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1. 12. 선고 2023노396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부 발언은 피고인들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

피고인들의 발언은 공갈죄와 강요죄를 구성하는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해자 T, AD은 일개 직원인 현장소장에 불과하고 제3자인 법인에 대한 법익을 침해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한 것이 자연인인 위 피해자들에 대한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취업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경제적 이익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므로, 취업의 기회 그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

마)

피고인들의 행위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반하지 않는 비난가능성이 없는 행위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의 각 형(피고인 A: 징역 1년, 피고인 B: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들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해자들 및 현장 직원들의 구체적 진술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해자들이 피고인들과 대립되는 관계에 있다는 점 등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위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들의 발언이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에서 고지된 해악의 실현은 반드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해악의 고지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그것이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을 겁을 먹게 하였고 권리실행의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도915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도1361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발언은 그 발언을 듣는 상대방인 피해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들의 발언 내용은 단순히 ‘집회를 개최하겠다’, ‘투쟁을 하겠다’는 등으로 일반적 조치를 시사한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거부 시 현재 R에서 진행 중인 전국의 모든 현장의 공사가 어려워 질 것이다’, ‘만약에 우리를 안 쓰면 앞으로 V단체 건, 비노건 상관없이 모두 쓰지 못하게 할 것이고, 공사를 중지시키겠다’, ‘전국의 모든 AC 현장에서 준법투쟁을 벌여 공사를 방해하겠다’는 등으로 상대방이 영위하는 영업에 대하여 실현될 해악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내용이었다.

나)

피고인들이 속한 C단체 D노동조합(이하 ‘D노조’라 한다)의 조직적 특성 및 그 위력이 미치는 범위 등을 고려할 때 각 건설회사들이나 피해자들이 그 위력을 배제하기는 어렵고 위력 행사에 따른 불이익도 작다고 볼 수 없다. 실제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경우 해당 공사현장 또는 다른 공사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방해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 경우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며, 이를 우려하여 피고인들이 요구하는 데로 D노조 소속의 조합원들을 고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8, 2151쪽, 별권 2권 25쪽).

다)

D노조와 ㈜R이 소속된 BQ협의회 및 AC㈜가 소속된 BR연합회가 각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회사는 개설되는 현장에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위 규정만으로 위 회사들이 조합원들을 반드시 고용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D노조 소속 조합원의 고용을 요구할 권한이 없고 이를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다른 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해고하라고 하면서 각 공사현장 별로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인원 이상의 조합원들을 고용하도록 압박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의도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제3자인 법인에 대한 법익을 침해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한 것이 자연인인 피해자에 대한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협박죄에 있어 협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고지되는 해악의 내용, 즉 침해하겠다는 법익의 종류나 법익의 향유 주체 등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해자 본인이나 그 친족뿐만 아니라 그 밖의 ‘제3자’에 대한 법익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본인과 제3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때 ‘제3자’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 할 것인데, 피해자 본인에게 법인에 대한 법익을 침해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한 것이 피해자 본인에 대하여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가 되는지 여부는 고지된 해악의 구체적 내용 및 그 표현방법, 피해자와 법인의 관계, 법인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와 역할, 해악의 고지에 이르게 된 경위, 당시 법인의 활동 및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1017 판결 참조).

2)

앞서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 T은 ㈜R의 현장소장이고, 피해자 AD은 AC㈜의 현장소장인바, 위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이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채용을 포함하여 당해 공사 현장에 관한 사실상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 ② 피해자들이 소속된 회사들은 하도급업체로서 피해자들이 관리하는 공사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공사가 지연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위협한 바와 같이 소속 회사의 다른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소속 회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므로 해당 현장의 현장소장인 피해자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들이 속한 노조의 조직적 특성, 위력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협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협박죄에 해당한고 봄이 타당하다.

라.

취업의 기회를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공갈죄는 다른 사람을 공갈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물을 교부하게 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서, 공갈의 상대방이 재산상의 피해자와 같아야 할 필요는 없고, 피공갈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지는 재물의 교부 자체가 공갈죄에서의 재산상 손해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피해자의 전체 재산의 감소가 요구되는 것도 아닌바(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조합원들이 공갈 행위를 통해 얻은 취업의 기회는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후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받을 수 있는 법적인 지위를 의미하므로 재산상 이익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마.

피고인들의 행위는 적법한 노동조합 활동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피해자들 및 그 소속회사들이 피고인들이 소속된 노조의 조합원들을 고용하여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에게 이를 요구할 권한이 없고, 이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보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각 공사현장 별로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인원 이상의 조합원들을 고용하도록 압박할 목적으로 ‘조합원들의 고용이 일정 수 이상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사현장에서 집회 등을 하여 공사를 방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의도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고, ② 발언의 내용 역시 해당 현장뿐 아니라 전국의 다른 현장에서도 공사의 진행을 방해하여 건설회사를 어렵게 하겠다는 것으로 그 수단과 방법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으며, ③ 피고인들의 요구 사항은 결국 건설회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고용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인바, 이는 위 운영자들의 경영권과 조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쌍방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A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은 채용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였고, 동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동종 수법 등의 범행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중에 이 사건 일부 범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일부 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AG와 합의하였고,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R의 대표가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피해자 AD을 위하여 500만 원을 형사공탁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에 대하여

일부 범행은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각 범행의 사회적 폐해 및 수법,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않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참작할 만한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며(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 A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 아니한다), 피고인 B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A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