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16. 1. 22. 선고 2015노8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C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 B 주식회사, D, E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피고인 C에 대하여) : 사실오인

쇳물을 담는 래들이 기울어졌을 때 래들을 지탱하는 기능을 하는 파워 록(power lock)에 그리스 성분이 묻는 경우 마찰력이 감소하여 래들을 지탱하는 힘이 줄어들게 되므로 파워 록에는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 C은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B'라고 한다)의 요청에 따라 래들을 제작함에 있어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도록 하였고, 위와 같이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피고인 B에 래들을 납품하였으며, 피고인 B 측에서 위 래들에 담겨 있는 쇳물의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해 위 래들을 기울이던 중 위 래들이 전도되어 위 래들에 담겨 있던 쇳물이 위 래들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피해자들을 덮쳐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피고인 C이 래들을 제작함에 있어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게 하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래들을 납품한 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나.

피고인 A, B, D, E

1)

이유모순, 법리오해, 사실오인(피고인 A, D, E의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피고인 A, B의 근로자 사망을 원인으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부분)

가)

이유모순, 법리오해

만약 이 사건 사고가 크레인 기사가 크레인을 이용하여 래들을 이동하던 중 크레인 조작을 잘못하여 래들과 슬래그통이 충돌하게 됨으로써 발생하게 된 것이라면 피고인 A, D, E이 원심판결 기재와 같은 위험방지조치를 모두 다 하였다고 하더라도래들의 전복과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나)

사실오인

①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것은 슬래그통과의 충돌로 인한 것이 아니고 래들의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어 마찰력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②

피고인 A, D, E으로서는 래들의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위 피고인들에게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없다.

③

피고인 A로서는 래들의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이 없고, 상당인과관계도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30만 원, 피고인 B :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D, E : 각 벌금 35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검사의 항소이유 및 피고인 A, B, D, E의 양형부당을 제외한 나머지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1)

이 사건 래들의 구조 등

가)

피고인 C은 2012. 7. 18.경 피고인 B와 사이에 래들을 제작하여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별지 도면과 같은 래들(크기 : 외경 2,188mm × 높이 3,290mm, 설계용량 : 40톤, 래들 자체 중량 : 약 14톤, 이하 '이 사건 래들'이라고 한다)을 제작하여 2012. 8. 22. 피고인 B에 납품하였다.

나)

이 사건 래들(ladle)은 래들 몸체(ladle body), 웜 기어(worm gear), 기어드모터 박스(geard motor box), 웜 샤프트(worm shaft), 핸들 휠(handle wheel), 메인 샤프트(main shaft)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래들 몸체는 메인 샤프트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다)

이 사건 래들을 조작하는(기울이는) 방법은 전원을 이용한 자동 조작 방법과 사람이 핸들 휠을 이용하여 조작하는 수동 조작 방법이 있다. 수동 조작 방법은 사람이 핸들 휠을 돌리면 웜 샤프트가 회전하고, 웜 샤프트가 회전하면 웜 기어가 회전하며, 웜 기어가 회전하면 웜 기어와 연결된 메인 샤프트가 회전하고, 메인 샤프트가 회전하면 이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래들 몸체가 기울게 되는 방식이다. 래들 몸체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메인 샤프트 바깥쪽 부분에 설치된 파워 록(power lock)은 그 내측면에서는 메인 샤프트와 외측면에서는 웜 기어와 각각 접하면서 외측면과 내측면의 마찰력에 의해 웜 기어와 메인 샤프트를 일체형으로 고정하게 된다[이하 '래들 몸체(국자 모형)'를 이 사건 래들과 구별하여 '래들'이라고 한다].

