취하자’ ‘비정규직도 함께 살자’ ‘고용안전 보장하라’ 등이 기재된 피켓 등을 들고 행진하였다(이하 이를 합하여 ‘이 사건 후속 집회’라 한다).

다.

피고인 B, C, D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이 사건 후속 집회에 관하여)

1)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 등과 함께 피해자의 사업장인 J공항 교통센터와 여객터미널에서 이 사건 후속 집회를 하였는데, 피해자는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후속 집회가 사용자인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해위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2)

먼저 이 사건 후속 집회가 쟁의행위로서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정당성을 갖추었는지 본다.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이 속한 G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고,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단체교섭 및 노동위원회 조정절차, 조합원들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였으므로,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후속 집회는 쟁의행위로서 절차상, 목적상의 정당성은 갖추었다고 보인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후속 집회를 개최한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①

J공항은 공항이용객인 내·외국인들의 안전과 질서가 무엇보다 중시되고, 경비·보안 및 방호 등에 있어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공공시설로서 일반 사업장과는 구별되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 경비업법은 공항을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과 함께 ‘국가중요시설’로 정의하면서(제2조), 공항의 경비 및 도난·화재 그 밖의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경비업무에 관한 허가, 신고, 의무, 교육 규정을 특별히 별도로 정하고 있고(제4, 5, 7, 13조), ㉡ 구 항공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로 항공안전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되기 전의 것) 제106조의2는 누구든지 공항시설을 관리하는 자의 승인 없이 공항시설에서 영업행위, 공항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행위, 호객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현행 공항시설법 제56조에도 이와 유사한 규정이 있다). 또한 ㉢ J공항의 관리자인 피해자는 공항시설의 보안 및 항공안전에 관한 사항, 공항시설 이용자의 편익 및 안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으며(O법 제16조), J공항의 건설 및 관리·운영과 관련한 사항을 1년에 한 번 이상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17조).

②

J공항의 여객터미널과 교통센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에서 정한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가 금지된 ‘항공기·항행안전시설 또는 항공기의 이·착륙이나 여객·화물의 운송을 위한 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여객터미널과 교통센터도 ‘공항시설’에는 해당하고[구 항공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로 항공안전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되기 전의 것) 제2조 제8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 현행 공항시설법의 규정도 동일하다], 여객·화물 운송과 그 지원을 위해 사용하는 주요한 기본시설 및 지원시설의 의미를 갖고 있다.

③

교통센터 지하 1층은 공항철도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승객들이 여객터미널로 이동하기 위하여 통과하는 곳으로, 다수의 대중이 사용하는 장소에 해당하고 공항 이용객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 및 식당시설 등이 존재하므로, 일반적인 실내 공간에 비하여 법익충돌의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들을 비롯한 약 200명에서 600명 사이의 조합원들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4시간 30분가량 교통센터 지하 1층 대합실 가운데에서 아이스링크 펜스 부근까지 모여 앉고 집회를 진행하여, 교통센터 지하 1층을 가로질러 통행하거나 가운데 놓인 벤치 등에서 휴식을 취하려던 공항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들을 비롯한 약 200명에서 600명 사이의 조합원들은 교통센터 지하 1층에서 마이크, 앰프 1대, 대형스피커 4~5대, 기타, 키보드 등을 동원하여 구호제창, 연설, 노동가요 합창 등의 행위를 하였는데, 실내에서 마이크와 대형스피커를 이용하여 행사를 진행하고 기타 연주를 진행하여 교통센터 전체가 울릴 정도의 큰 소음이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스피커가 놓인 무대로부터 수 미터 이상 떨어진 2층 난간에서 피해자 측이 측정한 순간최대소음은 2013. 11. 11.에는 93dB, 2013. 11. 16.에는 96.5dB, 2013. 12. 3.에는 80.4~83.1dB에 달하였고, 5분 평균 등가소음도가 2013. 11. 16.에 72.2~79.6dB에 달하였다(참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별표2]는 위 시행령에서 정한 방법으로 측정한 소음이 주간에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 지역의 경우 65dB 이상, 그 밖의 지역은 75dB 이상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⑤

