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1,935,302원과 이에 대하여 2021. 12. 13.부터 2025. 5. 21.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14,876,721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1. 16.부터 2025. 5. 21.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본소청구와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7/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의 가.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기초사실
피고는 김포시 C건물, 2층 사무실을 본점으로 두고 건설업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가 운영하는 공사현장에서 판넬작업에 참가하였다.
원고는 2017. 7.경부터 2021. 11.경까지 피고 소속 근로자로 일하면서 별지 급여지급 내역 합계 표 기재와 같이 합계 201,825,000원을 월급여로 지급받았는데, 원고가 지급받은 돈 중에는 피고가 “퇴직 가불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 합계 16,812,023원이 포함되었다.
원고와 피고는 2017. 4. 6. 최초로 근로계약서(을제2호증의1)를 작성했는데, 임금을 포괄일당 형식으로 구성하고 매일의 포괄일당 중 퇴직 가불금이 일정액씩 포함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퇴직금은 원고 퇴직시 발생하나 원고의 생활상 필요 및 요청에 의하여 퇴직 가불금으로 포괄일당에 포함하여 우선 지급하며, 최종 퇴직시 또는 퇴직금 정산시 발생하는 퇴직금과 퇴직 가불금을 상계 및 공제 처리하기로 동의한다”는 취지의 특약이 근로계약서에 포함되었다. 원고와 피고는 2018. 5. 1.자 근로계약서, 2021. 1. 14.자 근로계약서, 2021. 2. 2.자 근로계약서, 2021. 3. 1.자 근로계약서 및 2021. 4. 1.자 근로계약서에서 위와 유사한 내용으로 ‘퇴직금은 원고와의 합의 하에 가불금으로 포괄일당에 포함하여 우선 지급하며, 최종 퇴직시 또는 퇴직금 정산시 퇴직금과 퇴직가불금을 상계처리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포함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 회사를 퇴사한 이후 2023. 2. 8. 피고 회사 대표이사 D를 퇴직금 미지급의 사유로 진정하였다. D는 2024. 1. 15. 피고 회사에서 2017. 7. 22.부터 2021. 11. 28.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원고의 퇴직금 3,870,606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벌금 5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3고약6885).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에게 퇴직금 3,870,605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의 요청에 따라 퇴직금을 포괄일당에 포함하여 우선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약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퇴직 가불금 합계 16,812,023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가 구하는 퇴직금은 이미 다 변제되어 더 이상 지급할 것이 없거나, 만약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라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 가불금 합계 16,812,023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므로, 위 부당이득반환 채권으로 원고의 퇴직금 채권과 상계하면 원고의 퇴직금 채권은 모두 소멸하게 되어 더 이상 지급할 것이 없고, 오히려 반소로써 원고에게 상계 후 나머지 부당이득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소에 관한 판단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성립여부
⑴ 관련 법리
원고가 2021. 11. 28. 퇴직한 이후 발생하는 법정퇴직금이 일응 3,870,605원에 달함은 쌍방 다툼이 없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그동안 지급하였던 퇴직 가불금 합계 16,812,023원을 부당이득으로 보아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다면, 그 약정은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 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 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참조).
⑵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살펴본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1, 3, 5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와 원고는 매월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한 돈 16,812,023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각 근로계약서에 ‘퇴직금은 가불금으로 포괄일당에 포함하여 우선 지급하며, 최종 퇴직시 또는 퇴직금 정산시 퇴직금과 퇴직가불금을 상계처리하기로 한다’, ‘원고는 포괄임금 및 임금의 계산방법, 퇴직금 가불방식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다’라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위 각 문구 옆에 자필로 서명하였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는 근로계약 체결시 포괄일당에 퇴직금을 포함 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각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일당에 포함된 퇴직 가불금이 얼마인지 그 액수가 특정되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퇴직 가불금은 포괄일당에 1/12를 곱하여 산정된 것으로서 원고가 피고 회사에 12개월을 근무할 경우 퇴직금으로 1개월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산출된 금액인 점, 피고가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한 퇴직 가불금은 16,812,023원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 3,870,605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인 원고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을 초과 지급한 경우에, 근로자가 퇴직 후 그 재직 중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거나, 근로자가 비록 재직 중에 임금을 청구하더라도 위 초과 지급한 시기와 상계권 행사의 시기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근접하여 있고 나아가 사용자가 상계의 금액과 방법을 미리 예고하는 등으로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때에는, 사용자는 위 초과 지급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에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때에도 적용된다. 한편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는 근로자인 채무자의 생활보장이라는 공익적, 사회정책적 이유에서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의 채무자는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퇴직금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고가 2021. 11. 28. 피고 회사로부터 퇴사한 사실은 앞서 살펴 본바와 같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위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반소장 부본이 2023. 11. 15. 원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위와 같은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권으로 원고의 퇴직과 동시에 성립하면서 민법 제492조 제1항에서 정한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것이므로(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다20909 판결 참조), 결국 원고의 퇴직금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2021. 12. 12. 상계적상일이 된다. 그렇다면 원고의 퇴직금 채권 중 1/2인 1,935,302원은 위 상계적상일에 소급하여 소멸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이 소멸하고 남은 나머지 퇴직금 1,935,302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2021. 12. 13.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5. 5. 21.까지 민법이 정하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반소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에게 위와 같이 원고의 퇴직금 중 1/2인 1,935,302원 범위 내에서 상계로 소멸하고 남은 나머지 부당이득금 14,876,721원(16,812,023원 – 1,935,302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의 이행청구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반소장 부본이 원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23. 11. 16.부터 원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5. 5. 21.까지 민법이 정하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와 피고의 반소 청구는 위 각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와 피고의 반소 청구는 위 각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판사 김지향(재판장) 김현진 윤현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