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 소속 1급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22. 9. 30. 정년퇴직한 근로자다.
피고의 개정 전 인사규정 제29조는 직원의 정년에 대하여 만 58세로 정하고 있었고, 개정 전 보슈규정 제4조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었다.
피고는 2016. 5. 9. 인사규정 제29조를 개정하면서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는 한편 보수규정 제4조를 개정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였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위 개정일부터 시행되었다.
피고는 2019. 5. 20.부터 2022. 9. 30.까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아래와 같은 금액의 연봉을 지급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9,445,25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지급명령정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사건정보
인천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3가단278842
판결선고
2024. 9. 12.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 제3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인데, 피고는 이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문서형식으로 찬반 여부를 기명으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동의를 구하였는바, 이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근로자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다(2024. 5. 10.자 준비서면).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근거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조치를 하였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차별한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2024. 4. 18.자 준비서면).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원고의 임금을 감액한 것은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2019.분 3,929,000원, 2020.분 13,734,000원, 2021.분 19,856,000원, 2022.분 11,926,250원, 합계 49,445,2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전에도 임금피크제가 존재하였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서 정년이 연장되는 한편 기존 임금 감액률보다 임금 감액률이 낮아져 근로조건이 유리하게 변경되었다.
설령, 원고의 미지급 임금채권이 존재하더라도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인바, 원고의 임금채권 중 이 사건 소제기일인 2023. 7. 31.을 기준으로 3년을 역산한 2019. 10. 1.부터 2020. 7. 30.까지 발생한 임금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7898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에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단서에 따른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 제1항에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면서 제19조의2 제1항에서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여,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러한 점에서 통상 정년을 연장하되 새로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을 낮추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는 새로운 근로기간에 대한 근로조건을 설정하는 것이 되므로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과 더불어 만 58세였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였는바, 정함이 없던 만 58세부터 만 60세까지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도 임금피크제 규정이 존재하고 있었고, 종전의 임금피크제 규정은 임금 감액률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임금 감액률보다 더 높았다. 종전의 임금피크제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비교하면, 원 연봉을 기준으로 감액율(실제 지급받는 금액)은 아래 표와 같다.
(생략)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함께 정년이 2년 연장되어, 임금피크제 시작시기가 늦추어졌을 뿐만 아니라 어느 연령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종전에 지급받던 임금보다는 많은 금액의 연봉을 받게 된 것이다. 원고와 같은 1․2급 근로자의 경우 종전에 만 56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하여 종전 2년간 155%(= 85% + 70%)를 지급받는 것에서 현행 4년간 350%(= 100% + 90% + 80% + 70%)를 지급받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비록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하여 만 60세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이 시행되는 2017. 1. 1. 즈음에 도입된 것이기는 하나 정년연장과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하여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 여부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 근로자 6명 중 5명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원고가 주장하는 일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동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원고는 근로자들이 부득이하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 스스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다른 근로자들도 원고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하여 반대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차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연령인 만 58세를 만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연령에 따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인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근로자의 정년연장과 이를 위한 현실적인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제도적 타당성이 인정된다.
더욱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도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었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오히려 종전의 임금피크제의 임금 감액률을 완화하여 고령 연령자의 임금 처우를 개선한 것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원고와 같은 1․2급 근로자에 대하여 만 57세는 90%, 만 58세, 59세는 각 80%의 임금 감액률을 적용하였는바, 그 감액률이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정년 연장과 수반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으므로, 근로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소결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은 적법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