이와 같이 발생한 소음으로 인하여, 인근 점포들이 영업에 적지 않은 방해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집회 장소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아이스링크 가게의 점장은 수사기관에서 ‘2013. 11. 1. 실내 아이스링크 음악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카운터에서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해서 영업을 못했다. 아이스링크 펜스까지 시위대들이 둘러싸면서 단상에서 틀어주는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제창하여 가장 피해를 봤다.’고 진술하였고, 인근 카페 직원도 ‘2013. 11. 1. 커피숍에서 대화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끄러웠던 것은 맞다. 손님들이 시끄럽다면서 매장에 들어오지 않고 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소재한 R 매장으로 가기도 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집회 장소와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Q은행 J공항지점 은행원도 ‘2013. 11. 1. 은행 업무가 완전히 마비될 정도로 심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당시 노조측에서 마이크로 연설을 하거나 앰프 올겐을 연주하는 관계로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는데 지장이 있었다. 시끄러워서 손님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⑥

피고인들과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 등은 2013. 11. 11.부터는 요구사항을 적은 인쇄물, 피켓을 들고 20~30명 단위로 여객터미널까지 줄을 지어 행진하고, 2013. 12. 3.에는 상복을 입을 때 머리에 쓰는 삼베 두건을 두른 채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까지 행진하여 승객용 벤치에 무리지어 앉기도 하였다. 이는 그 자체로 J공항의 이용객들에게 위압감과 불안감을 줄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퇴거요청서를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 직원과 조합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감으로써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3. 12. 3.에는 항공사운영위원회(AOC), BK, AN, AO 등에서 피해자에게 항공편 탑승 이용객들이 여객편의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불편을 겪고 있어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였다.

⑦

J공항이 2001년경 개항된 이래 지금까지 이 사건을 제외하고는 피해자 소속 근로자이든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이든 교통센터나 여객터미널 등과 같은 공항 실내시설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여 쟁의행위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J공항지부 조직총괄국장 K은 이 사건 파업 직전인 2013. 10. 7. X경찰서장에게 ’AP집회‘를 2013. 10. 27부터 2013. 11. 6.까지 ’J공항청사 앞 잔디밭 밑 여객터미널 앞 승강장(6~9번)‘에서 참가예정인원을 ’J공항청사 앞 600명, 여객터미널 앞 승강장 300명‘으로 하여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취지로 신고한 바 있고, 이 사건 파업이 종료된 2013. 12. 24.경 이후부터는 다시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밖 도로와 인도에서 몇 차례 집회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⑧

이 사건 후속 집회에서 외쳐진 구호나 현수막, 깃발, 팻말, 조끼 등에 적힌 문구 자체가 대부분 이 사건 수급업체들이 아닌 피해자에 관한 것이었고, 이 사건 후속집회는 실질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피고인들 및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 등은 이 사건 수급업체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피해자를 압박할 의도로 집단적으로 이 사건 후속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와 이 사건 수급업체들 측에 고용안정 보장, 임금인상 및 착취구조 개선, 교대제 개선, 인력충원,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의하였으나 피해자와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서 대화조차 거절하여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4)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이 사건 최초 집회에 관하여)

1)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2013. 10. 31. 피해자의 사업장인 여객터미널 3층 출구장 안 8번 게이트 앞 통로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 사건 최초 집회를 개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G노조는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등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고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 파업은 근본적으로 이 사건 각 지회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G노조가 피해자로 하여금 직접 J공항지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시켜줄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이 사건 파업을 시작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파업 전체가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②

이 사건 최초 집회는 30분가량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피고인들을 비롯하여 약 20명 정도만 참여하였고, 대형 현수막 1개, 피켓 5~6개 정도가 준비되어 활용되었다. 기자회견은 피고인 A, B, C 및 F단체 법률원 변호사 등이 기자들 앞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요구사항 등을 설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피고인 D은 기자회견의 사회자로서 간부들을 소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③ 피고인들은 J공항 3층 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8번 게이트 앞 통로의 일부를 점거하였을 뿐이고 기자들이 길을 막고 서 있거나 촬영을 하는 관계로 통로가 일부 가로막히는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의 인적․물적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로 인하여 보행자들의 통행에 큰 지장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특히 기자회견에 사용된 마이크와 앰프 등의 종류에 따른 성능 등을 고려할 때에도 그 소음이 안내방송을 청취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각 항공사의 카운터 업무 등을 방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④

나아가 이 사건 최초 집회가 개최된 방식이나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최초 집회로 인한 피해자의 시설관리권에 대한 제약 역시 상당히 제한적이었다고 보인다.

2)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의 ‘항소의 이유’란에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도 과경하다’는 취지의 기재만 있고, 항소이유서에도 ‘원심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으로 일부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로 인하여 전체적인 양형이 과경하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을 뿐(이는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양형부당 주장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795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B, C, D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인규(재판장) 오수빈 이강은

각주1) 해당 항의 피고인들만을 지칭한다. 이하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