라)

웜 샤프트를 회전시키는 핸들 휠을 조작하면 이와 맞물린 웜 기어가 돌아가면서 웜 기어에 연결된 메인 샤프트가 회전됨에 따라 래들의 기울기가 변화하는데, 웜 샤프트와 웜 기어의 큰 감속비(감속 장치의 축과 외부 동력에 의해 회전하는 축이 돌아가는 속도의 비율)에 의하여 기계적으로 웜 샤프트가 회전하지 않으면 웜 기어가 회전하지 않아 래들의 기울기가 고정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래들이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근로자가 핸들 휠을 조작하지 않거나 핸들 휠에 외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래들의 기울기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2)

사망사고의 발생

가)

피고인 B는 2012. 8. 22. 이 사건 래들을 납품받은 후 무부하 상태에서 자동 조작 방법과 수동 조작 방법에 의해 이 사건 래들을 작동을 해보았고, 그 결과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

피고인 B 공장 내에서 주조 작업을 위해 이 사건 래들을 사용하는 경우 공장 천장에 설치된 크레인에 이 사건 래들을 매달아 이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사건 래들을 크레인에 매달아 이동시키는 방법은 크레인의 이동에 따라 이 사건 래들이 움직이는 '주행 방식'과 크레인은 고정된 상태에서 크레인 하부에 부착된 모터에 의해 이 사건 래들만 움직이는 '횡행 방식'이 있는데, 주행 방식의 경우 주행속도는 분당 20~40m이고, 횡행 방식의 경우 주행속도는 분당 10~20m이다.

다)

피고인 B는 2012. 9. 10. 선박엔진 부품(CYL' FRAME)을 주조하는 작업에 이 사건 래들을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위 작업은 피고인 B의 공장 천정 부위에 설치된 크레인을 이용하여 이 사건 래들을 들어 올린 후 용해로에 담겨있는 쇳물을 이 사건 래들에 주입하고, 그 후 크레인을 이용하여 이 사건 래들을 슬래그통 부근으로 이동하여 쇳물 표면에 있는 슬래그(쇳물 찌꺼기)를 제거하고, 그 후 주형틀(거푸집)에 쇳물을 붓는 순서로 예정되어 있었다.

라)

위와 같이 예정되어 있는 작업 순서에 따라 크레인 운전자 R은 약 1,300 ~1,400℃의 쇳물 45톤가량이 담겨있는 이 사건 래들을 주행 방식으로 슬래그통(높이 약 1.1m) 부근으로 이동하였고(주행 방식으로 이동하면 이 사건 래들은 메인 샤프트 연결선과는 평형으로 그리고 슬래그통 옆면과는 직각으로 슬래그통을 향하여 이동하게 된다),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에서 너무 가깝다는 말을 듣고 횡행 방식으로 이 사건 래들을 크레인 방향으로(슬래그통 반대 방향으로) 1m 정도 이동하였다. 이 사건 당일 이 사건 래들에 담겨있는 쇳물의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해 이 사건 래들을 슬래그통 방향으로 기울이고, 슬래그통 옆에 설치되어 있는 고소작업대(높이 약 1.2m ~ 3m)에서 긴도구를 이용하여 쇳물 표면의 슬래그를 걷어내는 방법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예정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피해자 L가 고소작업대에서 서서 대기하고, 피해자 M은 핸들휠을 돌려 이 사건 래들을 슬래그통 방향으로 기울이고 있었는데, 도중에 갑자기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 방향으로 뒤집히면서 이 사건 래들 안에 담겨있던 쇳물이 슬래그통과 슬래그통 부근 바닥에 쏟아졌고, 쏟아져 나온 쇳물이 피해자 M과 L를 덮치거나 위 피해자들에게 튀면서 위 피해자들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현장에서 모두 사망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사망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이 사건 래들을 슬래그통 방향으로 기울이는 작업을 할 당시 피고인 B의 직원 T, U, AI이 이 사건 래들 부근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

