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들은 부부지간이며, 전북 임실군 D에서 'E'이라는 상호로 개인건설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 용접 및 절단 기술직 근로자이다.
원고는 2012. 9. 28. 다른 인부인 F, 피고 B와 함께 전북 무주군 G에 있는 H의 주택 지붕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게 되었다. 당시 원고는 지면으로부터 높이 2.3m의 지붕에 올라가기 위하여 인근의 감나무를 타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같은 날 09:00경 지붕 아래 설치된 사다리를 밟고 내려오는 순간 갑자기 사다리가 접히면서 지붕에서 마당으로 추락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약 10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 종골 분쇄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피고 B는 이 사건 공사를 할 때 승강 설비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14. 1. 28. 벌금 5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전주지방법원 2014고약38호),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장해보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2016. 12. 2. 벌금 3,000,000원을 선고받았다(전주지방법원 2015고단2005호, 이하 '선행 형사소송'이라 한다). 피고 B는 항소하였으나 2017. 3. 31. 항소가 기각되어 위 판결은 2017. 4. 8. 확정되었다(전주지방법원 2016노1840호).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2015. 9. 25.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전주지방법원 2015가단30857호, 이하 '선행 민사소송'이라 한다), 2016. 4. 25. 피고 B와 원고가 피고 B로부터 10,000,000원을 지급받고 선행 민사소송을 취하하며 선행 형사소송에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합의서에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 B로부터 합의금 10,000,000원을 지급받고 피고 B에 대하여 민·형사상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상호 원만히 합의를 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원고는 2016. 5. 17. 선행 민사소송을 취하하였고, 피고 B는 원고에게 합의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 16, 1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 B가 원고의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제78 내지 80조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재해보상으로서 요양보상금 2,555,450원, 휴업보상금 8,190,000원, 장해보상금 21,000,000원에서 피고 B가 이미 지급한 10,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21,746,950원 및 이에 대한 원고의 장해가 판명된 시점인 2015. 2. 6. 이후의 지연손해금을 사업주인 피고 C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피고 C이 자신의 명의를 피고 B에게 대여하여 E의 대표로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였고 실제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등 근무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명의대여자 책임이 있고, 이 사건 합의서에 피고 C의 기명날인이 없는 이상 피고 C은 이 사건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피고 C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피고 B는 이 사건 합의는 재해보상책임도 면책하는 취지이므로 피고 B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며, 가사 적법하다 하여도 원고의 위 재해보상청구가 사고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 재해보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항변한다. 또한 피고 C은 명의대여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피고 C에게도 미친다고 주장한다.
판단
피고 B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 B와 사이에 '민·형사상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며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 당시 선행 민사소송 및 선행 형사소송이 진행중이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이 사건 합의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 B에게 일체의 금전적 청구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청구권이 공법적 성격이 강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퇴직으로 인한 변경 또는 양도 및 압류가 금지될 뿐(근로기준법 제86조) 이미 발생한 재해보상청구권의 포기가 전적으로 금지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고, 근로기준법에서 보상을 받게 될 자가 민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그 가액 한도에서 보상의 책임을 면한다고 규정(근로기준법 제87조)한 이상 이 사건 합의서에서 규정한 '민사상 이의'에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청구가 제외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서상 부제소합의의 효력은 재해보상청구에도 미치므로, 부제소합의에 위반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할 것인바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
원고는 피고 B가 이 사건 합의 당시 구두로 약속한 생활보장 등을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를 채무불이행으로 해제하고, 이 사건 합의는 피고 B가 궁박한 상태에서 체결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B가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 당시 구두로 생활보장에 관한 다른 약정을 하였다거나 원고가 이 사건 합의의 체결 당시 궁박한 상태에서 현저하게 불공정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 C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피고 C이 피고 B에게 명의를 대여하여 E을 운영하게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서에 피고 C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거나 피고 C이 당사자로 표시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 당시 원고는 피고들 모두를 상대로 선행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 이후 원고는 피고들 모두에 대하여 선행 민사소송을 취하하였다. E은 부부 사이인 피고들이 운영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 C의 이름을 이 사건 합의서에 따로 기재하지 아니한 것은 피고 B 사이에서만 합의를 하고 피고 C과는 이 사건 합의를 하지 아니할 의사였다기보다는 피고들을 사실상 동일한 권리의무의 주체로 보고 이 사건 합의로서 피고들 모두에 대하여 더 이상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청구를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의사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은 피고들 모두에게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 C에 대한 이 사건 소 역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할 것인바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자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