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6. 4. 22. 선고 2025노2556 판결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① 현장 근로자들 F, G, 피고인 E 소속 안전관리자 H이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피재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안전대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를 관리하는 감독자도 없었다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였던 점, ③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의견서에는 당시 사고 현장에 안전대 부착설비 외에 추락 방지 조치가 없었고 설치된 안전대 부착설비의 사용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④ 이 사건 사고 당일 순회점검일지에는 이 사건 작업 현장에 대한 점검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피재자 I로 하여금 안전대를 부속설비에 체결하도록 점검하거나 지도·감독하지 아니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인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는 해양수산부로부터 'J 호안축조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 받은 회사이고, 피고인 B는 E의 현장소장 및 안전보관총괄책임자로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2)

피고인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는 위 E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은 회사이고, 피고인 A은 D의 현장소장 및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3)

피고인 C은 이 사건 공사의 현장팀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의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구 및 방호장치 점검 및 그 착용·사용에 관한 교육·지도 등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다.

나.

이 사건 공사 및 현장 개요

1)

이 사건 공사는 항만의 바닥에 쌓인 흙이나 암석을 파헤치는 과정(준설)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투기하기 위한 호안을 축조하는 공사로서 「매립된 사석면에 3단의 콘크리트 블록을 축조 → 그 위에 복합매트를 고정 → 굴착기<1>를 이용하여 블록 내측 벽면에 복합매트를 설치 → 다시 그 복합매트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순서로 공사가 진행된다.

2)

이 사건 공사현장은 길이 3,898m의 동측 호안, 길이 2,384m의 서측 호안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내부에 두 개의 분리호안이 위치하여 있으며, 조수간만의 차이로 간조와 만조가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데, 국립해양조사원의 스마트 조석예보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발생일(2021. 12. 23.)의 해수면 조위는 아래 표 기재와 같이 07:00경이만조, 13:00경이 간조였다.

다.

사망사고의 발생

1)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21. 12. 23.에는 이미 3단의 콘크리트 블록이 축조되어 있었고, 사고 당일에는 복합매트를 건설기계를 이용하여 콘크리트 상단에 포설하는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이 예정되어 있었다.

2)

D 소속 근로자인 I(이하 '피재자'라고 한다)은 2021. 12. 23.(이하 같은 날은 날짜 기재를 생략하고 시간만으로 기재한다) 07:00경 안전보건교육(TBM<2>)을 받은 후 07:30경부터 08:00경까지 서측 호안 시점에서 통선에 탑승하여 이 사건 작업현장으로 이동하였고, 작업현장에 도착한 피재자는 L, M와 함께 08:00경부터 블록상단의 정리작업(자재정리, 청소 등)을 진행한 후 K이 운전하는 굴착기가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대기하였다.

3)

이 사건 작업현장인 동측 호안 끝 부분은 콘크리트 블록의 높이가 약 5.5m, 너비가 약 6.5m이고, 블록 위의 내측과 외측에 안전고리로 안전대를 고정시킬 수 있는 줄이 각 설치되어 있었다.

4)

서측 호안에서 사석 정리 작업을 하던 K은 10:30~11:00경 사이에 피재자가 있는 이 사건 작업현장으로 이동하여 복합매트 포설 작업에 참여하였다.

5)

위 포설작업은 콘크리트 블록 상단에 위치한 피재자와 L이 복합매트를 결박하고 있는 줄을 굴착기 버킷에 건 다음 콘크리트 블록 하단에 위치한 K에게 버킷을 인양하라는 수신호를 하고, 위 수신호를 받은 K이 굴착기의 버킷을 들어 올려 콘크리

트 블록 상단부에 20미터 간격으로 복합매트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피재자와 K이 세 번째 복합배트를 옮기던 중인 11:22경 피재자가 콘크리트 블록 상부에서 약 5.5m 아래의 육측 기초사석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6)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11:22경은 썰물로 인해 바닷물이 빠진 상태여서 곧바로 피재자가 병원에 후송되지 못하였고, 피재자는 2021. 12. 27. 01:21경 N병원에서 급성 경막하 뇌혈종으로 사망하였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령

나.