이 사건 사고 후 이 사건 래들은 거꾸로 뒤집힌 채로 사고 지점에서 크레인 운전석 쪽으로 이동된 상태로 멈추었고,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들은 방화복을 입지 않은 채 안전모와 안전화만을 착용하고 있었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C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C은 래들 제작 업체인 K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래들을 제작함에 있어 웜기어와 축을 연결하며 래들이 기울어 졌을 때 래들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파워록(power lock) 부품을 사용하였고, 파워 록 부품에 그리스 성분이 묻으면 그 마찰력이 감소하여 지탱할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파워 록 부품에 그리스 성분을 묻게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래들의 기어박스 내에 설치된 베어링에서 흘러나온 그리스가 파워 록 부품에 묻도록 래들을 제작하고, 제작 후 부품 및 제작 상태 점검을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로 피고인 A, D, E과 공동하여 2012. 9. 10. 07:40경 정읍시 J에 있는 위 작업장에서 쇳물이 담겨있는 래들을 천장크레인으로 운반한 후 조형에 주입하기 직전 용탕 표면의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해 기울이던 중 래들이 뒤집혀 래들에 있던 쇳물 약 45톤이 모두 쏟아지면서 래들 옆에서 작업 중이던 피해자 L(27세), 피해자 M(28세)을 덮쳐 피해자들로 하여금 화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 B 측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래들에 설계용량을 초과해서 용탕을 주입한 점, ② 위와 같이 래들에 설계용량을 초과해서 용탕을 주입한 결과 설계용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용탕만을 주입하였을 경우보다 래들의 무게중심이 높아지게 되고, 그 결과 래들의 전복을 방지해주는 복원력이 약해졌던 점, ③ 증인 P, R이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 및 제반 정황에 의하면, ㉮ 이 사건 사고 당시 래들이 슬래그통과 접촉한 후 그 반발력으로 약 15m 내지 20m 정도 뒤로 밀린 상태에서 정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래들에 설계용량을 초과한 47톤 정도의 용탕을 주입하였을 경우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하여 래들을 30도 정도 기울이더라도 충돌 기타 돌발변수가 없다면 사람 손으로 핸들 부분을 잡는 힘(약 20kg 정도)만으로 래들의 전복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 만일 슬래그 제거작업을 위하여 래들을 기울이다가 래들이 전복되어 쇳물이 쏟아진 경우라면 슬래그통 안에 대부분의 쇳물이 쏟아졌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사고 당시 대부분의 쇳물이 슬래그통이 아닌 바닥에 쏟아졌던 점, ㉱ 이 사건 사고로 슬래그통 건너편에서 슬래그통보다 높은 고소작업대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까지 사망한 점, ㉲ 이 사건 사고 후 래들 및 슬래그 통에 남아있는 흔적들(표면의 긁힌 자국이나 상처 및 휘어진 부분 등)에 의하면 래들과 슬래그통이 충돌한 것으로 추정할 만한 흔적들이 다수 존재하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단순히 슬래그 제거작업을 위하여 래들을 기울이던 중 래들이 전복된 것이 아니라, 슬래그 제거작업을 위하여 래들을 크레인을 이용하여 슬래그통 앞까지 이동시키던 중 래들과 슬래그통이 충돌한 결과 래들이 전복된 사고일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점, ④ 이 사건 사고가 래들과 슬래그통의 충돌로 발생된 것이라면,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있지 않아 파워 록의 마찰력이 감소되지 않았더라도 래들의 전복을 방지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C이 래들을 제작하고 제작 후 부품 및 제작상태 점검을 소홀히 하여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을 묻게 한 행위와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당일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것은 이 사건 래들과 슬래그통이 충돌한 것 때문이 아니라 이 사건 래들을 기울이더라도 그 마찰력에 의해 메인 샤프트가 회전하지 않도록 메인 샤프트를 고정해 주는 기능을 하여야 할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있음으로 인해 파워 록의 마찰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 M이 핸들 휠을 이용하여 래들을 기울이던 중 메인 샤프트가 래들 자체의 무게와 쇳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회전하였기 때문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 C에게는 이 사건 래들을 제작함에 있어 파워 록 부분에 그리스 성분이 묻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제작 후에도 그와 같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점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으며, 이와 같은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1)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래들 주변에서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던 T, U, AI과 크레인 운전기사 R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일치하여 'R이 쇳물을 담은 이 사건 래들을 크레인을 이용하여 슬래그통 앞까지 주행 방식으로 이동시킨 후 래들과 슬래그통 사이가 너무 가까워 횡행 방식으로 래들을 크레인 쪽으로 1m정도 당긴 상태에서 멈춰 선 다음 피해자 