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법리오해
피해자 F의 CCTV 설치·운영을 통한 G 주식회사의 시설물 관리 업무는, 개인영상정보를 처리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인 위 CCTV를 설치·운영함에 있어 그 개인영상정보의 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 제15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의 없이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를 설치하여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14호를 위반하며,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가치를 상실하여 업무방해죄에서 보호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피고인들은 CCTV 카메라에 비닐봉지를 씌웠을 뿐이고 CCTV 카메라를 파손하는 등의 행위를 한 적 없어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며, ③ 2015. 11. 12.경의 행위의 경우 CCTV가 작동되기 전에 비닐봉지를 씌웠으므로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없었다. ④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소극적이고 평화적인 방어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⑤ 피고인들은 행위 전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행정자치부의 민간분야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확인하였는바, 정당한 이유로 자신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것이어서 형법 제16조에 따라 책임이 조각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및 위법성조각사유, 책임조각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각 벌금 7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G 주식회사의 회사원으로서 군산시 H에 있는 G 주식회사의 공장에서, 2015. 11. 12.경 G 대표이사 피해자 F가 사업장 내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공장 외곽 울타리와 출입문, 출고장 등 주요시설물에 설치한 CCTV 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5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2015. 12. 18.경 위와 같이 설치된 CCTV 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5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2015. 12. 28.경 위와 같이 설치된 CCTV 카메라 12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9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2016. 1. 4.경 위와 같이 설치된 CCTV 카메라 14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22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총 4회에 걸쳐 위력으로 피해자의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하였다.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피해자의 업무가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인지 여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필요는 없으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도982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해자 측이 피고인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에 개인영상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면서 동의를 받거나 협의를 거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법 내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는 면이 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한편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CCTV 설치 전 피해자의 회사에서 근로자가 회사 부품을 반출하려다가 발각된 사실, 공장외벽 등에 화재가 발생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고, CCTV 영상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CCTV의 설치 장소, 촬영 범위와 각도 등을 함께 고려할 때, 피해자 측이 CCTV를 설치한 목적에 시설물 보안, 화재 감시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앞서 본 사유만으로는 피해자의 업무 자체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로 피해자의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당심에서 피고인들이 추가하여 주장한 사유 및 제출한 자료를 모아 보더라도 원심판결에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는바, 피고인들이 CCTV 카메라를 비닐봉지로 가린 행위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들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들의 행위의 경위, 방법, 횟수,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세 명에 불과하여 위세를 이룰 수 없다거나, CCTV와 기타설비를 파손하지 않았고 개인정보 저장시설에 위해를 가하지도 않았으므로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해자의 업무가 방해되었는지 여부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아니하며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므로(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3475 판결 등 참조), 설령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들의 행위 당시 CCTV가 작동 중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들이 CCTV 카메라를 비닐봉지로 가린 행위는 CCTV 카메라를 통한 촬영을 원천적으로 막아 피해자의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더라도, 피해자의 CCTV 설치·운영을 통한 이익, 피고인들의 행위 내용, 다른 구제수단의 존재 등을 고려하면,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과 같은 정당행위의 나머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 제16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16조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279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인들이 그 주장과 같이 행정자치부(2017. 7. 26. 행정안전부로 개편되기 전의 것)의 2015. 1. 12.자 '민간분야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및 개인영상정보보호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확인하여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한 것이 위법하다고 확신하였다 하더라도, 나아가 그 CCTV를 비닐봉지로 가려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까지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다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는 점,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공동으로 반복하여 범행을 한 점, 피고인 B의 경우 1회의 동종전과가 있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과,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입은 피해는 경미해 보이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두례(재판장) 김상우 박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