관련법리

1)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09. 2. 6. 법률 제94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이라 한다) 제66조의2, 제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구 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8874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7도7987 판결 등 참조).

2)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과실은 업무와 관련하여 다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한 경우를 가리키는바, 사업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근로자에 대하여 충분한 안전조치가 취해진 상태에서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그 회피를 위한 가능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2887 판결, 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3도100 판결 등 참조).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A, B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안전조치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되고, 피재자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으며, 이처럼 이 사건 공사현장이 관계법령이 정한 안전조치가 취해진 작업장이라면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이므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신규채용자 안전준수 서약서의 '안전보호구 지급 및 수령확인'란, 보호구 지급대장 등에 따르면 피재자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안전대(안전벨트)를 지급받았음이 확인된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현장의 안전대 부착설비는 3m 간격의 콘크리트 블록 인양 고리에 로프를 묶어 놓은 형태로 설치되어 있었다. 피재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은 안전대를 착용하고 부착설비에 이를 체결한 후 3m 이동시마다 이를 해체 후 다시 체결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를 위한 시간의 소요가 크지 않고 3m 간격의 인양고리는 오히려 부착설비가 처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여 부착설비의 설치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로자가 안전대를 착용하고 이를 부착설비에 체결한 후 이동하거나 작업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설사 일부 불편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안전대를 착용하고 작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는 이상 이는 앞서 살펴본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부착설비 관련 안전조치가 이행되었음을 인정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②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는 피재자를 포함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안전대 등의 개인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할 것'과 '부착설비에 안전대를 체결하고 작업할 것'이 거듭 강조되었는바,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 신규채용자 안전준수 서약서에 '고소작업시 근로자의 안전벨트(고리) 미착용자', '이러한 행위를 인지하고도 방관한 자'는 3회 적발시 퇴출한다는 것이 명시된 점, ㉡ D 및 E 직원들이 매일 아침 일일안전교육(TBM)을 하면서 고소작업시 안전대 착용 및 부착설비 체결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일일안전교육 이후 현장으로 이동 직전(통선으로 이동하기 위한 선착장)에도 복장점검이 다시 이루어진 점, ㉣ 안전보건교육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피재자와 함께 사고현장에서 작업을 하였던 M는 이 법정에서 '사고 당일 아침에도 일일안전교육과 보호구 착용 점검이 실시되었고, 해당 교육에 피재자, 자신, L이 모두 참여하였으며, 당일 교육에서 고소작업시 안전대를 착용하고 부착설비에 안전대를 체결하라는 내용을 들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그런 내용들은 항상 얘기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L 역시 '사고 당일 아침 일일안전교육이 실시되었고, 피재자가 참석하였으며 보호구 착용점검이 이루어지고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대도 지참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사고 당일에도 피재자는 일일안전교육에 참석하고 보호구 착용점검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는 고소작업시의 안전대 착용 및 이를 부착설비에 체결하는 것에 대한 점검 및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 조직이 구성되어 있었고 관리감독자들은 작업계획서를 토대로 일일 순회점검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일일순회 점검일지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사고일자에 인접한 일자의 일일순회점검일지에는, 안전/보건관리자 업무사항에 '고소작업시 안전벨트 착용상태 및 지급상태 점검', '고소구간 생명줄 및 고리체결 설치상태 점검 및 미비사항 조치' 등의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이와 별도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관리자들이 보호구 착용상태 점검이 포함된 자체안전점검일지를 작성하고 피고인 B가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고, 안전감시원(패트롤)도 평균 5명 내지 7명 배치되어 공사현장을 순회하며 근로자들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감시하였다. M는 이와 관련하여 이 법정에서 '공사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위한 순찰, 정비점검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안전대를 해체하거나 풀어놓고 작업을 하는 경우 순찰이나 감독에서 지적당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D 소속의 관리감독자인 O는 안전수칙 점검 등과 관련하여 이 법정에서, ㉠ 아침 조회 시에 관리자들이 각 근로자가 안전대를 포함한 안전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였는지 점검하고 근로자들끼리도 서로 체크한다는 점, ㉡ 일일안전교육 이후 작업현장에 이동할 때 관리자들이 대부분 같이 이동하고 작업현장에 도착해서 그날 작업의 위험요소들에 대해 한 번 더 고지한다는 점, ㉢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작업현장에 도착하여 피재자에게 그날 작업을 설명하고 추락위험이 크니 벨트를 걸고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점, ㉣ 당시에는 피재자가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피재자는 이 사건 작업현장에 도착한 직후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다가 O가 작업현장을 떠난 후에 이를 벗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황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교육, 점검수준에 비추어 관리자들이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사고 직후 피재자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피재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고, M는 수사기관에서 사고 당일은 피재자를 포함하여 자신과L 모두 처음부터 안전장비<3>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1권 54, 55쪽), ② 피고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현장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만조 시에는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간조 시에는 안전대로 바꾸어 착용한다는 것인데(공판기록 88쪽), 피재자가 이 사건 작업현장에 도착한 2021. 12. 23. 07:00~08:00경은 만조 직후인 점, ③D 소속 안전관리자인 O는 원심법정에서 피재자가 안전대 위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작업현장에 이동하였고 자신이 보았을 때 피재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사고 직후 피재자의 복장 상태나 M 등 근로자의 진술과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E 소속 안전보건팀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의 안전관리자인 H은 원심법정에서 '피재자 등에게 지급된 안전대는 구명조끼와 일체형이 아니고, 안전대를 착용하고 구명조끼를 착용하게 되면 통선에서 타고 내릴 때 오히려 더 위험하므로, 구명조끼만 착용하고 안전대는 가지고만 가며 만조시에는 구명조끼만 착용한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할 때 O의 위 원심법정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재자는 이 사건 작업현장에 안전대를 가지고만 갔을 뿐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까지 안전대를 신체에 착용한 사실은 없다고 보인다.