M이 이 사건 래들의 핸들 휠을 조작하여 래들 주입구(nose)를 슬래그통 쪽으로 기울였는데, 래들이 3번 정도 움직이다가 갑자기 확 기울어 뒤집어지면서 안에 담겨있던 쇳물이 쏟아졌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래들의 전복 당시의 상황에 관한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는 점, 크레인 운전기사 R은 피고인 B의 직원이 아닌 AP 소속 직원인바, 만약 R이 크레인으로 이 사건 래들을 이동하던 중 크레인 조작을 잘못하여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과 충돌하면서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것이라면 T, U, AI이 그들과 같은 회사 소속도 아닌 R을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T이 이 사건 사고가 있었던 때로부터 불과 2시간여밖에 지나지 않은 2012. 9. 10. 09:30경에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부터 이미 위와 같은 진술을 하였던 점, 경찰 및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사건 래들은 슬래그통과 충돌하여 전복된 것이 아니라 핸들 휠을 조작하던 중 갑작스럽게 전복된 것을 전제로 조사가 이루어졌고, 피고인 C도 이에 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T, U, AI, R의 위 진술은 모두 신빙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2)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연구원인 W과 X은 이 사건 사고 다음날인 2012. 9. 11.부터 2012. 9. 12.까지 이 사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이 사건 래들의 파워 록 등을 분해하여 조사한 결과 '이 사건 래들에서 웜 샤프트와 웜기어의 체결은 양호한 상태였고, 이 부위에서는 결함으로 볼만한 특이한 사항이 식별되지 않았다. 래들의 메인 샤프트와 파워 록 2개가 서로 결합되어 있는 메인 샤프트 외관 표면에서 상당량의 그리스가 식별되었고, 파워 록을 분해하여 살펴본 바 각 파워 록의 내측면과 외측면에서 공히 미끌린 흔적이 식별되었으며, 파워 록 내측면에서 그리스가 다량 묻어 있는 상태였으며, 파워 록과 결합되어 있는 메인 샤프트 표면에는 파워 록에서 식별되는 홈의 형상과 유사한 형상이 두 곳에서 식별되었고, 각 파워 록에는 내측면과 외측면 각각에 하나의 홈이 있는데, 홈 부위에 그리스가 묻어 있는 상태였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메인 샤프트와 웜기어를 일체형으로 고정되도록 하는 각 파워 록의 마찰 부위에 그리스가 있음으로 인해 래들의 무게와 래들 내부 쇳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래들과 결합되어 있는 메인 샤프트가 웜기어에서 회전함으로써 래들이 거꾸로 뒤집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W은 당심에서도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이유는 파워 록에 묻어 있었던 그리스 성분으로 인해 파워 록의 마찰력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의 원인에 관한 분석을 의뢰받은 P 교수는 원심에서의 진술 및 원심의 사실조회 회신에서,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후 슬래그통 쪽에서 크레인 쪽으로 이동한 점, 래들 표면에 긁힌 자국이 있고, 슬래그통이 휘어져 있는 점, 쇳물이 슬래그통이 아닌 바닥에 대부분 쏟아진 점, 고소작업대에서 작업하였던 피해자 L에게까지 쇳물이 튀어 위 피해자가 사망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과 충돌하여 전복되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P 교수의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이 사건 사고 장소에서 슬래그 제거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던 T, U, AI과 크레인 운전기사 R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크레인 운전기사 R은 이 사건 래들을 주행 방식으로 슬래그통 쪽으로 이동시킨 후 다시 횡행 방식으로 슬래그통 반대 방향으로 1m가량 이동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래들을 주행 방식으로 슬래그통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이 사건 래들이 메인 샤프트 연결선과 평행으로 이동하게 되므로 설사 그 이동 과정에서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 옆면과 충돌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될 수는 없는 점(즉 이 사건 래들은 메인 샤프트와 직각 방향으로만 전복될 수 있는 점), 이 사건 래들의 옆면이나 슬래그통 옆면에 충돌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래들을 주행 방식으로 슬래그통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이 충돌하거나 그 충돌로 인해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편 이 사건 래들을 횡행 방식으로 슬래그통 반대 방향으로 1m가량 이동한 후 다시 슬래그통 방향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슬래그통과 이 사건래들이 충돌하였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는 있으나 설사 그와 같은 충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크레인이 횡행 방식으로 이동할 때의 주행속도가 분당 10~20m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래들을 1m 정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과 충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충돌로 인한 에너지는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되는 정도에 이르렀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②

