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 C, D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2019. 12. 23.경 K에게 주식회사 G(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을 양도하여 2020. 1. 2.경부터는 K이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으므로, 근로자 I, J(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고 한다)가 이 사건 회사 명의로 진행되던 속초 H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 현장에서 2020. 1.경부터 같은 해 2.경까지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임금 미지급의 책임은 K이 부담하고,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은 K의 책임하에 운영되어 피고인은 그 운영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K에게 이 사건 회사를 양도한 이후에는 더욱더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운영에 관여할 수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이 미지급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바,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근로기준법위반의 책임 주체 및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하였다.
판단
책임 주체에 대한 판단
구 근로기준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고 한다)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의 책임을 부담한다.
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사업주로서 또는 적어도 사업경영담당자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사 현장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된다.
자본금 10억 미만의 소규모 회사는 이사를 1명 또는 2명으로 할 수 있고(상법 제383조 제3항), 이러한 경우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고 그 업무 전반을 수행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이 사건 회사는 자본금 2억 원으로 소규모 회사에 해당하고, 이사를 1명 또는 2명만 두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2017. 7. 11.경부터 2020. 4. 22.경까지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였고, 1인 주주 또는 최대 주주였다.
피고인은 2019. 12. 23.경 K과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사업 포괄적 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K이 지정한 U, V<1>에게 이 사건 회사 발행주식 총 40,000주 중 각 7,500주를 양도하였으며, 2020. 1. 2.경 V을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로 취임시켰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 이후에도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와 최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였는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2020. 1. 2.경부터 이 사건 회사의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한 명만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K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로서 이 사건 공사 현장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여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의의 존부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한편,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이 미지급된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미필적이나마 이를 인식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회사의 대표자가 회사 운영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알 수 없으므로, 회사의 대표자가 특정 근로자에 대한 임금 미지급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포괄적으로나마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이 미지급되었다거나 미지급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면, 회사의 대표자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이 K과 이 사건 양도계약을 체결하기 약 8개월 전인 2019. 4.경부터 진행되었고,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1인 주주 및 사내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회사의 사업으로서 이 사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현장에서 고용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이 사건 회사가 그 지급채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피고인이 2019. 12. 23.경 K과 이 사건 양도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Œ 피고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와 최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였던 점, M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L 현장소장이 노무업무대장 등을 정리하여 K측 직원에게 주면 K측 직원이 K의 결재를 받아 이 사건 회사에 지급해달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Ž K은 2020. 7. 31.경 피고인에게 이 사건 양도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위 내용증명에는 “법인 도장, 법인증명서 발급 카드, 법인 통장도 받지 못하였고, 계속 달라고 이야기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현재까지도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양도가 2020. 7. 31.경까지도 완료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양도계약은 특약사항으로 “6. ㈜G이 2019년 12월 31일까지 진행하였거나 완료한 현장의 경우 세금계산서 발행 여부를 배제하고 계약 내용에 따라 기성금 및 잔금에 대한 권리는 양도자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양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이에 따라 2020. 7. 14.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X에 이 사건 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이 사건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지위에 있었고,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운영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소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문(재판장) 김진아 박정언
각주1) 증거기록 제2권 제26쪽의 ‘W’은 ‘V’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