나아가 위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M는 수사기관에서 "저번에 누가 일하다가 배에서 바다로 빠진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수사기록 2권 15쪽), 실제 이 사건 사고 발생 열흘 전인 2021. 12.13. 11:41경 인천 신항(송도, P 인근 해상) 축조 공사하는 현장 바다에서 낙상자가 발생하였다는 신고가 접수된 점(수사기록 1권 29쪽), ② L은 수사기관에서 '사전안전교육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교육내용에 있는 것은 맞는데 작업할 때 불편해서 착용을 하지 않고 작업을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M는 원심법정에서 '안전대를 해제하거나 풀어놓고 작업을 하는 경우에 순찰이나 감독하다가 지적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으므로, 피재자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거나 착용은 하더라도 안전고리에 체결하지 않고 작업을 한 적이 있다고 보이는 점, ③ H은 수사기관에서 피재자 뿐만 아니라 근로자 중 안전대 미착용으로 인하여 적발되거나 계도조치된 근로자는 없었다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2권 612쪽)<4>, O는 원심법정에서 안전대를 안전고리에 체결하지 않는 작업자들도 있느냐는 질문에 "있죠, 그런데 관리자들이 보면 얘기하는데, 간혹 깜빡하고 안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라고 진술한 다음, 여러 번에 걸친 안전조치 이행 지시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현장에서 퇴출되거나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관리자들이 얘기하면 그렇게까지, 2~3번 얘기했는데도 당일 날 안 하시는 분은 안 계십니다."라고 진술하였으며, M는 원심법정에서 "(지적당하면 무슨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 바로 불이익을 주셨던 것 같지는 않고, 처음에 경고를 주셨던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위와 같은 진술을 종합하여 볼 때, 신규채용자 안전준수 서약서의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사현장에서 안전대 미착용 등 안전수칙 위반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해진 바는 없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 B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이 안전대를 착용하고 안전고리에 체결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지 않고, 따라서 위 피고인들이 충분한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소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

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바(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참조),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 B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재자에게 고소작업을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 피고인들이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재자가 고소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이 피고인 A, B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A, B, C의 업무상 과실치사의 점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안전보건규칙은 사업주가 추락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하여야 하는 조치로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등을 설치할 의무를 규정하고, 만약 이를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작업현장은 작업발판 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장소에 해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는 안전대 착용과 관련한 안전조치 이행 여부만이 문제된다.