이 사건 사고 후 슬래그통의 모습을 보면 상단 부위에 안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있는바(수사기록 제4책 제1권 제235면 하단 사진), 그 휘어진 부분의 모양, 이 사건 래들의 주입구(nose) 부분의 모양(수사기록 제4책 제1권 제235면 상단 사진) 등을 감안하면, 슬래그통의 위와 같이 휘어진 부분은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되는 과정에서 래들의 주입구(nose) 부분이 슬래그통 상단 부위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흔적일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고, 한편 래들이 외부에서 제작되어 피고인 B의 공장으로 운반된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슬래그통은 이미 오랜 기간 사용해온 것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슬래그통 상단부의 위와 같이 휘어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래들 및 슬래그통에서 발견되는 긁힌 흔적 등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래들과 슬래그통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③

이 사건 래들은 이 사건 사고 후 슬래그통 쪽에서 크레인 캐빈 쪽으로 수미터 이상 이동된 상태였는바(이 사건 래들의 이동거리에 대하여 피고인 C은 이 사건 래들이 15m 이상 이동하였다고 주장하나, 크레인 운전기사 R의 진술 외에 이 사건래들이 15m 이상 이동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한편 A, D, E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래들이 크레인 캐빈 방향으로 수미터 이동된 상태였던 사실은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 래들을 위와 같이 뒤로 물러나게 한 에너지가 어떻게 해서 발생된 것인지는 정확이 알 수 없으나,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되는 과정에 슬래그통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에너지와 이 사건 래들 안에 담겨 있던 쇳물이 모두 바닥으로 쏟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반력)가 함께 작용한 것도 그 하나로 생각할 수 있어 보인다. 반면 이 사건 래들을 횡행 방식으로 슬래그통 방향으로 1m 정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과 충돌하였을 경우라면 그 충돌로 인한 에너지만으로 이 사건 래들이 뒤로 수미터 이상 이동하였을 것으로는 보기 어려워 보인다.

④

이 사건 래들 안에 담겨 있던 쇳물은 대부분 슬래그통 안이 아니라 슬래그통 주변 바닥에 쏟아진 것은 사실로 보이나, 래들 몸체 대부분이 슬래그통 위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래들의 코 부분 정도까지만 슬래그통 위로 올라온 상태에서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되면서 슬래그통 상단 부위와 충돌한 것이라면 래들 안의 쇳물이 슬래그통안이 아니라 바닥에 더 많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고, 한편 쇳물은 점성이 높아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쇳물이 대부분 바닥에 쏟아졌다는 사실과 이건 래들이 전복되면서 슬래그통과 충돌하였다는 것은 모순되지 않게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

나)

그렇다면 피고인 C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결론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A, B, D, E의 이유모순, 법리오해,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유모순 주장에 관한 판단