②

피재자를 포함한 이 사건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에게는 안전대, 안전모, 구명조끼등 안전장비가 모두 제공되었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작업현장에는 콘크리트 블록 인양 고리에 로프가 약 3m 간격으로 연결되어 안전대 부착설비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피재자가 위 부착설비에 안전대를 부착하여 사용하는 데 특별히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비록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가 작성한 재해조사 의견서에는 로프 위에 복합매트가 놓여 있어 사용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나, 위 의견서의 사진에서도 복합매트가 로프 전체를 가리고 있지 않다고 보이는 점, 위 의견서 기재 바로 아래 부분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부착설비에 체결한 뒤 작업할 경우 3m 이동 시마다 해체 후 체결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진술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M, L이 수사기관에서 복합매트로 인하여 안전대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재해조사 의견서의 일부 기재만으로 피재자가 위 안전대 부착설비를 사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 E은 근로자들에게 안전대의 착용과 안전대의 부착설비의 이용에 관한 일일안전교육 및 정기안전교육을 실시하였고, 이 사건 작업현장에는 3~4블록 간격으로 "안전벨트 고리를 꼭 체결하여 작업하세요"라는 내용의 안내표지가 곳곳에 부착되어있었으므로, 피고인 A이 피재자에게 안전대를 안전고리에 체결하고 작업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안내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피재자가 위와 같은 안전수칙을 고지받지 못하여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④

검사는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안전대를 사용하는지 감시하는 감독자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 A, B가 안전조치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항소이유서 8쪽), 만약 검사의 위 주장이 상주관리자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취지라면 안전보건규칙은 안전대와 관련하여 제32조에서 근로자에게 작업조건에 맞는 보호구를 작업하는 근로자 수 이상으로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할 의무를 규정하고, 제44조에서 안전대를 부착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할 의무, 그리고 안전대 부착설비로 지지로프를 설치하는 경우 처지거나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근로자가 작업시간 동안 지급된 안전대를 실제로 신체에 착용하고 안전대를 안전고리에 체결하여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의무는 명시적으로 부과하고 있지 않으므로, 근로자들의 안전대 착용 여부를 감독할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피고인 A, B가 안전대 착용과 관련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⑤

검사는 K, L, H이 수사기관에서 한 일부 진술들을 근거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안전대 사용 여부를 관리하는 감독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 K등의 수사기관 진술은 모두 그 진술취지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시점 현장에 관리감독자가 없었다는 취지로 이해되는데,<5>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현장에 상주하는 관리감독자가 없었다고 하여 곧바로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 M는 원심법정에서 이 사건 공사현장을 순회하면서 안전관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522쪽), L 역시 원심법정에서 근로현장에 안전관리를 체크하는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735쪽), H은 원심법정에서 콘크리트 블록 구간에 순회점검이나 자체안전점검을 실시하였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774쪽). ㉢ 피고인 및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 B는 이 사건 공사현장 관리감독자로부터 일일순회점검일지와 자체 안전점검일지를 제출받은 사실, 피고인 E은 2021. 1. 4. 안전관리전문업체인 Q 주식회사와 2021. 1. 2.부터 2021. 12. 31.까

지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안전점검과 현장 직원 및 관리감독자의 안전관리 교육을 의뢰하는 안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2021. 12.에는 5명의 안전감시원(패트롤)을 채용한 사실이 확인되는 점(공판기록 795, 811쪽) 등에 비추어 볼 때, K 등이 수사기관에서 한 일부 진술만으로 피고인 A, B가 안전대 착용 및 체결과 관련한 관리감독자를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관리감독자가 순찰을 소홀히 하는 등으로 안전대 착용과 관련한 관리감독을 사실상 하지 않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⑥

이 사건 작업현장의 특성과 사고 당일 해수면 조위에 비추어 볼 때, 피재자는 사고 당일 이른 아침에 작업현장에 도착한 후 바닷물이 빠져 K이 운전하는 건설기계가 육로를 이용하여 작업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서 이 사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H이 원심법정에서 만조 시에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다가 간조 시에는 구명조끼를 벗고 안전대를 착용한다고 진술한 점,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콘크리트 상부는 그 너비가 약 6.5m에 달하므로 가장자리 부근에서 작업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고소작업 현장보다 추락사고 발생 위험이 덜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피재자와 함께 만조 무렵 이 사건 작업현장에 도착한 O가 곧바로 피재자에게 구명조끼를 벗고 안전대를 착용할 것을 지시하고, 또 실제 피재자가 안전대를 착용하는 것까지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공사현장으로 이동하였다고 하여 피재자가 안전수칙을 위반한 상태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이를 묵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⑦

이 사건 사고는 피재자가 복합매트 포설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공사현장인 호안축조 현장은 전장 노선이 약 7km,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콘크리트 블록 구간 길이가 약 2km에 이르고, 약 3~4개의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으며, 해수면 조위에 따라 이동수단에도 제약이 있었던 점,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재자는 이 사건 작업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일일안전교육을 받았고 도착 당시 동행한 O로부터 안전수칙을 지켜 작업에 임하라는 안내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건설기계가 도착하여 피재자가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안전관리자가 다시 현장을 방문하여 피재자의 안전대 착용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A이 현장 지도·감독을 소홀히 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⑧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재자 등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도 안전대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하다가 안전관리자에게 적발된 사실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위반 횟수와 빈도, 구체적인 위반 내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에서 피재자의 안전조치 미이행 상태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이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재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류호중(재판장) 신지은 윤정인

각주1) 변호인은 당시 이용된 건설기계가 백호(Backhoe)라고 주장하나, 작업계획서(수사기록 2-2권 71쪽)와 K의 원심법정 진술에 의하면 굴착기가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각주2)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ool Box Meeting)의 약자로, 작업 시작 전에 작업반장, 팀장 등의 관리감독자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모여 안전 브리핑, 안전 조회, 위험예지 훈련 등 작업의 내용과 안전 작업 절차를 서로 확인하고 의논하는 활동을 말한다

각주3) '안전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주4) H은 원심법정에서는 "계도조치가 이루어지면 적발내용이나 관련해서 기록되는 거는 맞지요."라는 질문에 "저희가 교육을 하고요."라고 대답하고, "그런 경우는 관리차원에서 기록이 되는 것이지요."라는 질문에 "기록 100%는 다 못 합니다."라고 대답하였으며, "경고는 구두로만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구두가 아니고, 저희가 교육을 진행합니다. 집체교육이라든가, 툴박스미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H에 대한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5, 6쪽).

각주5) H은 원심법정에 출석하여 수사과정에서 위와 같이 진술한 이유에 대하여 "'그 사고 난 시간에, 그 사고 난 그 위치에 11시반에 그 때 점검을 했느냐 그때 관리감독자가 거기에 있었느냐', '그 때 당시는 없었습니다. 아침에 관리감독자가 거기를 같이 동행해서 가고, 작업을 전달해 주고 그 옆 위험작업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들었고, 그 다음에 패트롤도 거기에 갔다가 같이 내리는 거 조심히 내리라고 하고 고위험작업 쪽으로 이동하다 보니까 아마 거쳐 가면서 들었던 얘기만 있었지, 사고 났을 당시에는 그거에 대한 자체점검은 안했다'고 제가 소명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774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