위 피고인들의 이유모순 주장은 원심이,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것은 R이 크레인 조작을 잘못하여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과 충돌하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도 위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 A는 안전관리 총괄 책임자로서, 피고인 D는 생산팀장으로서, 피고인 E은 보전팀장으로서 쇳물을 담는 래들의 제작 상태에 대한 검사의무, 래들을 사용하기 전 부하테스트 등을 통해 그 안전성을 확인할 의무, 래들 주위에서 작업하는 직원들로 하여금 쇳물이 쏟아질 가능성을 대비하여 쇳물이 미치지 못하거나 쇳물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하게 하고, 방화복 등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피고인 A, D, E이 이와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래들 주위에서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인바,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는 이 사건 래들이 슬래그통과의 충돌로 전복된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준수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에 이유모순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된 것은 파워 록에 그리스 성분이 묻어 파워 록의 마찰력이 감소되고 그로 인해 메인 샤프트가 회전하였기 때문으로 봄이 상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래들의 위와 같은 하자와 피고인 A, E, D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위 피고인들의 위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새로 제작한 래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 전에 실제 부하와 동일한 수준의 하중을 부하하여 작동시험을 실시함으로써 래들의 안전성이나 위험성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 A, E은 피고인 C으로부터 이 사건 래들을 납품받은 후 부하 없는 상태에서의 작동 시험만을 한 후 이 사건 래들에 바로 쇳물을 담아 주형틀에 붓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②

피고인 A, E은 현실적으로 쇳물과 같은 성질을 가진 물체를 래들에 담아 시험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쇳물을 이용하여 시험을 하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래들에 실제와 같은 하중을 부여한 후 래들을 작동하는 시험방식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쇳물을 이용하여 시험을 하는 것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면, 래들의 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래들에 담는 쇳물의 양을 순차적으로 늘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래들의 안전성을 확인한 후 래들을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당일 피고인 A, E은 이 사건 래들의 설계용량이 40톤인데도 이 사건 래들을 처음 사용하면서 설계용량을 초과한 45톤의 쇳물을 이 사건 래들에 주입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이 설계용량을 초과한 쇳물을 주입한 결과 이 사건 래들의 무게중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이 사건 래들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전복을 방지하는 복원력이 약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용노동부장관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7조의 규정에 따라 제정한 작업지침인 제1차 금속산업 안전작업지침 제63조 제4항 제2호는 성형작업 시 래들에는 용탕을 래들의 설계용량 대비 80% 정도만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③

1,300℃가 넘는 쇳물을 다루는 작업을 하게 할 경우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작업자들로 하여금 쇳물이 튀거나 쏟아지는 경우를 예상하여 쇳물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에서 작업을 하도록 교육하고 현장에서도 그와 같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한편 쇳물이 튀거나 쏟아지는 경우 작업자들이 그로 인해 화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자들에게 방화복 등을 착용하고 작업에 임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피고인 A와 생산팀장 피고인 D는 이 사건 당일 피해자들이 쇳물이 튀거나 쏟아질 수 있는 위치에서 그리고 방화복은 입지 않은 채 안전모과 안전화만을 착용한 상태에서 이 사건래들을 이용한 작업을 하는 것을 방치하였다.

④

피고인 A, E, D는 이 사건 래들의 파워 록에 그리스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자신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래들의 파워 록에 그리스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에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래들의 안전성 또는 위험성에 대한 사전 확인의무, 안전교육 및 현장에서의 감독의무, 방화복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할 의무 등이 있고, 위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상 위 피고인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 A, B, D, E의 이유모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 A, B, D, E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A, D, E의 업무상 과실과 피고인 C의 업무상 과실이 함께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고, 위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래들이 전복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B가 피해자들의 유족들에게 각각 4억 8,000만 원 상당을 지급하고 원만하게 합의한 점, 안전조치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와 관련하여 피고인 B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에서 시정을 명한 사항을 모두 개선한 점, 피고인 A, D, E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점 등은 피고인 A, B, D, E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정상들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작업자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피고인 A, D, E이 작업자들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인 피해자 2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그 죄질이 중한 점, 피고인 A는 사업장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하지 아니하고, 근로자들로 하여금 연장근로를 하게 하고, 근로자들에게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교부하지 않은 범행까지 저지른 점, 그 밖에 피고인 A, D, E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을 모두 고려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 A, B, D, E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아니 한다.

따라서 피고인 A, B, D, E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 B, D, E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